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일본의 진짜 속내는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며 엔저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요? 명목상으로는 만성적인 저물가를 끌어올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를 겁니다. 물가 상승만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면 미래에 사용할 물량을 먼저 구매하면서 일시적으로 소비가 증가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소비 행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소비량을 지속적 늘릴 방안은 되지 못합니다.

더구나 일본은 저축 성향이 높고 매우 고령화된 사회입니다. 소비가 되살아나기 힘든 구조의 사회란 겁니다. 결국 일본의 진짜 속셈은 엔저를 통한 수출 장려로써 경제를 활성화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벌이는 수출 분야가 많다는 점에서 우리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번지수 잘못 짚은 일본 정부

왜 엔화 가치는 낮아졌나? : 환율은 서로 다른 통화끼리의 상대적인 가격이죠. 그리고 금리는 자국 통화의 가격입니다. 이 둘을 연결해 생각해보면, 환율은 두 나라 금리의 상대적 움직임에 따라 결정됩니다. 금리가 더 빨리 오르는 통화의 가치가 상대국 통화보다 강세인 것이죠. 현재 미국 금리는 오르는데 일본 금리는 그대로니까 달러는 강세, 엔화는 약세입니다.

일본은 왜 금리를 안 올릴까? : 그러나 도저히 일본은 금리를 올릴 수 없습니다. 정부 부채가 GDP의 266%에 달하기 때문이죠. 금리가 1%만 올라가도 일본 정부는 GDP의 2.7%를 이자로 내야할 처지입니다. 그렇다고 엔화 약세를 방관하기엔 수입 물가가 부담입니다. 가뜩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력이 거센데 엔화 약세가 수입가 상승을 부채질하니까요.

엇갈렸던 진단과 처방 : 일본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엇박자였던 게 근본 문제입니다. 물론 통화 정책으로 단기적 수요는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수요가 만성적으로 부진한 건 구조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고 기업이 해외로 이전해 근로자 월급이 오르지 않으니 악순환의 반복인 건데, 이를 통화 정책 같은 단기 처방으로 대응했으니 애초부터 해결은 어려워 보였습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엔저 낙관에 깔린 일본 사회 분위기

일본 중앙은행의 엔저 기조에 대한 믿음은 경직적인 일본 사회 분위기를 증명하는 에피소드 같네요. 엊그제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이런 완화적 통화 정책과 엔저를 옹호하기 위해 “가계 부문에선 가격 상승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어요.

엔저에 따른 손익 계산은 산업·시기별로 매우 다를 겁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외화 비용이 자국 화폐로 표시돼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율 상승이 이익률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공급망 교란의 시기와 맞물리면서 생산량이 묶여있어 그 효과가 희석될 수 있습니다. 관광 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의문점이 남습니다. 코로나 이후 작년 4분기 일본 관광부문 경상수지는 300만달러가 채 안 됩니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엔저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은 안 그래도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더 보수적인 관료들의 상황 인식을 반영하는 듯 보입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 엔저가 꼭 부정적이지 않을 수도

엔화 약세가 일본 국민들에게 꼭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자국보단 해외 투자를 선호하며 수익률 또한 우수합니다. 1.7조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일본의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공적연금(GPIF)는 포트폴리오의 약 26%가 해외 채권, 24%가 해외 주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즉, 엔화가 약세일수록 연금 수급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것이죠. GPIF가 현재 자산 배분을 유지하고 엔화가 달러 대비 140~150 수준으로 더욱 약화된다면 일본의 공적연금은 심지어 초과 펀딩될 수 있단 예측도 나옵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 뉴타운 지역들이 서울 스카이라인 바꿀 수 있도록

현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해 아직 인가되지 않았던 마지막 남은 뉴타운 대상 지역들이라도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을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아파트 대단지가 개발될 경우 해당 지역구 전체가 업그레이드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차별화된 대단지가 서울 주거 시설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양가의 과도한 통제로 로또 청약이란 부작용을 낳게 하는 대신 불어난 분양가를 토대로 시공사나 조합이 이익 일부를 공원 등 주변 환경 정비에 쓰게 해야 합니다. 대다수의 시민들도 개발에 따른 혜택을 향유할 수 있게 말입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미래뿐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 주는 뉴스

상대적으로 서울 내 선호되는 입지의 재개발 구역들의 실제 분양~공급까지는 적게는 5년, 많게는 15년 정도는 소요될 겁니다. 관련 뉴스들이 미래에만 영향을 미치는 소식들로 보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있습니다.

서울 내 재개발 구역들의 사업 진행이 풀려가고 있다는 소식은 현재 시정과 중앙정부의 재개발 촉진에 대한 의지와 정책 방향을 우회적으로 보여주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우수한 입지에 도시 정비의 결과물이 공급될 거라는 메세지로 인식될 수 있는 겁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 집적도시 서울, 더욱 고밀도로 개발해야

사업 시행 인가라도 받은 사업들은 그나마 사업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대다수 구성원들이 사업 추진에 동의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이외 지역들은 사업성이 낮거나 구성원 동의가 쉽지 않다는 얘기죠. 이들 지역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겁니다. 재개발뿐 아니라 재건축·리모델링 사업까지 포괄해 봐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여유 있는 구성원들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추진 속도 자체가 다릅니다. 

서울 아파트 사업 용적률은 300% 내외 수준이며 주택 보급률은 96%에 그칩니다. 서울이 갖는 세계적 위상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미래 서울에 맞는 도시의 기준을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집값의 선행지표? 데이터로 본 결과는 다릅니다

기사에서는 낙찰률을 집값의 선행지표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던 시기를 기준으로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가 지수 데이터(20년 11월~21년 11월)와 이보다 2개월 앞선 기간의 아파트 낙찰률(20년 9월~21년 9월)을 구해 상관관계 지수를 계산해본 결과, -0.13이 나왔습니다. 상관관계가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음의 관계라는 뜻이죠.

상식적으로도 일반 매매보다 권리관계가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아파트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는 이미 시장이 과열돼 일반 매매 시장에서 물건을 구하기 힘든 상황일 것입니다. 경매 기준가보다 높게 낙찰받아도 시세보다 싼 경우겠죠. 하지만, 현재 낙찰률은 1~2년 전보다 낮습니다. 집값의 선행지표라기보다는 시장에 매물이 풀린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중산층 경제 휘청인다는 방증

집값보다는 중산층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중산층은 아파트 소유를 원하는 계층입니다. 이들에게 경매는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아파트를 소유할 기회인데요. 9억~15억원 사이 경매에 응찰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중산층 경제 구도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향후 중산층이 주류인 지역의 주택 시장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금리 상승의 영향

부동산의 경우 목돈이 필요한 소비재이기 때문에 대출 의존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산층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 높습니다. 금리상승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매참여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산층의 참여 의욕이 꺾이고, 결국 참여율과 낙찰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입지 문제부터 해결해야

금융 문턱을 낮추기보다 입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LH나 SH에서 몇년 전부터 시행 중인 매입약정 건설 사업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민간이 건축하는 주택을 사전 매입약정을 체결해 확보한 다음, 무주택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입지가 양호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임차 경쟁률이 높은 편입니다. 소규모 단지로라도 입지가 양호한 곳에 공급하거나 민간과 협의해 신희타 근처를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인 것 같습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보육과 돌봄 강화도 방법이겠네요

일부 지역에서 연이은 청약 미달 사례가 나왔지만, 신희타는 주거복지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분배적 정의에 치중된 면이 있는데, 소득과 자산 기준을 완화하고 아이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 개선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신희타와 같은 주거 방식이라면 양육 문제도 해결해줘야죠. 추가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장시간 자녀를 맡길 서비스가 구축된다면 시장에서 각광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수요 외면한 공급 실패의 결과

시장 수요를 외면한 공급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일산 주상복합 미분양 사태로 모 그룹이 휘청했다는 시장의 풍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신희타 역시 수요를 외면한 공급입니다. 주택 공급 호수 채우기에 급급해 신혼부부가 원하지 않는 평형을 원하지 않는 입지에 공급하게 된 것이죠. 다만, 민간이 아닌 공공이 공급자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 실패의 대가는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치르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