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NG과 시즌의 합병은 OTT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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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시즌 합병은 OTT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올까요?

국내 OTT 시장의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 티빙과 KT 시즌이 14일 통합을 결정했습니다. KT의 OTT 서비스 시즌은 티빙으로 흡수 및 통합됩니다. KT 시즌의 모회사인 KT 스튜디오 지니는 티빙의 3대 주주가 됩니다. 참고로 티빙의 주요 주주는 CJ ENM 및 스튜디오 룰루랄라 그리고 네이버입니다. 물론 이번 통합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두 회사의 모기업인 CJ ENM과 KT는 지난 3월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CJ ENM은 KT 스튜디오 지니에 당시 1,0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CJ ENM과 KT는 모두 방송 채널과 OTT 서비스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 KT의 경우 휴대전화 단말기와 IPTV 등 네트워크와 단말이라는 CJ ENM이 갖지 못한 버티컬을 보유 중이죠. 이번 통합으로 KT가 보유한 채널 및 올레 TV, KT의 단말에 티빙 앱이 선탑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으로 KT가 보유한 콘텐츠나 오리지널 콘텐츠가 tvN이나 티빙 등에 송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통합으로 당장 변화가 예상되는 영역은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숫자에 따른 업계 순위입니다. 티빙은 단순 합산 56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기존 토종 OTT 사업자 웨이브의 424만 명을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또한 시즌이라는 사업자가 사라지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쿠팡 플레이, 왓챠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이번 티빙-시즌 통합에 따른 OTT 시장 경쟁 관점, 콘텐츠 협상 관점, 제작 환경 관점에서 한 번 살펴볼까요?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 한국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 4월 발간한 “2021 한류 백서”에 따르면, 2020년 약 9,935억 원 규모였던 국내 OTT 시장은 2025년 1조 9,104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평균 성장률 기준 14%입니다.

다만 현재 글로벌 테크 업계, 특히 OTT 등 디지털 서비스 부문은 코로나19 범 유행이 안정화되면서, 2020년과 2021년 기록한 수준의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성장률 자체가 둔화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참고로 닐슨코리아클릭이 지난 2020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OTT 구독 개수는 1.3개. 당시 조사에서는 2023년 그 숫자가 2.3개로 늘어나리라 예측했습니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OTT 사업자로서는 남은 한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형국입니다.

지난주 소셜미디어에서는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K리그 팀 또는 세비야와 경기 중계를 보기 위해 쿠팡 멤버십에 가입했다는 게시글이나 인증 사진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OTT 서비스의 사례는 아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본방 사수를 위해 그동안 인지도가 낮았던 ENA 채널의 시청률이 급등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징어 게임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거나, 파친코를 보기 위해 애플TV+에 가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이런 경향은 기존에 보유한 콘텐츠가 강한 OTT 사업자에도 같게 적용됩니다. 일명 콘텐츠 왕국인 디즈니 플러스도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웨이브도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별도 메뉴로 만들어 강하게 프로모션하는 중입니다.

이는 이미 시청했던 콘텐츠를 다시 소비하는 것보다 새로운 그리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배포할 때 경영 실적에 도입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티빙 커넥트 2021” 언론 간담회 당시 티빙은 신규 유료 가입자 가운데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바지한 비율이 올 1분기 17%에서 3분기엔 절반에 육박하는 44%까지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2021년 3분기에 440만 가입자 순증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기 위한 순증으로 추정됩니다.

협상력이 높아진 티빙은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까요? : OTT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통합이 미칠 영향력으로 티빙의 콘텐츠 협상력을 꼽습니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또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협상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가입자 수 및 월간 활성 이용자 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파라마운트와 협력 관계에 있는 티빙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해외 및 국내 콘텐츠를 조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티빙이 해외 콘텐츠를 저렴하게 소싱 할 경우 다른 국내 OTT 사업자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는 별도로 해외 콘텐츠 소싱을 또 하나의 주요 이니셔티브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직접 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넷플릭스 및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당초 해 말 국내 진출이 예상되었던 HBO는 한국 지사 설립 및 서비스 론칭을 미룬 상황입니다. 오히려 웨이브나 왓챠를 통해 HBO 콘텐츠를 공급하고 그들의 플랫폼에서 경쟁하는, “대리전” 전략을 활용 중입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의 콘텐츠 소싱 규모가 증가할 경우 아마존 프라임 등의 토종 OTT를 통한 대리 진출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쿠팡 플레이처럼 해당 OTT 서비스가 돈을 벌어주는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는 이상 OTT 사업자들은 유료 구독료 외에 매출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OTT가 유일한 사업 모델인 넷플릭스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독료를 낮춘 광고 사업 도입 가능성을 내비친 것 또한 매출원을 다각화하고 파이를 키우기 위함이지요.

결국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제작 역량이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는 가입자를 모을 수도 있고, 또한 콘텐츠를 재판매함으로써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일등 공신이 될 수 있습니다. CJ ENM 입장에서는 티빙의 통합을 통해 KT 스튜디오 지니의 IP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2020년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 이후 CJ ENM은 다양한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과 웹 소설 기반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제작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티빙은 OTT 전용 오리지널 콘텐츠에 2023년까지 2,3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KT도 올해 4월 3년간 5,000억 원 이상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웨이브도 2025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국내 OTT 시장 1위인 넷플릭스도 지난해에만 5,000억 원을 제작비로 투자했고, 올해에는 최소 8,000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을 제작비로 집행할 계획입니다. 물론 넷플릭스의 경우 글로벌 시장으로 배포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는 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제작비를 선지급하고, 제작비가 추가로 필요할 경우 지급하되, 남은 제작비는 모두 회수하는 것을 하나의 그라운드룰로 삼으면서 제작 환경도 개선되었고요. 100% 사전 제작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야기 내용이나 영상 품질도 더 개선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OTT 사업자들도 우수 제작사나 우수 제작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런 넷플릭스가 만들어놓은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넷플릭스와 딜로이트가 2021년 발표한 “넷플릭스 협업 방송 제작사 5개의 연평균 매출액 추이”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협업하기 전인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14%에 불과했습니다. 매출액도 들쑥날쑥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와 협업을 시작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6%로 매출액 또한 지속해서 성장했습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우수한 제작사와 제작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와 같은 예술 작품은 어떠한 제작사나 제작자,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퀄리티가 달리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퀄리티는 OTT 사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명 배우들이 드라마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어떤 OTT를 통해 작품이 배포되는가”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넷플릭스나 OTT로 좋은 대본이 제일 먼저 가며, 거기서 선택받지 못한 대본이 지상파 방송사로 간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티빙과 시즌의 통합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지 주목됩니다.

Comment : 단순히 OTT 시장 사업자 순위가 바뀌었다고 보기에는 콘텐츠 제작 및 소싱,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 측면에서 많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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