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가 나오기 힘든 이유

🔔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컨텐츠를 더 보시려면 경영/HR 탭을 눌러보세요.

👑 여성 리더가 나오기 힘든 이유

여성 리더

유리 천장. 승진하는 데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일컫기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사용된 단어입니다. 반세기 가까이 지난 아직도 유리 천장이 깨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성 리더를 확보하는 것이 여전히 전 세계 모든 조직의 주요 난제로 꼽히기도 하죠.

이 관점에서 어떤 방식이 더 많은 여성 리더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지 옵트인 방식과 옵트아웃 방식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옵트인은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 중에 리더를 뽑는 방식입니다. 반면 옵트아웃 방식은 자격을 갖춘 모든 사람 중에서 리더를 뽑되 의향이 없는 사람은 빠질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무엇을 발견했나?

호주의 멜버른대와 모내시대 공동 연구진은 1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두 선발 방식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옵트인 선발 방식을 적용했을 때는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하는 데도 성별 격차가 존재했습니다. 반면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한 경우 여성들이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고 결과적으로 리더 그룹의 성별 격차가 줄어들었습니다. 옵트아웃 방식이 유리 천장을 깰 수 있는 리더 선발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두 선발 방식의 구체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옵트인 방식은 마치 학급 임원 선거에서 반장이 되고 싶다고 손을 든 학생 중 투표를 통해 반장을 뽑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는 해당 리더 포지션에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의사 표현을 한 사람들만 리더 후보에 오릅니다. 리더로 뽑히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가 관심 있다는 것을 회사와 주변에 알려야만 하는 셈이죠. 서구권 기업에서는 이와 유사한 방식의 ‘내부 공모제’를 통해 리더를 뽑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반면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자격을 갖춘 모두를 리더 후보자로 간주합니다. 여기에서 자격은 성과, 경력 등 일반적인 승진 기준과 동일합니다. 다만 ‘나는 해당 리더 포지션에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의사 표현을 한 사람은 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옵트인 방식이 더 많이 활용되고 있고 얼핏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왜 여성 리더를 늘리는 효과는 없을까요? 연구진은 두 방식이 가진 디폴트의 차이로 사람들이 각기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옵트인 방식의 디폴트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기회가 없다’가 됩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는 리더 선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후보가 되겠다고 손드는 것은 엄밀히 말해 그 디폴트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옵트아웃 방식의 디폴트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기회는 주어진다’는 겁니다. 이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리더로 선발될 기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 디폴트에 반하는 행동은 아니게 됩니다.

연구진은 여성들이 옵트인 하에서 의사를 표현하기 더 어려워한다고 봤습니다. 여성들은 디폴트가 함의하고 있는 조직 규범에 따르는 경향이 더 크고, 현재 주류인 남성 중심의 규범에 반한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게다가 ‘나는 참여하겠다’라고 선언하는 행위 자체가 경쟁성이나 공격성처럼 남성성에 가까운 이미지라고 판단해 결국 참여를 포기할 수도 있는 겁니다.

반면 옵트아웃은 ‘나는 빠지겠다’라고 선언하지 않는 한 남녀 구분 없이 해당 방식이 함의하고 있는 규범을 따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참여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참여 선언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경쟁성이나 공격성 같은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옵트아웃 방식은 여성들이 리더 선발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결국 여성 리더가 더 많아져 리더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람들은 보통 국가나 조직에서 부여된 디폴트를 전체의 규범이자 추천 사항으로 받아들입니다. 때문에 그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리더 선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자격이 되는 사람들 모두를 후보로 간주한다면 ‘내가 저 과정에 뛰어들어도 될까?’라는 고민 없이, 남녀 구분 없이 자질을 갖춘 더 많은 이들이 리더 선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옵트아웃이라는 새로운 디폴트를 적용해 현재 주류 중심의 규범 혹은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적용할 때 따르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새로운 디폴트를 적용할 때 조직은 물론이고 개인이 그것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따져봐야 합니다.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했을 때도 참여를 원치 않는 후보자는 ‘나는 관심이 없다’라고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부정적인 표현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습니다.

옵트인과 옵트아웃 방식을 뛰어넘어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지점도 있습니다. 두 방식의 공통점은 바로 리더 선발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가 존중된다는 점인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리더 선발 방식은 두 방식 모두와 거리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리더를 선발할 때 대상자의 관심 여부나 의견이 그리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조직은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기준으로 리더를 선발하고 임명할 겁니다. 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개인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이 리더 선발의 기회와 절차, 그리고 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리더 선발 과정에서 자격이 있는 모든 대상자의 의견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그들의 참여 의지 역시 북돋아야겠죠. 무엇보다 과거의 뻔한 방식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리더 선발 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자질이 충분한 더 많은 여성 리더를 뽑기 위해서도 그렇고, 좋은 리더를 찾기 위해서도 그럴 겁니다.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새롭게 리더를 선발하려는 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 박종규 :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알투나칼리지 조교수

경영지식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최고의 경영 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입니다.


🔔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리멤버에 제공하는 경영/HR 컨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