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는 물류판 ‘넷플릭스’를 만들고 싶다

삼성SDS는 물류판 ‘넷플릭스’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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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에서 삼성SDS의 포워딩 비즈니스 전체를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기반으로 완전 전환할 것입니다. 내년, 내후년에는 첼로스퀘어가 다루는 범위는 더욱 넓어집니다. 글로벌에서 삼성SDS가 하는 모든 물류 사업을 첼로스퀘어를 기반으로 ‘디지털’로 진행할 것입니다(최봉기 삼성SDS 첼로스퀘어사업팀장, 첼로스퀘어 컨퍼런스 2022)”

삼성SDS의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는 ‘변두리 물류사업’이었습니다. 2015년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요. 2017년 약 1년 동안 휴식기를 가지고 2018년 다시 돌아온 첼로스퀘어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매자를 위한 한정된 영역의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첼로스퀘어가 다루는 물동량은 외부에 공개할 만큼 크지 않았고, 심지어 삼성SDS 내부에서 “그거, 돈도 안 되는 거 왜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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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첼로스퀘어가 삼성SDS의 전사 핵심 물류 사업으로 부상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기존 중개하던 글로벌 문전배송 서비스인 ‘특송’에 더해 ‘해상’, ‘항공’ 포워딩 서비스를 플랫폼에 추가하더니, 이제는 ‘삼성SDS의 모든 글로벌 물류’를 몇 년 안에 첼로스퀘어를 기반으로 처리할 계획이라 발표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삼성SDS 전사 물류의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화를 첼로스퀘어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떻게 변두리 물류 플랫폼이었던 첼로스퀘어가 삼성SDS의 중심 사업으로 부상하게 된 것일까요?

위기감이 불러온 진심: “삼성SDS가 왜 이렇게 디지털 물류 플랫폼에 집착하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 아서디리틀(ADL)의 리포트에서 우리 같은 3PL(3자물류) 사업자에게 충격적인 도식을 하나 만났습니다. 2030년까지 물류업계의 점유율을 예측한 두 개의 시나리오를 그린 도식인데 어떤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삼성SDS와 같은 3PL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1%가 안 되는 결과를 마주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디지털 혁신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최봉기 삼성SDS 첼로스퀘어사업팀장)”

삼성SDS가 위기를 느낀 아서더리틀의 리포트 도식 ⓒ삼성SDS 최봉기 팀장

삼성SDS가 바라본 아서디리틀의 리포트 <Lost in Transformation>에 따르면 2030년 물류업계가 다다를 첫 번째 시나리오는 해운선사, 항공사, 창고업자, 운송업자 등 ‘자산’을 가진 물류 실행사들이 물류업계의 90~93%를 점유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머스크, CMA CGM과 같은 글로벌 선사들이 육상운송, 풀필먼트 역량을 보유한 물류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종합물류기업’이 되는 모습이 최근 몇 년 사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선사들이 ‘물류제국’을 만들면서 종전 협력관계였던 3PL업체의 역할까지 깊숙이 들어서며 직접 경쟁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마치 아마존이 협력사였던 물류업체의 영역을 직접 물류로 침공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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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디리틀이 제시한 두 번째 시나리오는 ‘물류 플랫폼’이 3PL업체들의 영역을 차지하여 10~3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만드는 것입니다. 물류 플랫폼의 ‘기술’이 결국 포워딩 업체가 기보유한 네트워크와 영업 및 운영 역량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사실상 플랫폼이든 포워딩 업체든 둘 다 자산 없이 물류를 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비자산 물류업체간의 경쟁이 결국 ‘기술’을 보유한 플랫폼의 승리로 이어질 것을 예측하는 셈입니다.

삼성SDS는 두 시나리오 중에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삼성SDS가 받는 타격은 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자산 없이 물류를 연결하여 운영하는 삼성SDS는 자산을 갖춘 선사와 경쟁하는 모델로 확장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입니다. 중개자인 포워더에 가까웠던 삼성SDS가 스스로 디지털 퍼스트 ‘플랫폼’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죠.

“대부분의 혁신은 중개자들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현재의 물류시장은 아직까지 디지털 물류 플랫폼이 아닌 전통적인 물류회사가 장악하고 있지만, 일면에서 화주들은 ‘디지털 물류’에 대한 니즈를 말하고 있습니다. 삼성SDS는 지금이 어떻게 보면 그 벽을 넘기 바로 직전 상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결국 혁신의 재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회사에 깔려있습니다. 그 위기의식이 밑바탕이 돼 잔뜩 웅크리고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최봉기 삼성SDS 첼로스퀘어사업팀장)”

삼성SDS는 이번에 처음으로 첼로스퀘어의 주요 성과를 ‘숫자’로 외부에 공개했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3000개의 화주사가 첼로스퀘어의 회원이 됐습니다. 그 중 700개의 기업이 첼로스퀘어를 통해 견적을 받는 등 물류실행을 해본 ‘활성 사용자’입니다. 한 달 평균 1만8000건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지난해 8월부터 1분기까지 누적 2500FEU(40피트 컨테이너)를 해외로 발송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첼로스퀘어의 누적매출은 ‘1000억원’입니다. 2021년 삼성SDS의 매출은 13조6300억원, 그 중 물류사업의 매출은 7조992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봤을 때 아직 첼로스퀘어의 매출은 삼성SDS 전체 물류의 1% 내외로 미미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삼성SDS가 첼로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물류사업의 ‘디지털 퍼스트’를 선포한 이상, 앞으로 이 숫자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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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가 달라지나요? : 첼로스퀘어는 ‘국제물류’에 초점이 맞춰진 플랫폼입니다. 2021년 시작한 첼로스퀘어 4.0을 기준으로 해상운송, 항공운송, 국제특송을 물류가 필요한 중소, 이커머스 화주사에게 중개했습니다. 화주사들은 첼로스퀘어를 통해 견적을 받고, 선적을 예약하고, 운송통관 트래킹을 받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삼성SDS는 2021년까지의 첼로스퀘어를 디지털 포워딩 플랫폼을 위한 ‘워밍업 단계’였다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첼로스퀘어의 서비스 지역도 ‘한국발’로, 물류 서비스 또한 해상과 항공, 특송에 한정했다고요. 고객도 중소 B2B화주와 이커머스 화주로 제약을 뒀습니다.

이 제약이 2022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풀립니다. 먼저 첼로스퀘어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나아갑니다. 삼성SDS는 5월 1일 중국 수출 화주들이 첼로스퀘어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10월 중 같은 개념의 동남아시아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수입국 측면에서도 미주와 유럽에 있는 여러 국가로 지역을 확장합니다. 결국 기존 한국을 시작점으로 글로벌의 한정된 지역을 연결했던 첼로스퀘어가 글로벌 단위의 출도착 국가를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이 된다는 겁니다.

물류 서비스의 범위 또한 ‘국제물류’를 넘어 국제물류와 연결되는 로컬 물류까지 확장합니다. 그러니까 해외 현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한 ‘풀필먼트’와 ‘로컬운송’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삼성SDS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중국까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한 풀필먼트센터 네트워크를 확대 적용하여 종국에는 국제물류의 처음과 끝을 연결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갖춰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예컨대 삼성SDS는 중국에서 OEM한 상품을 현지 고객에게 풀필먼트로, 중국이 아닌 해외국가 고객까지는 ‘베트남향 보더트럭킹’, ‘유럽향 철도물류’ 서비스 등을 조합하여 내륙운송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종전 중소화주뿐만 아니라 중견 및 대형 화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플랫폼에 보완합니다. 종전 삼성SDS 물류사업의 본진이나 다름없었던 ‘첼로’가 수행했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기능을 첼로스퀘어에 추가하여 다국적 해외거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컨트롤 타워를 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삼성SDS의 핵심 물류사업이 ‘첼로스퀘어’라는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그 증거로 삼성SDS 물류사업부의 가장 큰 연례행사 <첼로 컨퍼런스>의 이름이 올해부터 <첼로스퀘어 컨퍼런스>로 바뀝니다.

물류판 넷플릭스를 향해: 얼마 전 공식 출시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물류 플랫폼 ‘카카오i LaaS’가 글로벌을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이자 솔루션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한다는 이야기를 전했죠. 그리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목표한 바를 차근차근 이뤄간다면 결국 삼성SDS의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와 한 영역에서 경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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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첼로스퀘어에는 총 16개의 물류 서비스와 솔루션을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삼성SDS와 제휴된 여러 물류 파트너들의 서비스를 연결하여 구축한 물류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제물류와 관련한 업무를 지원하는 IT 솔루션도 이미 판매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미래에 국제물류에서 만들고 싶은 ‘솔루션’ 판매 비즈니스를 삼성SDS는 이미 하고 있는 셈입니다.

첼로스퀘어에서 제공하는 물류분석 솔루션 브라이틱스AI 모델. 판매상품 수요예측, 화물운송 지연 예측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SDS

삼성SDS는 장차 첼로스퀘어를 국제물류를 위한 ‘넷플릭스’처럼 만들고 싶습니다. 삼성SDS가 글로벌에서 가진 모든 물류 서비스, 솔루션을 첼로스퀘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넣어서 다양한 상품을 구성합니다. 그렇게 구성한 물류 상품을 화주의 니즈에 맞춰서 최적화하여 추천하고, 플랫폼 안에서 서비스의 활용까지 연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첼로스퀘어 플랫폼에서 열람 가능한 10여개의 물류 상품 ⓒ삼성SDS

삼성SDS는 비자산 물류회사의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합니다. 플랫폼 안에서 구축하는 모든 서비스와 솔루션은 첼로스퀘어 플랫폼 안에서 협력하는 국내외 ‘물류 파트너사’들과 함께 구축합니다. 최봉기 팀장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삼성SDS는 비자산 물류회사입니다. 우리에겐 항공기, 선박, 트럭, 창고와 같은 자산이 없습니다. 국내외 물류 파트너사들과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 화주사를 지원했습니다. 이런 비자산 물류회사의 특징 때문에 첼로스퀘어의 플랫폼 전환은 물류 파트너의 기회를 의미한다 생각합니다. 우리 물류 파트너사들의 서비스와 사업 범위는 첼로스퀘어 안에서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첼로스퀘어는 그 자체로 물류 파트너사들의 새로운 영업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최봉기 삼성SDS 첼로스퀘어사업팀장)”

✍🏻 작성자 엄지용 : 커넥터스 운영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부업 라이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다른 일도 곧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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