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은 대중 관세를 포기하려 할까?

왜 미국은 대중 관세를 포기하려 할까?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달라진 미국, 대중 관세 재검토 : 이틀 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의 조정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일삼았다면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옐런 장관은 당시 부과한 관세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검토 의사를 밝힌 겁니다. 

4년 만에 미국이 태도 변화에 나선 건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보다 더 직접적으로는 옐런 장관의 말대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대중 관세 인하 검토와 함께 최근 미 연준을 둘러싼 환경, 스테이블 코인 관련 규제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인플레 잡기 위한 전략적 판단 : 옐런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 중 일부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피해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저질렀고 미국은 국가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 속내를 얘기하면서 꺼낸 단어가 “전략적”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대중 고율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고안된 건 아니라고 한 건데요. 현재 대중 관세가 자국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 셈입니다. 인플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인데요.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이었던 관세 조치까지 검토해야 할 정도로 인플레가 심각하다는 거죠. 다만, “관세 정책이 인플레의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이며 체면을 차렸습니다.

유동성 악화 우려 : 현재 인플레 외에도 미 연준에게 놓인 과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유동성 악화에 대처하는 것입니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표현이 등장했는데요. 유동성이 좋다는 것은 “사러 갔을 때 팔려는 사람이 많고, 팔러 갔을 때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엔 인플레를 잡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최종 대부자 역할입니다. 금융위기가 예상되거나 발생했을 때, 자금을 공급해 시장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을 말하는데요. 현시점에서 연준은 주가 하락이나 경기 둔화보다는, 금융 안정성 훼손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를 더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유동성 악화의 가장 최근 사례는 코로나 발생 초기 때 있었습니다. 연준은 경기 침체보단 유동성 환경이 좋지 않아서 주가와 채권 가격 등이 하락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동성이 추가로 악화한다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코로나 초기의 위기가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연준이 현재 진행 중인 고강도 긴축 기조를 생각보다 빠르게 바꿀 수도 있어 보입니다. 물론, 그전에 옐런이 관세를 내려주면서까지 혹은 바이든이 사우디의 빈살만을 만날 정도의 노력으로 인플레를 잡아야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스테이블 코인 규제가 갖는 의미 : 이날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에서 공식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안을 발표했습니다. 루나와 테라 사건 이후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스테이블 코인은 항상 일정한 비율대로 “달러 또는 다른 자산으로” 바꿔주겠다는 코인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신뢰와 이를 위한 담보가 필요하죠.

이 규제안에는 발행된 코인에 상응하는 “상환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명시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장·단기 미 국채를 담보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요. 쉽게 말해 “앞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서 장사하고 싶다면, 미국 정부에 돈을 맡겨 놓고 시작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와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관점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이익이 중요해진 각자도생의 시대 : 코로나 위기를 거친 이후, 세계는 점점 공동체보다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당분간 미국에서 전해지는 뉴스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이 소식 놓치지 마세요

 🚢 해운사들, 17년간 800억 담합? : 15개 국내외 해운사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로의 해상운임을 17년간 담합해 8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당했다는 소식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4개 국내 선사와 1곳의 외국 선사가 2003~2019년 76차례 운임을 담합해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받았다는데요. 이들 중 1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한·중 항로 담합에도 연루됐다네요. 이들 업계는 “해상 운임 관련 공동 행위는 해운법상 허용되는 사안”이라고 반발하며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라네요.

🍔 ‘M&A 식탁’ 오른 햄버거 빅4 : 내노라하는 햄버거 브랜드들이 국내 기업 M&A 매물로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버거킹, KFC는 물론 한국 맥도날드까지 매물로 나왔다는데요. 올봄 상장폐지한 맘스터치도 하반기쯤 시장에 나올 전망이라 그야말로 “패스트푸드 M&A의 큰 장이 들어섰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매각에 나선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포화 수준에 이른 매장들과 그에 따른 실적 부진 등이 공통된 배경으로 꼽힙니다. 전국 주요 햄버거 브랜드 매장 수는 3500개에 달하는데, 업계에선 4000개를 예상 최대치로 보고 있습니다.

🌾 밀 수입 의존도 줄일 대책은? : 어제 정부가 밀 수입 의존도를 줄일 대책을 내놨습니다. 쌀가루 전용 품종인 ‘분질미(粉質米)’ 생산을 늘려 2027년까지 매년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한다는 방안인데요. 분질미는 가루로 가공하기 쉬운 쌀로 밀과 이모작도 가능합니다. 이번 대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시장에서 밀값이 급등함에 따라 밀 대체 곡물에 대한 활용 요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