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격변과 균형' 저자·제11대 기획재정부 제1차관·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럽·일본·중국도 시련의 계절

신흥국 경제가 지속되는 강달러로 시련을 겪는 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강달러는 특이하게도 신흥국뿐 아니라 기축통화국인 유럽과 일본에도 아주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유럽을 먼저 살펴볼까요. 유럽은 현재 코로나 팬데믹 회복이 더디고 우크라이나 사태 충격이 겹치며 2012년 초 재정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이 지표로 나타나는 게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격차 급등입니다. 무위험 국채로 인식되는 독일 국채 금리와 차이가 벌어진다는 건 이탈리아 국채 위험이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아 유럽 경제 전반이 악화되면 이탈리아의 부실 우려가 가장 커집니다. 때문에 양국 간 국채 금리 격차는 유럽 시장 전반의 스트레스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통합니다. 지난주 유럽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는 올리면서도 한편으로 이탈리아 등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나라의 금리를 안정시키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언뜻 보기에 모순되는 두 정책을 실제로 어떻게 운영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아시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은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을 위한 수익률 통제 정책(YCC)*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장 달러 대비 무리한 엔저의 악영향에 대한 경고와 우려가 일본 조야에서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경색과 제로 코로나 정책까지 더해져 4%대 성장도 힘겨워 보입니다. (중국의 올해 목표치가 5.5%였습니다.)

📌 수익률 통제 정책(YCC·Yield Curve Control) : 중앙은행이 국채 금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려 채권을 매수/매도하는 정책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신흥국 위기? 이탈 외국자본별로 다르게 봐야

외국 자본 이탈이 신흥국의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유입된 자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먼저 주식·채권 등 증권 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이탈하더라도 신흥국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물론 외국 자본의 이탈로 증권 가격은 하락하고 화폐 가치도 낮아지지만, 이로 인한 투자 손실과 환 위험은 외국인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은행이나 정부가 들여온 외국 자본은 이탈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은행과 정부가 달러를 빌려와 자국 통화로 대출해주면 통화 불일치가 발생하고, 단기로 빌려와 장기로 빌려주면 만기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달러 유동성 위험과 환 위험은 은행과 정부 부담입니다. 만기에 달러 자산이 부족하면 자국 통화 표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일이 생기고, 자국 통화 가치가 낮아지면 달러로 표시된 대외 부채 규모가 늘죠.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1997년의 한국을 반면교사 삼아야

묘하게도 금리 인상은 상반된 효과를 유발합니다. 우선 명목 투자 수익률을 상승시킴으로써 외국인 투자 유인을 확대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국내 기업이나 은행의 부실 위험을 키워 외국인 투자 유인을 축소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우를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국의 금리 인상은 해외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자국 통화 가치의 상승을 유발합니다. 비교적 명확한 메커니즘인데요. 반면 신흥국은 금리-환율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신흥국은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하지 않아 금리 인상이 자국 기업이나 은행의 부실 위험을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신흥국이 자금 이탈을 방지하려면 금리 인상에만 의존하지 말고 은행과 기업의 건전성 강화에 더 주력해야 합니다. 

(멀리서 그 참조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한국이 그랬습니다. 1997∼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국내 은행과 기업의 건전성 등에 대한 외국인의 의구심이 증폭돼 외화를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금리 상승에 외국인 매도세 맞물린 결과

한국 주가가 대만이나 일본보다 크게 하락한 것은 금리 상승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금리가 오르면 보통 주가는 하락합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죠. 2020년 5월부터 기준금리 0.5%를 유지해왔던 한국은 작년 8월부터 현재(1.75%)까지 금리를 1.25%p 인상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2016년 금리를 0.1%로 낮춘 후 현재까지 계속 동결했고, 대만은 올해 0.375%p 인상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작년 초 40%에 육박하던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최근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애초에 너무 높았던 한국 투자의 비중을 줄이는 게 좀 더 낫겠단 단순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극단적 공급 부족, 충분히 해소할 대책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사업성을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시행사(사업주)의 사업 추진 의지를 자극할 만한 동기가 부재했던 것인데요. 이번 대책으로 분양가를 산출할 때 시장 상황을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소한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죠. 우려와 달리 극단적인 공급 부족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분상제 폐지를 예상하고 기다렸던 시행사들은 이번 대책에 실망해 사업 진행을 더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비가 상승하고 있고 향후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력이 탄탄한 몇몇 시행사를 제외하고는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자금이 투입된 사업장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겠죠. 결국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구매자들이 신중하게 분양단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 왔네요.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분상제 폐지의 적기를 놓치면 안 됩니다

어느 모로 보나 분상제를 유지하는 실익은 없습니다. 분상제를 유지해도 지금처럼 자잿값이 급등하고 금리가 오르면 공사 원가는 오릅니다. 원가가 오르는데 가격 상승을 언제까지고 틀어막을 순 없죠. 반면 분상제를 폐지해도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지금 서울에서도 청약 미달이 나오고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등 시장도 침체의 기미를 보이고 있거든요. 더구나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도 분상제 폐지는 불가피합니다. 사업성이 개선돼야 시공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뛰어들 수 있으니까요. 

사실 대통령의 분상제 폐지 공약 실천 의지가 강했던 만큼 이번 개편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도 컸습니다. 때문에 정부의 이번 보수적 결정으로 인한 실망감도 클 것입니다. 물론 민감한 이슈지만 언젠가 분상제를 폐지할 계획이라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정부가 지금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더 큰 경기 침체가 와야만 분상제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경기가 오래지 않아 회복되면 분상제 폐지는 현 정부하에선 달성치 못하게 될 테니까요. 시기를 놓치면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돼버리는 법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이번 대책이 주는 두 가지 신호

이번에 발표된 분상제 유지는 시장에 크게 두 가지 신호를 줍니다. 1️⃣분상제 폐지를 기다리고 있던 재건축 조합들에 분양가가 대폭 오를 것이란 희망을 버리고 2️⃣필수 경비 및 현실적인 자재비 반영을 통해 사업에 속도를 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시선은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으로 모일 겁니다. 분양가 대폭 상승을 기대하고 있던 둔촌주공이 이번 대책 이후 어떤 협상안을 도출하는지가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분상제 개편해도 대출 막혀있으면…

분상제 개편이 주택시장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까 우려됩니다. 제도 개편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는 기대되지만, 현재 주택시장의 매수 심리가 정체됐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강북 지역에서 분양한 일부 아파트는 당첨 후 미계약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 대출 규제가 강화됐고, ‘신축이라도 9억 초과는 비싸다’라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출 제한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분상제 개편 후 공급이 증가하더라도 미분양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비 수요자들도 미분양을 보고 매수 심리가 꺾이는 등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분상제 없앤다고 시장 안정화 안 됩니다

분상제를 서울과 수도권 내에서도 일부 지역, 최소한의 범위에서 신축 공급에만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파트 가격 상승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높은 지역에서만 분상제를 유지하는 겁니다. 실제 시장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낮아 분양가가 문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굳이 행정적으로 사업자에 부담을 줄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분상제로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도 틀리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면 분상제를 없앤다고 해서 시장이 안정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특정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지역 쏠림이 시장 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 제도를 유지하되,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도 새로운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불황 우려되는데 부동산 가격 자극이 그리 두렵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 교체의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거는 국민적 기대도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엔 이번 대책의 부족함이 큰 듯합니다. 당장 불황을 우려한다면서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까 지나치게 위축된 탓에 정책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임대료 인상 제한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묶어 제시한 게 아쉽습니다. 양도세를 깎아준다는 혜택은 임대료 5% 인상 유인을 무마할 만큼 매력적인 인센티브는 아닐 겁니다. 외려 이 혜택을 노려 집주인이 임대료 인상을 자제한다면 결국 조만간 집을 팔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집주인들이 늘어나면 임대 주택용 물량은 오히려 감소하는 역효과가 생깁니다. 세입자 혜택도 더 적극적이었어야 합니다. 월세 소득공제율과 전세 대출 원리금 상환의 소득공제를 확대한 건 바람직하지만 원리금 상환 없는 이자 납부에도 소득공제를 적용하면 더 좋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국회 구성상 불가능했다지만 임대차 3법 개정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건 가장 아쉽습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文-尹이 처한 부동산 상황이 다른 이유

1️⃣작년과는 달라진 부동산 시장 : 올해 초까지 이어진 가격 상승 기대감이 누그러졌습니다. 집값은 작년의 급등세가 무색할 정도로 차분해졌습니다. 정부는 조급해하지 않고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정책을 다듬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고 연달아 대책을 내놨던 전 정부와 상황이 확실히 다릅니다.

2️⃣인수위 시절의 경험 : 현 정부의 인수위 때 분양가 상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아파트 분양 일정들이 연기되면서 당장의 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지면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학습을 한 셈이죠. 때문에 기존 정책들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아니라 작은 개선 정도로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처한 부동산 상황은 다르다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습니다. 전방위적 인플레로 건설 원가가 크게 올라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화할 주택 공급량 확대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시장이 준 기회와 시간을 잘 활용해 정교한 공급 확대 방안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소비자 공감 끌어내는 전략 필요

순수 공급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면, 판매 상품을 늘리는 것은 객단가를 쉽게 높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입니다. 특히 화장품처럼 마진이 높은 제품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선 쇼핑 경험이 달라지는, 혹은 번거로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술적으로는 식품 구매자와 화장품 등 비식품 구매자의 경험을 분리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입니다. 다만, 컬리처럼 충성 고객을 가진 회사라면 소비자와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화장품 판매에서도 ‘신선’을 강조한다면, 마치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같은 느낌을 전달할 제품들을 선보이는 거죠. 그만큼 우리가 정성스럽게 고른 화장품, 나아가 우리만 팔 수 있는 화장품이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핵심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죠

아마존도 시작은 ‘책만 파는 서점’이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파는 가게’가 됐죠. 여기서 더 진화해서 AWS, 클라우드 비즈니스까지 확장했고요. 기사에 언급된 마켓컬리, 배민, 당근마켓이 그저 매출 확대를 위해서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제품을 마구잡이로 들이댄다면 충성 고객을 잃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충성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찾아내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면 고객 가치 훼손 없이 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충성 회원 모집만이 플랫폼의 생존 모델일까요?

“충성 회원 모집과 유지만이 플랫폼의 생존 모델인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마켓컬리 하면 보라색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신선 배송이 떠올랐는데요. 유사한 서비스가 여기저기 등장한 이후 스페셜티가 없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구독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충성 회원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큰 비용이 발생하는지, 마케팅과 상품 중 어떤 것이 필요한지 등을 분석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측면에서 마켓컬리가 야놀자화 되고, 배달의 민족이 편의점이 되는 모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은 항상 편의와 비용을 비교하고 있으니까요.

아울러 독점적 서비스를 만든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애플과 구글의 아성까지 무너진다면 온라인상의 고객이 얼마나 쉽게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 나아가 IT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다시 이뤄지지 않을까 합니다. 메타버스를 논하는 시대에도 오프라인에서 롤렉스 시계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넘쳐서 주문 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현상을 보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온라인에서 만든다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은 실제 생활에서 소비자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우선인 것 같습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정체성이 밥 먹여주지 않습니다

​새 시도가 있을 때마다 ‘한눈 판다’, ‘개성이 사라진다’는 지적과 반발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컬리는 여행·가전·뷰티뿐 아니라 급식업·식당업까지 사업 목적에 추가했습니다. 만약 컬리 투어, 컬리 레스토랑을 새로 만든다면 많은 논란이 일겠지만, 결국 고객의 만족 여부에 따라 ‘딴짓’인지 아니면 사업 ‘다각화’인지 결론이 날 것입니다.​

쿠팡도 초기엔 음식점 반값 쿠폰을 팔았는데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직접 음식점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판매 페이지를 제작해 주는 등 수익성 확보가 불가능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한눈을 판 끝에 지금의 쿠팡으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이규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빅테크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카카오, 네이버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신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나 M&A를 왕성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기업이 새 사업을 직접 진행하기 전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어떤 기업을 자회사로 둘 경우 발생하는 비용 및 리스크는 아주 큰데, 그에 비해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지분 투자의 비용은 아주 적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어떤 전략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가 투자한 기업의 50% 이상은 ‘서비스’ 카테고리에 속해 있습니다. 이를 보면 카카오는 ‘플랫폼의 컨텐츠 확장’을 투자의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네이버의 투자 대상은 대부분 기술 기업입니다. 다양한 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술 분야의 사업화는 오래 걸립니다. 좋은 기술이 있다고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사업 모델이 맞아떨어져야 하니까요. 네이버는 이런 높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긴 호흡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기대가 큰 거죠.

두 기업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데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헬스케어 분야를 미래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