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가 ‘빌 게이츠’에 베팅한 속내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이철민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와 손잡은 SK :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9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서울 방문과 동시에 빌게이츠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설립한 테라파워에 SK그룹이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를 설계하는 기업입니다(🔗관련 기사).

원자로의 축소판인 SMR : SMR은 쉽게 말해 기존의 원자로를 작게 축소한 형태입니다. 발전 용량과 발전소 크기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안정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발전 용량은 크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기존 원자로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것인데요. 공장에서 각 모듈을 생산하면, 설치 장소에서는 조립만 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SMR의 특징입니다.

현재 다양한 종류의 SMR이 연구 개발되고 있는데, 테라파워는 SFR(Sodium-cooled Fast Reactor)이라는 기술을 쓰고 있습니다. 기존 원자로에서 쓰이는 중성자보다 빠른 고속 중성자를 사용하여 기존 원자로보다 효율이 100배나 높습니다. 핵분열에서 발생한 열을 물이 아닌 액체 소금으로 냉각해 안정성도 담보하는 방식입니다. 더 기술적인 내역까지 이해하면 좋겠지만, 매우 전문적인 영역인 만큼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한미 원전 동맹의 결과물? : 대신 이번 투자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른바 ‘한미 원전 동맹’이라고 불리는, 양국간의 원자력 분야 협력 체계 구축 과정에서 나온 중간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협력 대상인 다양한 원전 관련 사업 분야 중 하나를 테라파워가 영위하고 있고, 거기에 SK가 베팅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빌게이츠가 원전에 주목하는 이유 : 남는 궁금증은 IT 업계의 신화적인 존재인 빌 게이츠가 왜 원전 사업에 투자를 했는가 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3부작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를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일생과 함께 그가 현재 해결하고자 하고 있는 저개발 국가의 화장실 문제, 소아마비 예방접종 문제 등 인류의 난제들을 소개하는 이 다큐의 3편에서 바로 테라파워를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빌 게이츠의 문제 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에너지는 현대 생활 양식의 기초가 되는 기적과 같은 존재다.

·  그런데 에너지의 주요 원천인 화석 원료는 필연적으로 기후 변화를 유발한다.

·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효율이 낮고 간헐적이며 저장도 어렵다.

·  다른 대안 중 하나가 원자력인데, 지난 30여년 동안 이 분야에는 혁신이 없었다.

·  예를 들어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와 운영에는 컴퓨터가 전혀 쓰이지 않았다.

·  미국의 가장 현대적인 원자력 발전소조차 60년대 설계하여 70년대 지어졌다.

·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휴먼 에러를 최소화하는 원자로의 설계가 가능하다.

위기 극복하고 2028년 가동 시작 : 그의 원대한 계획은 테라파워의 창업 초기에 어느정도 실현 가능성이 이미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추가적인 투자와 실험이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실험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중국 정부와 합의에 이르지만, 트럼프의 집권 이후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마저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테라파워 프로젝트를 계속 지원했고, 마침내 미국 와이오밍주의 작은 탄광도시 케머러에 첫번째 SMR 건설을 확정하는 성과를 이뤄냅니다. 2024년 착공되어 2028년부터 가동될 예정인데요. 그 과정과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관련 기사).

새로운 원전 만들 기회 :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 더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한 원전이 보급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일조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요.

🇬🇧 월급이 오르는데 월급이 떨어지는 영국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이효석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실질임금 하락 중인 영국 : 16일(현지 시각)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영국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작년 동기 대비 3% 하락했습니다. 집계가 시작된 2001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겁니다. (실질 임금은 명목 임금에서 물가 상승 효과를 제거해 산출합니다.) 이는 임금 상승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는 걸 의미합니다.

17일에 발표된 영국의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0.1%로 40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 상승률이 오는 10월엔 13% 이상일 거라 전망한다는 겁니다.

위 그림에서 파란 선은 명목 임금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영국 사람들이 실제로 받는 월급이라고 볼 수 있죠. 빨간 선은 실질 임금입니다. 파란 선이 최근 상승한 것과 달리 크게 감소했죠. 실질 임금은 쉽게 설명하면 “월급 받은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자장면 개수”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가령 코로나가 한창일 때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임금이 동결됐는데, 안 좋은 경기에 자장면 가격은 5% 하락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임금이 동결됐다는 사실 자체는 기분이 나쁘지만, 내 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자장면 개수는 늘었습니다. 실제론 더 부자가 된 셈이죠.

하지만 최근 영국 상황은 위와 반대입니다. 회사 상황이 좋아지면서 임금을 5%나 올려줬지만, 자장면 가격이 10%나 오른 것이죠. 계좌에 들어오는 돈은 많아졌지만, 오히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자장면 개수는 줄어든 것이죠. 이런 상황을 전문 용어로 ‘구매력이 감소했다’고 표현합니다.

어쩌면 IMF보다 더 심각한 2022년의 위기 : 위 그림에서처럼, 지금 영국인들의 실질 임금은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줄고 있습니다. 더 냉정히 얘기하면, 계좌에 찍히는 임금은 올라가서 내가 부자가 된 착각에 빠질 수 있지만 사실은 정말 빠른 속도로 가난해지고 있단 얘기죠. 때문에 최근 영국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의 이름을 생활 물가 위기(cost of living)라고 합니다. 언젠가 2022년을 돌아볼 때 붙을 이름이 “먹고 살기 힘들어진 위기”일 수 있다는 게 어쩌면, 리먼 사태나 IMF 외환 위기 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부자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아이러니는 또 있습니다. 영국 실업률이 3.8%로 고용 시장 상황이 좋다는 점입니다. 임금을 올려줘야 할 정도로 고용 시장이 좋지만, 에너지를 포함해 대부분의 물건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국의 물가는 그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생긴 아이러니인 것이죠. 게다가 영국 중앙은행은 10월 물가가 13% 이상 오를 거라고 미리 예고해 놨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겁니다.

연준 vs 서머스, 누구 말이 맞나? : 영국보다는 낫지만 미국도 비슷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는 연준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선 실업률이 안 올라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 노동 시장 역시 너무 타이트해서, 회사는 10명을 뽑는데, 일을 하려는 사람은 5명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금리를 올려 경기가 안 좋아지면 뽑는 사람의 숫자가 7~8명으로 줄긴 하겠지만 실업률이 경기를 망가뜨릴 정도까지 악화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인플레를 강하게 경고해왔던 서머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는 10명을 뽑는데, 5명밖에 일하지 않는 상황이 노동 시장의 비효율적 상황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코로나 이후 노동 시장이 크게 변하면서 기존에 해고를 당했던 회사로 재취업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이를 전문 용어로는 ‘고용 회복의 마찰 요인’이라고 하는데요.

서머스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실업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때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연준과 서머스의 서로 다른 주장은 현재 고용 시장을 구조적 문제로 보는지, 일시적이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는지에 따른 차이입니다. 연준의 주장처럼 고용 시장의 변화에도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를 잡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린 언제까지 부자란 착각에 빠져있진 않은지를 고민해야 할까요?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홀로 버티던 서초구 집값, 꺾였다 : 서울 집값 전반이 내리는 와중에도 ‘나홀로’ 꺾이지 않던 서초구 아파트 가격이 결국 꺾였습니다. 25주 만의 하락세 전환입니다. 서울 25개 구 전체 아파트 값이 떨어진 건 3년 6개월 만입니다. 지난주까진 서초구·용산구가 보합을 유지했었는데요. 지난 화요일 정부의 새 부동산 정책 발표 때, 재건축 규제 완화의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관련 기사).

> 주류세 줄어들자 음주 독려하는 日 : 일본 정부가 주류세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음주를 독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국세청이 사케나 위스키, 맥주 등 주류 판매 촉진을 위한 공모전을 기획한 건데요(🔗관련 기사). 그 배경에는 줄어든 주류세수가 있습니다. 2020년 일본 주류세수는 전년보다 약 1조740억원 감소한 10조7400억원에 그쳤습니다.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죠. 결국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는 2030을 대상으로 이번 공모전을 기획했는데요. 정부가 나서서 음주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