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퇴사 시대, 팀빌딩의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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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퇴사 시대, 팀빌딩의 3가지

지난 2년은 당연했던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낯선 것들이 일상으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긴 터널 같던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이 시기, 당연했던 오피스 근무와 2년간 익숙해진 재택근무, 그 둘 사이 어딘가의 하이브리드 근무를 놓고 기업과 구성원의 팽팽한 입장 차이가 눈길을 끕니다.

2022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업무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50%는 풀타임으로 오피스에 복귀하기를 고려하는 반면, 직원의 53%는 하이브리드 또는 리모트 근무로의 완전한 전환을 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직원들의 오피스 복귀를 기대하며 3년간 수천억원을 들여 최첨단 사옥을 지은 한 국내 기업도, 최근 실시한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결국 하반기부터 새 근무제 도입으로의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일률적 근무 체계를 고집하지 않고 구성원의 자율과 선택을 존중하기로 한 파격적 행보입니다.

과거엔 기업이 언제 어디서 일할지 결정했지만, 하이브리드 시대엔 구성원이 업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합니다. 팬데믹 경험의 여파는 구성원의 근무 선호도와 삶의 우선순위에 근본적 영향을 미쳤고, 구성원은 이제 일보다 ‘건강과 웰빙’이나 ‘가족과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근무 유연성은 인재가 기업을 선택하는 새 기준이 돼 갑니다. ‘하이브리드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 선 기업. 파도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마지못해 끌려갈지, 익숙한 관행의 관성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으로 이 변화의 파도를 타고 즐기는 기업으로 진화할지,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하이브리드 시대, 패러다임의 전환

기업은 하이브리드를 오피스 근무와 리모트 근무가 적당한 비율로 병행되는 혼합형 근무 형태로 인식해선 곤란합니다. 하이브리드 시대로의 전환은 일하는 공간과 시간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부터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식까지 전방향적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하이브리드 시대에 맞게 업무를 재정의하고 기업과 리더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합니다. 일을 언제, 어디서 하느냐가 아니라 일을 어떻게 하고, 누가 하느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한 장소에 모여 근무하던 과거와 달리 감독과 통제가 어려워졌고, 권한 위임과 자율성 존중은 거부할 수 없는 선택으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리모트 근무 장기화가 시작되던 2020년 초반, 이 예측 불가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들 반응에는 확연한 온도 차가 드러났습니다.

A기업을 비롯한 일부 기업은 신속하게 리모트 근무 중 근태 관리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체크하고 2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사유를 소명하게 했고, 근태 확인 목적의 화상회의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감시와 관리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수록, 그 촘촘한 통제망을 뚫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여지없이 등장했습니다. 반면, B기업을 포함한 핀란드와 같은 유럽과 스타트업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마스크를 비롯한 기업 로고가 새겨진 굿즈를 집으로 보냈고, 심리 상담을 위한 핫라인을 개설하며 구성원 마음챙김에 투자했습니다. 경영진은 격려와 응원이 담긴 영상 챌린지를 이어갔고, 팀장은 팀원들의 소속감, 유대감, 심리적 안전감을 살피느라 분주했습니다.

과거에 투자 VS 미래에 투자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본질은 같은데, 두 기업의 반응은 왜 달랐을까요? 두 기업의 다른 선택은 기업과 리더가 구성원을 바라보는 근본적 관점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A기업은 관행을 고수하며, 달라진 환경에서도 여전히 구성원을 감시하고 통제하고자 애썼습니다. A기업이 과거를 유지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쓰는 동안, B기업은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만드는 데 투자했습니다. 기업과 리더의 역할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채용한 인재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업무환경 제공’이라는 본질에 집중했고,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을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에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결과적으로 B기업은 미래의 문제를 미리 풀기 시작하며 엔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는 리더의 42%가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 구성원과의 관계 구축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리모트 근무 직원의 41%는 회의에 참여하면서도 소속감 부재를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장기화된 리모트 근무로 코로나 블루와 번아웃을 경험한 구성원이 늘었고, 미국에선 소속감과 유대감을 상실한 직원 수백만 명이 직장을 떠나는 ‘대퇴사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맥킨지의 2021년 3분기 보고서는 기업과 리더가 대규모 인재의 소모와 유출을 막고 탁월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시대 팀빌딩으로의 전환해볼 만한 3가지 시도

일을 바라보는 구성원의 관점 변화는 하이브리드 시대로의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이제 구성원을 바라보는 기업과 리더의 관점 변화로 하이브리드 시대 팀빌딩으로의 전환을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기업과 리더가 감시와 통제 대신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하고 소통하는 팀을 구축하고, 효율과 성과 향상을 위한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요? 하이브리드 시대 팀빌딩을 위한 일상 변화의 트리거가 될 ‘해볼 만한 3가지 시도’를 미래의 문제를 조금 먼저 풀기 시작한 핀란드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온라인 회의로 시작하는 다양성 공존과 소통

리모트 근무로 출퇴근 시간을 절약했지만, 구성원들은 지금 온라인 회의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화상회의 플랫폼 팀즈의 평균 사용자의 경우, 2020년 2월 이후 주간회의 횟수가 153% 증가하고 회의 시간은 252% 증가했다. 인스턴트 메시지 채팅도 3분의 1 증가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회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건강한 온라인 회의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사우나를 닮은 핀란드 회의문화를 들여다봅시다.

약속한 시간에 꼭 필요한 만큼만 : 사우나를 사랑하는 핀란드인은 사우나를 예약한 시간에만 이용하고 너무 오래 머물거나 지나치게 자주하지 않습니다.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작뿐 아니라 종료 시간도 엄격히 지키고, 즉흥적이거나 빈번한 회의는 지양합니다. 미리 아젠다를 공지하고 각자 역할과 책임에 맞게 준비해오는 매너는 기본입니다.

퍼실리테이터 역할 : 핀란드 사우나에서 달궈진 돌 옆에 앉는 사람이 물을 부어 증기가 골고루 퍼지게 하듯, 회의에선 퍼실리테이터 역할이 중요합니다. 퍼실리테이터는 회의 참가자 모두의 의견 개진을 유도해 원활한 회의 진행으로 집단 지성을 도출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논의가 공동목적을 위한 효과적 합의 형성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항상 리더가 하기보다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배울 기회를 줍니다.

다양성 공존과 소통 : 사우나가 혈액 순환을 향상시키는 것처럼, 회의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반대하고 질문하는 동안 정보와 지식이 순환합니다.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남다른 나다움’으로 공존하고, 서로의 말을 경청하며 소통합니다. 데이터 활용과 명확한 표현은 전문분야가 서로 다른 구성원 간 오해의 폭을 좁히고 이해의 폭을 넓힙니다.

마음건강과 업무효율을 동시에 챙기는틈트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오피스 근무를 원하는 이유로 관계의 단절감을 꼽았고, 리모트 근무 직원의 55%가 외로움을 호소했습니다. 관계 형성은 하이브리드 시대에 기업과 리더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기도 합니다. 이 영향이 개인의 웰빙과 기업의 생산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리모트 근무 장기화로 시간 외 근무와 주말 근무도 증가 추세입니다. 퇴근 없는 리모트 근무가 오히려 과로와 번아웃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구성원 마음건강도 배려하고 업무효율도 높일 수 있을까요? 핀란드는 2016년부터 하루 10분 루틴으로 이 2가지를 동시에 챙기는 스마트한 시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소는 2016년부터 3년에 걸쳐 이 10분의 일상 루틴이 가져온 변화를 연구했습니다. 2019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년 동안 1인당 2일씩의 병가를 줄이는 효과가 있고, 이는 직원이 100명인 조직에서 연간 10만 유로의 재정적 이득을 의미합니다. 직원의 생산성도 시간당 1.5유로 증가했는데, 1년 동안 1인당 2600유로 이상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재정적 효과보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직원의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웰빙과 직장생활 만족도 향상에 미친 긍정적 영향입니다. 이 10분 루틴의 정체는 건강한 휴식문화를 게임처럼 일상에 적용한 ‘틈트(틈새 트레이닝)’입니다. 회사가 구입한 앱에서 각자 편한 시간에 맞춘 알림 메시지가 오면, 10분간 영상을 보며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합니다. 좁은 공간에서도 가능하며, 삼삼오오 시간을 맞추기도 하고 혼자 해도 괜찮습니다.

구성원이 따로 또 같이하는 ‘틈트’는 의도적 휴식을 공동체 루틴으로 만들어가는 여정입니다. 동료들과 스트레칭을 하며 웃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뭉친 거북목도 풀리고 뭉친 마음의 스트레스도 풀립니다.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구성원의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을 돌보는 동시에, 의도적 휴식을 권장해 구성원의 업무 집중력과 효율성, 생산성 향상을 돕습니다. 연구 결과는 ‘틈트’의 또 다른 이점으로 ‘회복력’과 ‘공동체 의식’ 향상에 주목했습니다. 직원들은 건강한 사회적 관계가 있는 조직에서 일하기를 선호하며, 보다 개방적이고 지원적인 조직문화가 직원경험의 개선과 업무 성과의 향상에 기여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이브리드 시대, 신뢰는 기업의 코어근육

팀빌딩의 본질은 하이브리드 시대에도 동일합니다. 팀원들의 소통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뢰는 건강한 팀빌딩을 위한 양질의 토양이 됩니다. 핀란드 기업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정보공유 문화가 있습니다. 클라우드에 파이프라인을 공유해 서로의 진행 상황을 인지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 다른 전문성을 보완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이는 제 몫을 다하지 않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지식과 정보가 개인이나 팀에 갇히는 사일로를 예방합니다. 집단 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한 긍정 경험이 조직 내에 쌓이면, 부서 간 협업의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집니다.

하이브리드 시대에 공유하고 신뢰하는 문화는 기업의 코어 근육과 같습니다. 서로 믿어주는 문화를 구축하려면, 일상에서 신뢰의 시도가 실천되고 긍정 경험이 반복해서 체험돼야 합니다. 신뢰의 시도가 축적되면 경험이 되고, 경험이 축적되면 일상이 됩니다. 팬데믹 동안 구성원을 신뢰하고 리모트 근무를 실시한 다수의 기업은 이미 업무 만족도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맛보았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각자의 몫을 책임감 있게 잘 해내리라 믿고 맡긴 시도가, 구성원과 경영진 모두에게 신뢰의 긍정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긍정경험을 기반으로 구성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도가 쌓이면 신뢰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됩니다. 구성원이 일하는 공간에 상관없이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은 하이브리드 시대 팀빌딩으로의 전환을 이끌어갈 기업과 리더의 몫입니다.

익숙한 관행을 낯선 새 문화로 바꾸는 조직의 ‘습관 성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믿어주는 문화가 새 행동 양식으로 정착하려면 기업과 리더,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신뢰는 양방향이죠. 구성원 각자가 자기 몫의 책임을 다하고, 서로의 시간과 필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신뢰할만한 팀원의 역할을 다하는 긍정 경험이 누적되면, 팀빌딩의 토양이자 하이브리드 시대의 코어인 조직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신 샤니아 : FinKo Edu Consulting 대표. ‘월요일도 행복한 핀란드 직장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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