비대면 근무 잘되려면 ‘이것’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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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근무 잘되려면 ‘이것’부터 바꿔야!

수영장에서 노트북하는 남자

팬데믹이 바꿔놓은 근무 형태

휴가 내고 제주도 한 달 살기.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이죠. 만약 휴가를 안 내고 제주에서 근무한다면 어떨까요? 오전에는 집중 근무로 할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서핑 강습을 받는 삶. 생각만 해도 설레는데요, 이제 현실에서도 가능합니다.

이전에도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IBM, 뱅크오브아메리카, 야후 등 글로벌 기업이 선도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죠. 하지만 몇 년 뒤 대부분 사무실 근무로 회귀했습니다. 구성원 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일부 소규모 IT 기업 정도만 재택근무를 유지했습니다. 

팬데믹이 이 판을 뒤집었습니다. 코로나로 많은 기업이 불가피하게 재택·원격 근무를 하게 됐는데, 오히려 생산적이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더불어 탄력 근무제 같은 유연 근무 옵션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재택근무가 업무 장소 선택권을 근로자에게 주는 거라면, 탄력 근무는 업무 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죠. 심지어 이 두 가지 선택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 중에는 아예 사무실 없이 전 세계 곳곳에 직원들이 흩어져 일하는 자율근무제를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과 휴가의 병행, ‘워케이션’의 등장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방식이 ‘워케이션’입니다. 워케이션은 일을 뜻하는 ‘Work’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로, 일을 하면서 동시에 휴가를 즐기는 근무 형태입니다. 재택근무가 근무 공간을 단순히 회사에서 집이나 카페로 옮긴 거라면, 워케이션은 휴양지 같이 집이나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워케이션이 새로운 업무 형태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특히 장기 체류와 관광이 혼합된 워케이션이 대중적인 유럽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이 많은데요. 반면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워케이션은 주로 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더 많은 자율성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복지의 일환으로 비용과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직원들에게 충분한 리프레시 기간을 줘 사기와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기업 주도 워케이션은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간이나 방식, 대상 지역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네이버 : 국내에서 워케이션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은 네이버입니다. 지난 7월부터 강원 춘천에 있는 연수원과 일본 도쿄 거점 오피스를 활용해 워케이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최대 4박 5일 동안 놀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해외 원격 근무를 공식화했습니다.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 괌 등 한국과 시차가 4시간 내외인 해외 어디서든 원격 근무가 가능합니다. 내년 3월까지는 최대 90일 동안 체류 가능하다는 기간 제한이 있지만 향후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합니다.

당근마켓과 야놀자 : 당근마켓은 지난 4월부터 3명 이상 팀원이 모여 제주와 강원, 남해 등 원하는 곳에서 함께 지내는 ‘함께 일하기’ 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야놀자 역시 지난해 11월 강원도 평창에서 근무할 수 있게 워케이션 제도를 시도한 이후 최근 전남 여수와 동해로 업무 가능 지역을 확대했습니다.

CJ ENM과 한화생명 : 워케이션을 적극 도입하는 IT 업계에 비해 대기업은 조금 신중한 편입니다. 주로 회사가 보유한 콘도나 연수원 또는 회사가 임대한 임시 사무실을 활용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수준인데요. CJ ENM은 지난해 제주도 월정리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고 한화생명은 강원도 양양에 워케이션 숙소와 사무실을 구비했습니다. 

기업과 직원들의 동상이몽

최근 국내 기업들은 워케이션을 젊고 유능한 인재 유입을 위한 복지 제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젊은 직장인들을 회사로 영입해 이들을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데 유연 근무제가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죠. 기존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번아웃을 해결해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고요.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3월 한화, 포스코, KT, 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대기업과 IT 기업의 임원⋅인사 담당자 52명을 대상으로 워케이션의 긍정적 효과를 조사했는데요. 워케이션이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1.5%에 달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체로 워케이션이 ‘직무 만족도 증대’(84.6%), ‘직원 삶의 질 개선’(92.3%)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시행 중인 워케이션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 주도형으로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다 보니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정성 이슈가 있습니다. 현재 워케이션은 원격 업무가 가능한 저연차 직원들에게 시범 제공되고 있습니다. 임원과의 수시 회의 같이 주로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중간 관리자 이상 직원들에게 워케이션은 ‘그림의 떡’입니다. 같은 회사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이 생기게 된 거죠.

그보다 큰 문제는 일하는 장소와 시간대가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입니다. 코로나 초창기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관리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집착했습니다. 매일 아침 메신저 접속 여부를 체크하고 수시로 사내 메신저나 단톡방에 지시사항을 올린 뒤 대답이 얼마나 빨리 오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일하는 시간대가 자유로운 워케이션에서는 실시간 소통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또한 메신저 접속 여부를 체크하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을 고수할 경우 생산성도 떨어지고 워케이션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도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워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조직 내 구성원들이 이 제도의 장점을 두루 누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동기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전환으로 말이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각자 일하는 환경의 차이를 수용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비대면이 공간 개념이라면 ‘비동기(Asynchronous)’는 시간 개념입니다. 다른 시간대에 시차를 두고 말하는 대화 형식을 말하죠. 일하는 시간이 고정돼 있을 때에는 주로 회의, 전화 같이 정보를 전달하는 당사자들이 실시간으로 업무 내용을 공유하면서 소통했습니다.

반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즉시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겁니다. 최근 다수의 기업에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늘리기 위해 회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규칙을 정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비대면 근무 상황이 아니더라도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효율적인 소통 방식입니다. ‘즉각성’에 집착하느라 불필요하게 허비된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끊임없이 울리는 메신저와 알림, 참석 이유도 모르고 불려 들어간 회의, 틈만 나면 진행 상황을 묻는 상사, 자동화되지 못해 일정하게 해야 할 잡무에 시달린 경험. 직장인이라면 익숙하실 겁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이 우선시됩니다. 정작 개인과 조직에게 중요한 일에는 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없게 되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는 각종 알람은 우리에게 ‘멀티태스킹’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 아셨나요? 우리가 멀티태스킹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들은 정확히 말하면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널뛰며 빠르게 적응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주의를 전환하는 행동은 집중을 방해하고 일의 초점을 흐리게 합니다. 매번 처음에 하던 업무로 돌아오기 위해 소중한 인지 자원을 소비하게 되고요.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연구팀에 따르면 방해 요소로부터 신경이 분산됐다가 원래 하고 있던 작업에 다시 정신을 집중하는데 평균적으로 2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효과적입니다. 중요한 일이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주의 깊게 문제를 생각하고, 관련 자료를 살피고, 생각을 정리하고, 전체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포함해서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주류 소통 방식이 된다면 몰입을 방해하는 알람에서 자유로워지므로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업무 시간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업무 만족도와 내재적 동기 부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워케이션을 대중화하려면

물론 텍스트 기반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업무를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회사에서는 언제든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한 가지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중요한 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과도하게 비중이 쏠려 있었는데요. 이제는 단계적으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적용해보는 게 어떨까요? 워케이션과 하이브리드 워크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 볼 팁을 소개합니다.

1️⃣ 집중 근무 시간을 설정하자 : 최소한 모든 직원이 지켜야 할 ‘집중 근무 시간’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모두가 ‘온라인’인 시간을 최소한 확보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한국 시간으로 오후 2∼4시는 전 세계 어디에 있든 메신저나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접속하는 거죠. 이 시간을 활용해 회의나 컨퍼런스 콜 등을 진행하면 비대면 상황에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강제할 때 따라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서로 떨어져 일하는 직원들의 소외감 문제도 해소할 수 있고요.

2️⃣ 원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글로 표현하라 :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성패는 대기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별도로 알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상대방을 쪼는 방식으로 손쉽게 해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해외에서 워케이션을 보낸다면 쓸 수 없겠죠.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메시지를 여러 번 주고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번에 구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하듯이 인사말만 던져놓고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죠. 

이때 비대면 상황임을 고려해 상대방이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업무 진행 상황이나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가독성이 높은 간결한 글쓰기 방식도 중요하겠죠. 질문이 여러 개라면 질문과 함께 예상되는 상대방의 답변과 나의 의견을 덧붙이는 게 좋습니다.

비동기커뮤니케이션 예시

스트라이프의 텍스트 커뮤니케이션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순기능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으로 미국의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가 있습니다. 창업 11년 만에 ‘페이팔’의 대항마로 떠오른 스트라이프는 매달 개발자를 위한 매거진을 발간하고 CEO인 패트린 콜리슨이 사내 메일에 각주를 사용할 정도로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스트라이프가 글쓰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으며, 지식 공유에 탁월하고, 정확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스트라이프는 글쓰기를 독려하기 위해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각주 사용을 권장합니다. 본문에 중요 정보를 기입하고 주변 정보는 하단에 각주로 넣어서 핵심 정보를 먼저 전달하면 메일 분량을 최소화해 독자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2) 사내에서 사용할 샘플 문서를 제공합니다. 직원들은 규격화된 샘플 문서를 보고 시작과 구성, 톤을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이미지와 그래프 활용을 적극 권장합니다. 시각 콘텐츠를 사용하면 읽는 이의 이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4) 문단을 짧게 쓰고 소제목과 번호 등을 활용해 글에 휴식을 주라는 건데요.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읽기 쉬운 글을 쓰기 위한 방법입니다.

5) 마지막으로 동료끼리 서로의 글을 점검해주는 문화를 형성합니다. 작성자는 쓰고 고치는 과정에서 글의 논리에 익숙해져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므로 타인의 글을 봐주면 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겠죠.

3️⃣ ‘나는 일하는데 넌 놀고 있냐?’는 생각을 버리자 : 워케이션을 도입한 조직의 리더들은 ‘근접 편향’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 꼬박꼬박 출근해 눈에 자주 띄는 직원에게 본인도 모르게 좋은 평가와 보상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리더가 이런 오류에 빠져 있으면 워케이션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는 조직 내 불필요한 오해나 불만이 쌓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문제를 조정하는 수용적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워케이션을 활용하는 직원이 있는 팀에서 회의를 진행할 때는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 위주로 회의가 진행되게 해서는 안 되겠죠. 팀원 일부가 회사에 나와 있다고 하더라도 팀 미팅은 무조건 온라인으로 해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모니터에 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회의 중 발언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제로라도 돌아가면서 발언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모든 회의를 녹화해 공유하면 회의 시간에 접속할 수 없는 다수의 원격 근무자가 언제든 회사의 주요 이슈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직원들에게 더 큰 자율성을 주는 업무 방식이 뉴노멀로 자리 잡는 시점입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워케이션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도 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여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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