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물류센터의 생존법(feat.당일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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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소 물류센터의 생존법(feat.당일배송)

택배 상자와 배달 대행

얼마 전 한 당일배송업체 임원에게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당일배송 시장을 둘러싼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다양한 서비스 확장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더군요. 이 업체는 여러 중소형 ‘e커머스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일명 ‘동맹군’이라 불리는 협력관계를 구축해 위기를 돌파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통합물류 센터 ‘풀필먼트 업체’와 힘을 모아보겠다는 겁니다.

업체 이름은 ‘고박스’입니다. 2020년 6월 사업을 시작한 비교적 신생업체라 생소할지 모릅니다만, 업계에서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고박스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입점한 시장의 약 20%에 달하는 28개 시장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 시장들은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배송을 하고 있는데요. 배달대행 특성상 장거리 배송은 어렵습니다.
(🔗 앱 터치로 어디서나 닭강정-반찬 ‘찜’… “이젠 골목시장이 마당발”, 동아일보)

고박스가 주력하던 ‘전통시장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의 최근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시장의 온라인 매출 자체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입점업체는 대부분 반찬 등 먹거리 상인들인데, 전반적인 주문이 감소됐다는 게 상인들의 공론입니다. 이들은 주문이 줄어든 이유로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나가 외식을 하게 된 점을 지목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고박스는 기존의 시장배송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풀필먼트 업체와 연합을 형성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위기감이 만든 변화

그런데 따져보면 이게 좀 이상하기도 합니다. 풀필먼트 업체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가 아니니까요. 이 업체들은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는 화주사를 대상으로 물류 처리 비용과 보관비용을 받아서 돈을 법니다. 엄밀히 말하면 당일배송 서비스 이용을 결정하는 주체는 화주사이지 풀필먼트 업체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당일배송 업체가 풀필먼트 업체와의 협력을 강구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물류 업계에 퍼지는 모종의 위기감을 동시에 감지했기 때문이죠. 고박스 측에 따르면 최근 중소 풀필먼트 업체를 이용하는 고객 화주사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관측되고 있다고 합니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마감시간을 뒤로 미뤄주는 등 서비스 품질이 높은 대형 물류센터 운영사로 계약업체를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중소 업체들이 처리하던 물량이 CJ 대한통운으로 대표되는 택배&이커머스 물류센터 사업자에게로 흡수되고 있다는 거죠.

중소 풀필먼트 업체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이 초기에 수익이 없을 걸 알면서도 물량이 적은 화주사를 유치한 건 ‘미래 가치’의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당장은 돈이 안 돼도 앞으로 화주사가 성장하고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내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본 거죠. 

풀필먼트 업체는 화주사들의 이탈을 막을 장치가 필요했고, 이는 서비스 품질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들 눈에 들어온 게 ‘택배보다 더 빠른 배송’입니다. 당일출고-익일배송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택배 네트워크로는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같은 빠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이 틈새 시장을 간파한 고박스는 라스트마일(Last mile·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최종 배송구간) 물류회사들과 본격 제휴를 맺기 시작합니다. 화주사들을 포섭할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복안인 거죠.

이런 배경하에 고박스는 최근 물류대행 비교견적 플랫폼 ‘로지켓’과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로지켓 네트워크에 있는 100여 개의 풀필먼트 회사에 고박스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연동하겠다는 목표로 말이죠. 연동 작업을 위해 로지켓은 올해 물류창고관리 시스템(WMS)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군소 물류업체거 상생하는 방법

물류 업계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자체 물류로 시장을 장악한 쿠팡과 네이버 물류 연합군이 전면전을 펼치는 동안 시장 뒤편에서는 중소 풀필먼트 업체와 라스트마일 물류업체가 힘을 모아 생존을 위한 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커넥터스에서는 인천시 당일배송 시범사업에 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지난주 아티클). 이 사업 역시 당일배송업체 ‘V2V’와 국내물류센터 운영사 삼영물류, 패스트박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협력이 있었기에 첫 삽을 뜰 수 있었습니다.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사들의 물량에다가 기존 택배에 추가되는 옵션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연결한 거죠.
(🔗 V2V : 휴맥스가 선택한 주차장 기반 2500원 당일배송망, 커넥터스)

해운 물류 플랫폼 ‘밸류링크유’는 최근 AI 기반 물류 자동화 서비스 업체 바이너리브릿지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자사가 운영하는 수도권 내 물류센터 3곳에 바이너리브릿지가 제공하는 당일배송 서비스 ‘핑퐁’을 연결하기 위함입니다. 밸류링크유는 이미 당일배송 역량을 갖춘 다양한 라스트마일 물류업체들과 연동을 마쳤습니다. 밸류링크유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별도의 서비스 계약을 맺을 필요 없이 바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네이버 물류 플랫폼 FNA 파트너 물류센터 운영사 사이에도 새로운 라스트마일 배송업체와의 연합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NFA 파트너사 두핸즈가 지난 7월 바로고와 업무협약을 통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확장했고요. 온라인 판매를 하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스토 역시 최근 콜드체인 전문 기업 팀프레시와 제휴해 새벽배송⋅당일배송 타임라인을 강화했습니다. 

물류 시장에서 검증받은 완성도 높은 디지털 기술력을 보유한 물류 스타트업 기업간의 상호 협력 확대는 물류 산업 내 상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풀필먼트 업체는 당일배송 업체와의 제휴로 물류센터 밖 라스트마일 물류까지 품질을 강화할 수 있고, 당일배송 업체는 잠재 고객사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 서비스의 차별화는 물류기업은 물론 이커머스 기업에게도 중요한 경쟁력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엄지용 : 유료 구독자 기준 국내 최대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 창업자. 수천명에 달하는 구독자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연결해 가치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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