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격변과 균형' 저자·제11대 기획재정부 제1차관·전(前)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러시아에 유리한 계절이 다가오네요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 각국이 앞다퉈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화석 연료를 가볍게 본 댓가를 제대로 치르는 형국입니다. ‘화석연료의 역습’인 셈이죠. 거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까지 겹쳐 설상가상입니다. 

제 견해로는 석유보다 천연가스 부족이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특히 러시아를 통한 육상 가스 파이프라인에 크게 의존해 온 유럽에 겨울이 오면, 에너지(發) 인플레는 더 악화할 소지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겨울은 러시아에 유리한 계절이었습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 경고등 들어온 유가 안정

유가 안정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 셰일 오일 회사들이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불과 2년 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갔을 당시 셰일 오일 회사들은 생산과 인력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생산 원가를 넘어서는 등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증산은 지지부진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인력난에 시달려서라고 하지만, 수익성을 중시하는 주주들이 증산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탈탄소·친환경 정책도 증산의 걸림돌입니다. 바이든이 취임 첫날 미국과 캐나다 간 원유 수송 사업을 취소한 게 대표적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의 증산 압박에도 정유사들이 응하지 않는 이유도 친환경 정책의 영향 때문으로 보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오일 회사 부채 급증이 부른 고유가

사우디의 저유가 정책과 코로나 위기가 겹치면서 미국 내 많은 셰일 오일 회사가 파산하거나 부채를 조달해 연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살아남은 회사들이 현재 유가 상승으로 늘어난 현금을 증산보다는 부채 상환이나 내부 유보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 부채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대표 사례입니다. 한국도 코로나 이후 기업 및 자영업자 부채가 크게 늘었는데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부채 증가가 인플레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석유로 번 돈에 일시적 세금 부과 어떨까요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산유국입니다. 중동 등에서 원유를 수입해 석유·석유화학제품을 만듭니다. 이들 제품은 반도체에 버금가는 한국의 수출품인데요.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를 수입할 때 가격도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원유를 가공해 수출할 품목들의 가격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업 매출과 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해 주가도 상승하고 있는데요. 한국도 영국처럼 이들 업체가 국내에서 거둔 초과 이익에 대해 일시적으로 ‘초과 이득세’를 부과해 에너지 보조금으로 사용하면 높아진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 횡재세? 가능성 높진 않을 것 같은데요

원유 가격과 원유 기업의 이익률은 (대체로 연동하기는 하지만)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유가 상승으로 주가가 올랐다기보다는 과점상태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라 글로벌 공급이 횡보하는 상황에서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과점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데요.

단기적으로 안정화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역시 관건이지 않을까 싶네요. 아울러 횡재세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공급이 매우 타이트한 상황에서 세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충격 후 급반등, 이젠 기대 어렵습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수축되면서 주식·부동산은 물론 가상 자산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 신용거래·가상화폐 대출 등 금리 인상에 취약한 레버리지(빚) 기반 투자가 약한 고리로서 먼저 끊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는 유동성이 풍부해질 땐 자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지만, 수축기엔 손실을 증폭시켜 자산 가격 하락을 주도합니다. 앞으로 유동성은 더 수축해 자산 가격 하락이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사실 세계 경제는 1980년대부터 <버블 → 붕괴 → 버블 → 붕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당시부터 자본이 국경을 쉽게 넘나들게 됐고, 미국의 저금리 등으로 세계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된 게 원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대표적 사례죠. 이 위기는 과잉 유동성에 따라 늘어난 금융 수요에 대응해 금융 기관들이 자산유동화 상품을 무분별하게 만들어내면서 촉발됐습니다. (자산유동화란 여러 자산을 담보로 유가 증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오히려 더 확대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40년 만에 나타난 높은 인플레 때문에 과잉 유동성을 떠받친 저금리 기조가 더 유지될 수 없게 된 겁니다. 타격은 유동성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증식된 위험 자산에 집중될 듯합니다. 인플레가 지속되는 한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한 <충격 후 급반등>하는 자산 시장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단 얘기죠.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가상 화폐,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거래 초기 가상화폐는 귀금속의 대체 자산으로도 인식됐습니다. 인플레 헷지(위험 회피)용인 귀금속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어진 거죠. 때문에 가격이 주가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투기 성향을 가진 기관형 자금들 즉, 헷지 펀드나 디지털 전문 자산운용사들의 자금이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젠 디지털 자산도 주식과 가격 흐름이 나날이 비슷해져 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식 시장 불안감이 최근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인해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도 옮겨왔다는 견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두 시장은 본질적으로 엄연히 다른 시장이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상화폐 시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큰손들이, 가령 월가의 기관 투자자급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영역입니다. 기존의 디지털 자산 가격이 증발해버릴 수 있다는 시각은 기우에 가까울 겁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2030 증여까지 합하면 훨씬 많을 겁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미성년자 주택 증여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2030 주택 증여 건수까지 살펴보면 최근 그 수가 더 늘었을 겁니다. 특히 2030은 자녀 교육열이 강하고 고도성장기에 자산 형성이 가능했던 베이비부머들의 자녀들이니까요. 향후 집값이 오를 것 같으면 조기 증여는 더 늘어날 겁니다. 최근 양도세·보유세 급등도 조기 증여를 계속 부추길 겁니다.

물론 주택 증여는 부모들의 자녀사랑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그 사랑의 원동력이 아마 부모들의 노후 생활 자금으로부터 나올 것이란 게 문제죠. 더구나 아무 것도 해줄 게 없는 부모들의 가슴은 더더욱 미어질 것이고요. 최근 청년과 신혼부부의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논의가 있는데, 주거에 있어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대출이나 지원을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1970년대에도 주택 증여는 있었습니다

사실 주택 증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1970년대 후반 아파트 붐이 일었을 당시에도 주택 증여는 있었죠. 증여 그 자체보다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법을 지켰냐는 사실이 중요하고, 무주택 청년들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주택금수저를 운운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왜 이렇게까지 비싸졌는지 근본 원인을 짚고, 그에 해결책을 내놓아야겠죠.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대기업 위주의 판 짜일 가능성 큽니다

기업형 임대 주택 활성화는 물론 양질의 임대 공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테이’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면, 대규모 자금·대지를 확보한 대기업들 위주로만 판이 짜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개발 경제 시대에 많은 특혜로 성장한 대기업들이 임대 주택 사업까지 지원 받는 방식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건 어떨까요? 임대 주택 사업 목적의 신생 기업들에 대해서만 집중 지원을 하는 겁니다. (물론 대기업 관계사가 아니어야 합니다.) 임대 주택 사업이라는 새로운 창업 분야를 열면서 이 시장을 새로운 아디이어들이 경쟁하는 혁신의 장으로 유도해 보는 것이죠. 신생 기업들이 시장의 검증과 신뢰를 쌓으며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겁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뉴스테이는 시기상조

민간 기업형 임대 주택 논의는 다소 빠른 감이 있습니다. 민간 사업자는 사업 타당성이 있어야 사업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토지 가격·건축비·금리 상승 등으로 사업 타당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에 부응하려면 임대료를 높이거나 분양 전환시 투자비 회수와 수익이 확실해야하는데 이 역시 의문일 겁니다. 결국 꼭 필요한 것인데 사업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게 주택 임대 사업입니다. 당분간은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 위주의 시장으로 가는 게 부작용을 어느 정도 줄여줄 것이라고 봅니다.

이규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창업 생태계에 기회지만, 우려도 큰 상황

AC의 상장은 한국 벤처 창업 생태계의 중요한 변화가 될 겁니다. 모태펀드나 기업형 벤처 캐피탈(CVC) 정도에 머물러있던 자금 조달 방식도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히 AC의 자금 규모가 커질 겁니다. 벤처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되겠죠.

예상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상장을 하게 되면 ‘스타트업의 미래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AC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될 우려가 커집니다. 상장사는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는 데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스타트업의 미래에 배팅해야 하는 AC가 갈수록 리스크를 회피하게 되거나 안정된 기업에만 투자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모험적인 시도가 사라지면 전체 시장이 위축될 수 있고요. 뿐만 아니라 상장한 AC의 지분 소유 수준에 영향을 주는 자본시장법 해석 등 새롭게 고려해야 할 점이 대단히 많습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 스타트업 투자 빙하기에 도움 될 겁니다

AC와 벤처캐피탈(VC)은 모두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VC는 이미 상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다올인베스트먼트(구 KTB네트워크)의 상장 소식이 들리기도 했죠. 본질적으로 같은 업을 하는데 AC의 상장이 어려운 이유는 그들의 투자 규모나 대상이 VC에 비해 작기 때문입니다. 작은 만큼 AC가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포트폴리오사가 그만큼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불확실성이 큰 거죠. 그래서 AC의 기업 가치 산정이 어려워 상장의 사례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AC가 상장한다면 스타트업 업계에 가져다줄 이점도 분명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좀 더 투명해질 것이고, 그로 인해 활기를 띨 겁니다. 일반인도 AC의 경영 활동을 확인할 수 있어 극초기 스타트업 사정도 들여다보거나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엔젤 투자의 빙하기가 오고 있을지 모르는 현시점에서 긍정적인 행보로 보입니다.

신호철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

주주 중심이 SI냐, FI냐에 따라 다를 것

AC의 사업 모델은 포트폴리오의 투자와 회수입니다. 이 모델은 PE(사모펀드)·VC(벤처캐피털)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SI(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라 FI(재무적 투자자)* 관점에서 본다면 AC의 상장은 이미 상장된 KKR·버크셔해서웨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가치평가될 것 같습니다. 

해외 사례들을 봤을 땐 투자 회수 기간이 길든 짧든 결국 시장에서 LP(펀드 출자자)들에게 지속적 신뢰를 쌓은 기업이라면 IPO는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현재 AC 주주들이 SI 중심이라면 AC를 보는 가치가 시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일 겁니다.

📌 SI와 FI : M&A 매수자를 통상 SI(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와 FI(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로 구분함. SI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속적으로 보유하고 운영할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반면, 재무적 투자자는 인수 뒤 일정 기간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재매각이나 상장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고 투자 수익을 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