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이중플레이?

광고업계에 폭탄 던진 애플

애플은 지금 광고업계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애플이 모바일 이용자에 대한 광고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애플은 광고 사업을 강화한다고 나섰습니다. 애플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ATT, App Tracking Transparency)’이라는 기능을 iOS에 추가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앱이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려고 하면 앱 추적 허용을 묻는 팝업창이 뜨게 한 겁니다. 아래 문구와 함께요.

“0000 앱이 다른 회사의 앱과 웹사이트에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습니까? 당신의 개인정보는 맞춤형 광고 제공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제 이용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제3자 앱은 이용자 개인의 행동을 추적하지 못합니다. 즉, 이용자 취향을 타깃한 광고가 불가능해집니다. 바로 이 점이 소셜미디어 업계와 광고업계에서 비명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소셜미디어에 맞춤형 광고를 해온 마케터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갑작스러운 애플의 행보에 딴지를 거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명분이 있으니까요. 다만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주가는 조용히 내려갔습니다.

애플이 광고업계와 얼굴을 붉혀가면서까지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이유는 수익 구조 덕입니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광고를 통한 매출은 많지 않습니다. ‘아이폰은 프라이버시를 잘 지켜준다’는 인식이 강화될수록 아이폰 판매는 늘어날 겁니다. 또 광고 매출이 줄면 앱 개발사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앱 내 결제(In App Pulchase, IAP)’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지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애플이 광고 사업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뉴스, 주식 등의 아이폰 기본 앱에서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애플TV+에도 메이저리그 관련 광고를 넣었습니다. 광고를 ‘공해와 같다’라고 비난했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행보입니다.

게다가 애플의 광고는 이용자의 애플 계정 정보를 이용한 추적 광고입니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다른 앱들의 추적 광고를 제한한 걸 생각하면 모순적입니다. 물론 이용자는 설정에 들어가서 추적을 끌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이용자는 특별한 변경 없이 이용하기 마련이죠.

심지어 애플이 소유한 앱에서는 ATT와 같은 팝업창이 뜨지 않습니다. 애플의 앱은 제3자 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ATT는 제3자 앱이 이용자의 행동을 추적할 때 사용되는 정책입니다. 애플이 소유한 앱은 제3자가 아니라 제1자 즉, 자신인 거죠.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는 특권인 셈입니다.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플랫폼스로 바꾸고, 메타버스에 회사 운명을 건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이 지배하는 모바일 플랫폼 위에서 구축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라는 성은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실제로 ATT 정책 하나로 광고 비즈니스가 휘청거렸습니다.

그래서 메타플랫폼스는 모바일에서 떠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시대로 가려고 합니다. VR⋅AR(가상⋅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로요. 페이스북이 VR 디바이스 확산에 열심인 데에는 이런 비화가 있었습니다.

낙태 불법화 영향? 페이스북 메시지 압수수색 논란

최근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18세 여성과 그의 어머니가 낙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미국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47년 만에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를 뒤집으면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겁니다(🔗관련 기사). 

모녀는 온라인으로 구입한 약물로 집에서 낙태를 한 후 태아의 시신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은 시체 유기, 타인의 죽음 은폐, 허위 정보 제공 등 세 건의 혐의로 두 사람을 기소했습니다. 주 검찰은 수색영장을 받아 메타플랫폼스으로부터 모녀에 대한 정보를 받았습니다. 이 안에는 다이렉트메시지(DM)도 포함됐는데, 대화에서 딸이 약물을 통해 사산한 아이를 낳았고 사체를 매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여성운동계와 개인정보 운동가들은 빅테크가 보유한 정보가 여성의 낙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그러자 빅테크 기업들은 낙태 범죄화에 반대한다며 되레 낙태 경비 제공 등의 복지정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페이스북이 적어도 낙태를 범죄화한 주의 법원 명령을 따르게 될 거란 걸 보여줍니다.

메타플랫폼스는 “영장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라며 “당시 경찰은 낙태 결정이 아닌, 불에 태워 매장된 사산아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낙태범죄화 반대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나타내기 위한 말일테지만 그 자체로 함정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개 사기업이 검찰의 수색영장 내용을 보고 범죄의 종류에 따라 압수수색에 응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기업이 주정부 검찰의 공권력을 판단해도 되는 걸까요? 아니, 판단할 자격이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카카오톡 압수수색 논란이 있었습니다. 카카오 역시 검찰의 감청 영장에 응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카카오 측은 서버에 저장되는 기간을 줄이고, 압수수색이나 감청이 불가능한 비밀채팅 기능을 만들어 논란에서 벗어났습니다.

실적 하락세 보인 美 기업, 반도체 겨울 예고?

반도체 호황이 끝나기 무섭게 반도체 겨울이 다가올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이 줄줄이 올해 2분기 실적 하락세를 기록한 데다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거든요.

1️⃣ 엔비디아 :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시장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분기 실적을 예고했습니다. 3분기 잠정 매출이 67억달러(약 8조7500억원)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3% 증가했으나, 전 분기에 비해서는 19% 가량 낮아졌죠. 특히 게이밍 부문 실적이 전분기에 비해 44%,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33%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2️⃣ 인텔 :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인텔은 이번 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이 153억달러(약 20조43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하락한 겁니다. 가이던스, 컨센서스 전망치를 모두 하회한 인텔은 고육지책으로 채용 규모와 설비 투자를 줄이고,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긴축경영에 들어갔고요.

3️⃣ 마이크론 : 공시를 통해 애초 예측했던 68억~76억달러(약 8조9080억~9조9560억원)를 하회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크 머피(Mark Murphy)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예상보다 시장이 훨씬 광범위하게 나빠지고 있다”며 부정적인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죠.

반도체 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대중의 소비 심리가 줄어들었고, PC나 스마트폰 등 컨슈머 제품 구매자도 줄어든 것이죠. 데이터센터⋅서버 부문 수요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으나, 이 또한 투자 계획 지연에 따라 수요가 감소할 위험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맞춰 주요 반도체 기업은 공격적인 투자 대신 반도체 수요 급감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려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도 “실적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신경을 써야할 때”라면서 “세계 경제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대응에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왕관 쓴 디즈니, 요금 올리고 광고 들인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말, 영상 구독 시장에서도 통했습니다. 월트 디즈니 왕국이 가입자 수에서 넷플릭스를 제쳤습니다. 디즈니플러스 단독으로 해낸 일은 아니고요, 훌루와 ESPN 플러스까지 합친 구독자 수가 2억2110만 명이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2억2070만 명이었으니 왕좌가 바뀐 거죠. 더군다나 지금 넷플릭스는 구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즈니플러스 단독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어난 1억521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디즈니가 잘 나가는 비결은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덕입니다. 후발 주자들도 넷플릭스의 전략을 차근차근 따라가는데요, 프랜차이즈 측면에서 확실한 팬덤을 가진 디즈니는 더더욱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스타워즈와 마블에서 내놓은 신작을  2분기에만 1440만 명이 넘는 신규 구독자가 생겼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가입자 늘어난다고 돈을 다 잘 버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영상 구독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디즈니 역시 오리지널을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콘텐츠 제작을 필두로 지출이 많다보니 2분기에 오히려 11억달러(약 1조44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고 하네요. 

성장세인 디즈니나 둔화세인 넷플릭스나 수익성 개선이 다급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곳 모두 연말에 요금을 인상한다고 합니다(🔗관련기사). 디즈니는 미국 기준으로 10.99달러(약 1만4400원)의 구독료가 책정됐습니다. 지금 가격을 유지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러려면 광고를 봐야 합니다. 연말께 광고 모델 도입은 넷플릭스도 준비하고 있는 모델이죠. 그런데 콘텐츠를 볼 때 광고 없는 것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강제적인 광고 시청은 생각보다 큰 불편을 야기합니다. 따라서 광고 없는 요금제로 구독자들이 이동하게 되면 자연스레 디즈니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본 것이죠.

플랫폼이 늘어나고, 또 모두 가격 인상을 하게 될 경우 아예 서비스 중 일부를 정리하는 이용자도 따라서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입자 이탈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디즈니 측은 이를 감안해 기존 가입자들이 특별히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광고 전용 상품으로 전환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일부 인기 프로그램은 광고 없이 볼 수 있도록 나름의 유인책을 세웠다고 합니다.

미국 청소년도 틱톡에서 논다

페이스북이 아재들의 놀이터가 된 것은 한국 뿐만이 아니라네요. 미국 청소년들도 페이스북을 이탈해 틱톡으로 갔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2014~2015년에는 71%에 달했던 청소년의 페이스북 이용률이 올해 들어서 31%로 줄었습니다. 2018년에 등장한 틱톡은 무려 67%가 이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그 뒤를 이어 62%이고, 스냅챗이 59%입니다. 심지어 응답자 중 16%는 끊임없이 틱톡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압도적 일등은 유튜브(95%)입니다만 유튜브는 청소년에게 인터넷과 같은 기능을 하니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들은 미국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가 13~17세 사이 청소년 1316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4일까지 한 조사 결과입니다(🔗관련 기사).

이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점은 인구통계학적 분석인데요, 성별과 인종에 따라 주로 쓰는 SNS가 다르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0대 남자 청소년은 유튜브와 트위치, 레딧을 많이 쓰는 반면 여자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틱톡과 인스타그램, 스냅챗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종별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10대 청소년이 백인에 비해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왓츠앱을 더 많이 쓴다고 조사됐습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요, 저소득 또는 중산층의 청소년들이 더 부유한 가정의 청소년보다 소셜미디어에 더 많이 접속한다고 합니다.

조사에 응한 10대 중 35%는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등 상위 다섯개 온라인 플랫폼 중 하나를 거의 끊임없이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청소년 중 3분의 1(36%)은 본인 스스로 너무 많은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반이 넘는 55%는 소셜미디어에 쏟는 시간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었고, 오직 8%만이 적은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보낸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 청소년들의 54%가 소셜미디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인터넷에 항상 접속할 수 있는 환경에서 소셜미디어의 힘은 계속해 커지고 있습니다. 주로 노는 곳이 페이스북에서 틱톡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죠.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 결과,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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