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경기침체가 유독 이상한 이유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예상 뛰어넘은 고용지표 : 주말 동안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됐습니다. 결과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예상(25만개)보다 2배 이상 많은 52만8000개 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직장을 떠나야 했던 약 2300만명이 모두 일자리로 돌아온 셈입니다.

완벽한 경제지표? : 세부적으로 보면,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작년 같은 달보다 5.2% 상승했습니다. ‘경기침체는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완벽한 경제지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 가지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연준의 통화정책입니다.

지금까지 연준은 금리를 올려서 수요를 둔화시키고, 이를 통해 인플레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FOMC 회의에서는 인플레가 둔화될 것 같으니 금리인상을 천천히 할 수도 있다는 신호까지 줬는데요. 고용지표가 이렇게 잘 나와버리면 ‘어? 이거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반응 : 일단 고용지표가 발표된 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연준의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2년물 금리가 무려 0.18%p 오른 3.23%까지 상승했습니다. 반면 경기를 반영하는 10년물 금리는 겨우 0.02%p 상승(2.83%)에 그쳤습니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됐고, 역전 폭이 확대된 겁니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현상은 앞으로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전조현상으로 여겨집니다)

또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0.75%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68%까지 높아졌습니다. 쉽게 말해 고용지표가 발표된 이후 투자자들이 ‘금리를 더 많이 올릴 텐데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할 것 같아’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전 재무장관의 경고 : 고용지표 발표 후 세계적인 석학이자 인플레이션을 가장 먼저 경고했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요지는 “인플레가 잡힌다고 연준이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현재 경제는 매우 심각하게 과열돼 있고, 1970년대에 겪었던 최악의 인플레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실질금리를 더 올려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머스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입장 변화도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인플레는 없다고 공언했던 폴 크루먼도 최근 “내가 틀렸다”고 인정한 만큼 지금은 연준이 금리를 천천히 올릴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연준에 더 강력한 인플레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인플레 막는다 = 달러 가치 지킨다 : 그렇다면 인플레가 심화될 정도로 경기가 과열인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을까요? 이쯤에서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준이 인플레가 계속되지 않도록 막는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달러의 가치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플레는 사람들이 앞으로 물건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물건가격 상승은 화폐 가치 하락을 의미하니까요. 즉 인플레를 막는다는 의미는 사람들이 달러 가치가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죠.

에너지 자립 무기 있는 미국 : 그런데 올해 이후 여러 상황을 보면 연준은 달러 가치를 지키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 사람들이 달러만 찾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안 보내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여유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강한 달러와 에너지 자립이라는 무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CPI 물가 지켜봐야 : 경기침체와 인플레, 연준의 정책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수요일에는 7월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발표됩니다. 향후 연준의 정책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이 지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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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금이 실종됐다!
오늘의 이슈

줄어드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 은행에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요구불 예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관련 기사). 먼저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데요.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매우 우유부단한 돈입니다. 경기가 좋아질지 나빠질지 잘 모르겠을 때 주로 돈이 머무르는 곳입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경기가 매우 좋거나 나쁠 때는 그 규모가 줄어듭니다. 경기가 매우 좋으면 투자하느라 굳이 수시입출금 계좌에 돈을 머물게 합니다. 반면 매우 나쁘면 정기예금 같은 고정 이자를 주는 곳에 돈을 피신시킵니다.

7월 들어 급감 : 요즘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줄어들었다는 뉴스는 이제 사람들이 어느 쪽이든 결정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이 뉴스에서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 부분은 6월까지는 계속 700조원 이상을 유지하다가 7월 들어 급감했다는 대목입니다. 정기예금에 돈을 넣으면 2~3년 안에는 빼지 못해서(중도해지를 하면 이자 손실이 큽니다) 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시기에는 정기예금 가입을 꺼립니다. 좀 더 기다렸다가 금리 고점에서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싶기 때문이죠.

금리 고점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 : 7월에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이 금리가 어느 정도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채권금리가 장기 금리를 중심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뉴스도 거의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관련 기사)

금리 더 오를 가능성도 있어 : 문제는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관련 기사). 7월 수시입출금통장에서 돈을 빼내서 정기예금으로 옮긴 투자자들의 선택은 잘한 것일까요. 아니면 섣부른 결정이었을까요. 앞으로 발표될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CPI)와 연준의 행보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바이든이 증세 카드를 꺼낸 이유

물가 오를 때 금리 인상하는 이유 : 물가가 오를 때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나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구매를 주저하고 물가가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금리 외에 세금 카드 꺼내 든 바이든 :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나쁘게 만드는 방법은 금리 인상 말고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기업에 세금을 더 많이 걷으면 기업이 그 부담 때문에 채용을 줄이거나 해고를 늘리고,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이런 생각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하기 시작했다는 뉴스입니다(🔗관련 기사).

영국은 정반대 행보 : 문제는 이렇게 되면 상품의 공급 주체인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상품의 공급이 결과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영국이 오히려 세금을 줄여서 기업들의 공급능력을 키우자는 쪽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줄어든 세금만큼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좋아진다는 문제가 생기기는 합니다.

🏠 힘 합치는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

뭉치는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들 :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의 소유자 대표들이 단체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지금까지는 개별 단지들이 각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앞으로는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와 모종의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파업과 비슷한 효과 낼 것 : 서울에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게 목표인 서울시로서는 이렇게 단지들이 연합해서 움직일 경우 개별 단지들이 요구하는 사안(예를 들면 임대아파트 비율 인하 등)을 각개격파식으로 조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어느 한두 아파트 단지가 사업 진행 일정을 늦추는 것은 괜찮지만, 모든 단지가 일정을 늦추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마치 근로자들의 파업과 비슷한 효과를 갖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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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수요예측 흥행 실패한 쏘카 : 쏘카가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고 합니다. 결과는 화요일에 공개될 예정이지만, 경쟁률이 100대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다수는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이하를 써낸 것으로 전해집니다(🔗관련 기사). 쏘카가 상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희망 범위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데요. 앞서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흥행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어 쏘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 식량 가격 큰 폭 하락 : 7월 세계 식량 가격이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만을 통해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데 합의한 영향입니다(🔗관련 기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우크라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까지 치솟았는데요. 이후 3개월 연속 조금씩 하락하다가 지난달에는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 가격지수가 모두 내렸습니다. 하반기에는 식량 가격이 이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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