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제일 싫어하는 여섯 글자, 안심전환대출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고정금리로 갈아탈 기회 준다 :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일종의 특혜성 대출상품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미래의 금리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니 이 대출을 이용해서 기존 대출을 갈아타는 게 무조건 좋을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각자 알아서 변동금리 대출을 상환하고 일반적인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보다는 조건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시중은행에서 제시하는 일반적인 고정금리보다 더 낮은 고정금리 대출이 제공된다는 의미입니다)

대출 있다면 누구나 다 대상? : 아무에게나 다 주는 혜택은 아닙니다. 담보로 맡긴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인 경우에 주택 가격이 낮은 순으로 지원하는 ‘일반형’과 4억원 이하 저소득 차주에 추가 금리 우대를 제공하는 ‘우대형’으로 나눠서 공급할 계획입니다. 어쨌든 저소득 서민층에 가까운 소비자들부터 공급하는 정책 상품입니다.

고객 뺏기는 은행 : 관심의 포인트는 이런 정책성 대출상품이 출시되면 은행의 손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시중 금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입니다. 일단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억울한(?) 일이 됩니다. 힘든 대출 영업을 통해 기껏 변동금리 대출을 팔아놨더니 그 고객에게 정부가 ‘얼른 이 대출은 조기 상환해버리시고 정부가 제공하는 더 싼 고정금리로 갈아타시라’는 유혹을 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대출상품이 출시되면 은행들은 비교적 높은 변동금리 이자를 꼬박꼬박 잘 내던 고객을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 고객으로 빼앗기게 됩니다.

금리 오를 우려도 있어 : 이런 금융상품은 시중금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수많은 대출자가 기존 대출을 갚아버리고(이 돈은 은행 금고로 다시 들어갑니다) 고정금리 대출을 새로 받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시중에 MBS(주택담보대출유동화채권)*라는 채권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새로 발행되는 MBS라는 채권이 채권 시장에 쏟아지기 때문에 (이건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므로 그 결과로) 시중 금리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 은행들에 “너희들 요즘 고객들이 대출을 일찍 갚아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여유자금이 많지? 그 돈으로 이 MBS를 사라”고 압박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MBS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지는 않으므로 금리 상승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그 대신 은행들 입장에서 보면 높은 이자를 내던 고객을 뺏기고 그 고객이 돌려준 돈으로 이자율이 낮은 고정금리 MBS 채권을 사야 하는 셈이 됩니다. 억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기는 ‘글쎄’ : 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번에 나오는 안심전환대출은 과거에 비해 별 인기가 없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한참 오른 상황이라서 정부가 제공하는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 수준도 꽤 높을 텐데 앞으로는 금리가 그리 가파르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지금 고정금리로 굳이 갈아타는 게 얼마나 이익이 될지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어려운 게 요즘 금리 흐름이기 때문에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는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 MBS : 주택을 담보로 만기 20년 또는 30년짜리 장기 대출을 해준 다음, 다시 이를 증권 형태로 만들어서 현금화시키는 것. 은행이 대출을 해주고, 주로 주택금융공사가 그 채권을 넘겨받은 후 채권을 담보 삼아 발행하는 형식. 이를 통해 정책 재원을 마련함

유가보조금 확대 지급의 배경

오늘의 이슈

유가보조금 늘린다 : 경유 값이 비싸지면서 정부가 경유 소비량이 많은 생계형 업종인 화물차의 유가보조금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경유 화물차의 유가보조금이 어떻게 지급되는지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화물차에 대해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은 두 가지입니다.

실효성 없는 유류세 연동보조금 : 유류세 인하 효과 하나는 유류세 연동보조금, 또 하나는 유가(연동)보조금입니다. 유류세 연동보조금은 쉽게 말하면 화물차 기사들이 주유할 때는 경유에 붙는 세금이 아무리 많아도 리터당 183원만 내도록 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내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므로 이 유류세 연동보조금을 받는 화물차는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정부가 20%를 낮추든 30%를 낮추든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어차피 화물차 기사가 내는 경유 세금은 183원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높은 유가보조금 기준, 낮춰라! : 유가보조금이라는 혜택은 경유가 리터당 1850원 이상 올라가면 그 이상에 대해서 정부가 절반을 보전하는 정책입니다. 화물차 기사 입장에서는 이게 유일한 혜택인데, 그 기준인 1850원이 너무 높다는 게 불만입니다. 경유가 리터당 1900원일 때는 1850원과 차액인 50원의 절반(25원)을 정부가 보조하는 것인데, 그래봐야 약 1% 남짓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그래서 이 1850원이라는 기준을 좀 더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이진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지난주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든 루나와 테라가 결국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퇴출당했습니다. 루나와 테라는 한국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입니다. 테라는 코인 1개당 1달러의 가치와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 루나는 테라의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코인입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테라 가격이 급락하면서 루나는 하루 만에 90% 이상 폭락했고, 결국 대부분의 거래소가 루나와 테라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15일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지만, 코인 거래가 민간 자율에 맡겨진 상황이라 정부가 대응할 수단은 없는 상황입니다.

💰 한국전력이 1분기 7조7869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분기 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작년 한 해 동안 기록한 손실(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가량 많은 수치입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가 급증했지만,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면서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입니다.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더욱 커지는 구조”라면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주목됩니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전기요금에 발전 연료비를 반영하는 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치솟는 상황인 만큼 바로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13일 트위터 인수를 일시 보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스팸 계정 현황이 5% 미만이라는 추정치를 납득할 수 없다며 명확한 근거가 제시될 때까지 계약 절차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14일에는 머스크가 트위터 측으로부터 인수 계약 관련 기밀유지 협약을 어겼다는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머스크가 가짜 계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100명을 무작위 표본 추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트위터가 가짜·스팸·복제 계정이 (전체 사용자의) 5% 미만이라고 추산할 때 쓴 방식”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잡음이 생기면서 실제 인수가 이뤄질지 불투명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