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이유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왜 주식은 반등 중일까? : 최근 부정적인 소식들로 가득했던 주식 시장에서 심상찮은 반등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스닥도 7월 들어 벌써 7.8%나 상승했고, 한 때 2300포인트가 깨졌던 코스피도 2400까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선반영이란 마법의 단어를 통해 생각해 보면, 안 좋은 것도 이미 반영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때문에 “약세장이 벌써 끝났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다는 신중론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오늘은 최근 주식 시장이 반등 중인 배경을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러시아 가스공급 안 끊길듯! : 21일(현지 시각)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연준처럼 ECB도 빅스텝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럼 유럽 경기가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여전한 상황인데요. 그런데, 투자자들은 같은 날 예정된 다른 이벤트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바로 러시아의 노드스트림 파이프 라인 정비가 마무리되는 날이었습니다.

일개 파이프 라인 정비 일정이 ECB보다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독일로 가스를 보내지 않던 러시아가 다른 핑계를 대면서 가스 공급을 아예 끊어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거든요. 올해는 ‘설마’했던 일들이 반드시 일어났던 해이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틀 전부터 ‘러시아가 공급량은 줄이더라도 공급을 해주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시점에 급락을 거듭하던 유로화도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2️⃣ 최악 상황에 대한 선반영 : 여름 휴가를 앞두고 펀드 매니저들은 포지션을 정리하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데, 혹시 주가가 빠지면 안 되니까 다 팔고 간다는 거죠. 그런데,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고객이 주식하라고 맡겨둔 돈이 있는데, 시장이 안 좋을 것 같아서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전세계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이렇게 주식을 사려고 남겨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조사 결과 펀드 매니저들이 받은 돈 중에서 주식을 안 사고 현금으로 들고 있는 비중이 역대급으로 높았습니다. 이 분들이 휴가 전 포지션을 정리하는 건 “주식을 사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현금을 많이 들고 있는지는 펀드 매니저들의 생각을 묻는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들의 글로벌 경제와 기업 이익 전망치는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게 주식 시장에 반영돼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남은 우려 많지만 그래도 반등한 건 : 다만, 우리가 그간 걱정했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9.4%였습니다. 물론 영국중앙은행에서 10%를 넘길 수 있다고 한 것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영국중앙은행에서는 다음달 물가를 11%로 전망했습니다. ECB에서 금리를 올리면 이탈리아를 포함한 재정 취약국들이 잘 견뎌낼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다음주엔 FOMC 회의도 있고 말입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주식 시장이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나친 쏠림에 대한 되돌림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인플레가 크게 진정되고 연준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긴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온다면, 주가는 더 상승할 수 있습니다. 결국 키는 인플레가 언제 어떤 형태로 진정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효석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 손정의가 선택한 핀테크 거물 몰락의 전말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소프트뱅크, 천문학적 손실 기록? : 일본 소프트뱅크가 독일 핀테크 업체 와이어카드에 투자한 1조원을 손실 처리했을 것이라는 뉴스가 주목을 끌었습니다(🔗관련 기사). 소프트뱅크는 다들 아시겠지만, ‘투자의 귀재’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위워크에 과감한 투자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다시 한번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할 수도 있는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IT/플랫폼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상황이라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1세대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 : 와이어카드는 1999년 닷컴붐이 한창일 때 독일에 설립된 핀테크 1세대 기업입니다. 설립 후 다양한 금융 사업으로 확장했지만, 닷컴붐이 꺼지면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마커스 브라운이라는 투자자가 등장합니다. 2002년 자금을 투입해 대주주이자 CEO에 올랐고, 사업을 개편하기로 합니다. 다른 사업들을 정리하고 포르노와 도박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한 거죠.

서비스 개편 후 승승장구 : 그 뒤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2005년 독일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데 성공합니다. 온라인 신용카드 등 신사업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싱가포르,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온라인 결제 서비스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들에도 진출합니다. 2016년에는 시티그룹의 선불카드 사업을 인수하며 핀테크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소프트뱅크, 와이어카드에 1조 투자 : 그 결과 창업 20년차인 2018년 기준 총자산 59억유로(약 8조원), 매출 20억유로(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거듭납니다. 시가총액은 한때 240억유로(약 32조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성공 스토리에 매료된 소프트뱅크는 2019년 자사 경영진 개인들과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출자를 받아 와이어카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9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들여 와이어카드 전환사채(5년 만기, 전환 시 6% 지분율)를 사들였고, 와이어카드는 그 자금으로 M&A를 통해 중국 시장에도 진출합니다(🔗관련 기사).

회계 부정 등 의혹 불거져 : 문제는 와이어카드가 소프트뱅크의 투자 훨씬 이전인 2015년부터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와이어카드의 사업 모델과 회계처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블로그 게시물을 연달아 올린 것이 그 시작입니다. 2016년엔 사기와 회계 부정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공매도 업체의 101페이지짜리 리포트가 독일 금감원에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수사와 법적 공방 시작 : 그 뒤 지속적으로 관련 뉴스와 루머가 확산됐고, 급기야 소프트뱅크의 투자 직전인 2019년 1월 FT는 다시 한번 와이어카드 최고경영진들이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 지사를 통해 분식 회계와 자금 세탁에 관여했다는 특집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는 관계 당국의 수사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로 밝혀진 회계 부정 :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2020년 6월 회사 재무제표에 기표됐던 현금 중 19억유로(약 2조6000억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인된 겁니다. 주가는 74% 폭락했고, 마커스가 CEO 사임과 동시에 구속됐습니다. 이후 자회사들이 팔려 나가면서 회사는 파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지난 7월 10일 일련의 회계 부정이 사실이라는 수사당국의 결론이 나왔습니다(🔗관련 기사).

소프트뱅크 경영진 –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손실 책임져 : 소프트뱅크는 와이어카드 투자 직후 전환사채 대부분을 제3의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해 이미 이익을 실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 와이어카드의 사기사건 전모가 밝혀지면서, 제3의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생기자 이를 보상해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초기 투자자였던 소프트뱅크 경영진들과 아부다비의 국부펀드가 책임을 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프트뱅크 회사나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는 이번 사안으로 별도의 손실을 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투자 스타일에 한계 드러난 상황 : 투자 손실 규모가 얼마이며 손실을 본 주체가 누구이냐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로 소프트뱅크의 투자 스타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회사의 재무나 영업 상황에 대한 세밀한 실사보다는 ‘감’에 의존해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왔는데,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또 하나의 사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와이어카드 사태와 직접 연계되지는 않지만, 2021 회계연도(2021년 4월 ~ 2022년 3월)에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막대한 손실(262억달러·약 33조8000억원, 132억달러·약 17조108억원)을 기록한 것도 큰 악재입니다(🔗관련 기사).

재기는 과연? : 손 의장과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 실패 후 쿠팡 상장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었는데요. 와이어카드 사태와 최악의 실적을 딛고 다시 한번 재기할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철민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달라진 세금 제도 : 정부가 어제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그중에서 근로소득세와 종부세 제도 변화가 화두입니다.

1️⃣ 근로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봉 1400만원 이하 직장인들은 최저세율 6%를 적용받습니다. 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는 세율 15%, 50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가 적용됩니다(🔗관련 기사).

2️⃣ 종부세 개편 : 앞으로는 종부세 세율을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 기준으로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고가주택을 1채 가진 사람보다 중저가 주택을 2채 보유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과표 구간은 늘렸습니다. 기존 12억~50억원이었던 구간을 12억~25억원, 25억~50억원으로 나누기로 한 겁니다. 적정 세 부담 수준을 고려해 세율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예정입니다(🔗관련 기사).

> 사상 최대 일본 무역 적자 : 일본이 1979년 이후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올 상반기에만 약 75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반기로만 따졌을 때 일본 역사상 최대 적자로 추정됩니다. 일본 무역 수지는 꾸준히 좋지 않습니다. 월별로 벌써 11개월 연속 적자입니다. 엔저 현상도 더 심해질 전망입니다. 해외에서 수출로 달러 등 외화를 벌어와야 엔저를 막을 수 있는데,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 원화 약세는 국민연금 탓? : 달러 강세 현상에도 비교적 잘 버티던 원화 가치가 7월 들어 급락 중입니다. 15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늘린 것이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관련 기사). 올해 5월까지 해외 채권과 주식을 약 13조2000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자금 유출이 증가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높였다는 겁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점입니다. 실제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27%에서 작년 44%까지 증가했는데요. 2024년엔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