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FAANG 서비스 안 쓰실 건가요?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보기 전 우린 스마트폰의 SNS 메신저 내용들을 확인합니다. 영화관을 찾기에 앞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신작을 찾아봅니다. 이제 빅테크 서비스 없이는 생활이 불편할 정도입니다. 하루이틀 주가가 내린다고 해서 FAANG 회사들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주가 흐름에만 천착하기 전에, 빅테크 회사들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는 게 필요합니다. 주가 흐름보다 무서운 게 소비자들의 센스거든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상을 효과적으로 더 편리하게 해준 기술적 개선점들은 주가 흐름보다 더 빠르게 소비자들의 센스에 각인돼 왔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적 개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기업이 빅테크입니다. 주가 변동과 무관하게 FAANG의 서비스나 정보 제공은 변함 없이 개선 중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빅테크 서비스를 계속 찾을수록 이는 정직하게 수익성에 반영됩니다. 구글의 주가는 2004년 8월 54달러였습니다. 2022년 5월 현재 구글의 주가는 2250달러입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 전보다는 빅테크가 못나갈 겁니다

빅테크 같은 성장주들의 주가가 대체로 높은 건, 성장주들이 (크게 성장해 있을) 먼 미래의 수익을 현재로 끌어와 평가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가치를 끌어올 때 쓰는 할인율이 높아져 전처럼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빅테크가 포함된 나스닥지수의 하락폭이 여타 지수보다 더 큽니다. 고점 대비 지수의 절반이 50% 하락, 지수의 22%가 75% 하락, 5%가 90% 하락했어요. 이 정도 떨어졌으니 슬슬 반등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상승세를 이끌어오던 비대면 수요도 위드 코로나로 약해졌죠. 코로나 이후 워낙 잘나간 만큼 테크 분야의 신규 상장이 늘면서 경쟁도 심해졌어요.

향후 경기 둔화로 시장에서 ‘성장’ 자체가 희귀해져 빅테크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빅테크 전반에 유리한 국면은 아닐 겁니다. 재무가 건전하고 가시적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들을 잘 선별하는 게 중요할 겁니다.

📌 주가수익비율(PER) : 기업이 1주당 벌어 들이는 순이익에 비해 실제 주가가 몇 배가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서, 해당 주가가 비싼 가격인지, 저평가됐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음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빅테크 인력 감축이 긴축 탓?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탓이라는 기사의 해석이 아쉽습니다. 긴축이 아니라 이들의 영업 부진이 주 원인이거든요. 물론 긴축으로 유동성이 줄면서 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상품이나 서비스의 매력과 가치가 충분히 커서 매출 등 영업 상황이 좋았다면 상황이 달랐을 겁니다. 즉, 경영의 문제인 것이지 긴축이 영업을 부진하게 만들고 감원을 부른 직접적 요인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두 데이터 간 상관관계(correlation)가 높다고 해서 인과관계(causality)까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 매물 늘겠지만 집값 하락은 글쎄?

경제학에서 물건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죠. 특히 정가란 게 없는 부동산의 경우 이 원리가 가격 책정에 충실히 작동됩니다. 다양한 심리와 정부 정책 등 외부 변수는 양념으로 거들 뿐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새 정부의 각종 세제 완화 시그널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데 동기 부여가 됨으로써 시장 거래를 분명 촉진시키긴 하겠지만, 매물 증가가 바로 가격 조정이나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할 순 없습니다.

공급 측면에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가 늘면서 신규 주택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고, 수요 측면에선 3차 베이비붐 세대가 30~40대 경제 주축이 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불어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에 따라 자산 가치 조정도 이어지는 터라 집값 하락이 아닌 상승을 유도하는 조건들이 팽배합니다. 지역 편차가 분명 존재하겠지만,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접근성이 뛰어난 서울 주요 지역과 인접한 핵심지, 즉 기업이 몰려있는 도시들의 집값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고 판단됩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양도세 기본세율 개선도 검토해야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즉 기본 세율에 무거운 가산 세율을 붙이는 데 대해선 논의가 활발히 됐고 이번에 한시 유예까지 시행됐죠. 하지만 왜 기본 세율 자체에 대해선 논의가 뜸한지 의문입니다. 양도 차익이 3억원을 넘기면 기본 세율이 40%대에 이릅니다. (양도세 기본 세율은 최대 45%입니다.)

기본 세율 자체만으로 과중하기 때문에 양도 차익이 큰 고가 부동산일수록 집 주인들이 매도를 망설입니다. ‘강남 불패’란 말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죠.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도, 강남의 고가 부동산들만은 양도세 무서워 매물 내놓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추가적 가격 상승을 도와주곤 하죠. 인수위가 최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양도세 기본 세율 내용은 없었는데, 이제라도 개선 검토를 새 정부에 건의하고 싶습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 매매 늘면 전세가 귀해지는 아이러니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매물 현황을 점검하다보면 확실히 전세 물건은 줄었는데 매매 물건은 늘어난 게 보입니다.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는 얘기겠죠. 매매 물건이 늘었으니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환영할 상황일까요?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습니다.

우선 매매 쪽이 늘어난 만큼 전세 매물은 더 귀해질 겁니다. 그렇다고 집값이 낮아지는 것도 아닌 게 집주인들이 매매 호가를 낮춰부르지도 않습니다. 대출 규제 완화 등 수요를 뒷받침할 만한 지원책이 없다면, 대다수 매매 호가는 유지된 상태로 일부 급매 실거래가만 현저히 낮춰지는 상황이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풀리면, 대기 수요자들이 매물을 흡수하고 전세가 귀해지면서 다시 매매가와 전세가 갭이 작아지는 상황이 올 겁니다. (어라? 그 상황에서 보유 부담만 낮아지면 다시 갭투자 타이밍 아닌가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임금 → 물가 → 임금 상승 악순환?

이른바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통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3개 분기가 지나서야 임금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년 10월 물가 상승률이 3%를 초과하며 인플레가 본격화됐으니, 올 하반기 가파른 임금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이 임금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고, 이는 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다시 임금 상승을 촉발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어 우려됩니다. 다른 인플레 요인 없이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사실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 상승 요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간 주택 가격 급등과 인플레로 통화 가치가 하락했고, 임금의 실질 가치인 본인들의 구매력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공급발 인플레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강력한 인플레는 끝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죠.

김찬영

Premia Partners Company 한국 담당 이사

임금 격차, 인재 격차로 이어져

그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공식 석상에서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했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파월 의장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죠.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강한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빠르게 줄고 있고, 노동력이 더 필요한 기업들이 임금을 선제적으로 올리고 있는 겁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제 물가 상승에 발맞춰 임금을 올릴 수 없는 (일반적으로 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인재를 다른 회사로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으로 인한 회사 간 ‘인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듯합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소규모 재건축, 정책 뒷받침 필요해요

대규모 단지는 가격이 높아도 그만큼 쾌적한 환경이 보장됩니다. 경제성도 높아 자산의 가치 측면에서도 대단지가 유리해요. 대부분의 재건축이 대단지로 쏠리는 이유인데요. 하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저렴한 소규모 단지의 아파트를 원하는 계층도 분명 존재합니다. 틈새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대형 건설사들이 높은 고정비 등의 이유로 작은 규모의 공사를 기피한다는 점입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여러 소규모 정비 사업을 묶어서 함께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 공사는 설계 차이는 있지만, 공사 자체는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게만 된다면 다양한 주택 공급으로 오히려 도시 다양성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정책 힘입어 수요도 늘어날 것

이미 소규모 재건축에 대한 정책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작년에 조례 개정을 통해 소규모 재개발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역세권 또는 공장 용지 비율이 30% 이상인 준공업지역 내 5000m² 미만인 소규모 필지를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하면, 용적률*을 높여 주택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입니다.

국토교통부도 5월 내 소규모 재개발 지정 면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소규모 주택정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대세는 재건축·재개발이겠지만, 소규모 정비 사업 인센티브가 확대되는 만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용적률 : 쉽게 말하면, 몇 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 비율. 예를 들어 용적률이 200% 지역에 1개 층이 50평짜리인 건물을 짓는다면, 총 4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음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 무신사와 오늘의집의 평행이론?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무신사와 오늘의집. 그보다 더 중요한 공통점은 취향이 같은 사람이 모여 떠들고 어울리는 놀이터(커뮤니티)라는 점입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북마크하고, 새 트렌드를 보면서 안목도 넓히고, 직접 의견을 남기며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이러한 활동들 모두 접근성과 서비스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신사와 오늘의집의 가치가 치솟은 겁니다.

무엇보다 리오프닝으로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오늘의집에 투자가 몰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재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을 책임지고 있는 것처럼, 오늘의집도 PB를 통해 빠르게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비용 줄여 ‘폭탄 돌리기’ 막아야

스타트업의 본질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기존 산업을 와해하는 것입니다. 아침에 신선한 식재료가 필요한 맞벌이 부부의 니즈, 신발 덕후들의 정보 생성과 공유, 인테리어 콘텐츠를 보다가 편리하게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컬리와 무신사 그리고 오늘의집을 만들었습니다.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소비자를 모으고 유지하기 위해서, 의식주 플랫폼 기업들은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중입니다. 물론 소비자들은 현재 그 덕분에 혜택을 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확대, 인프라 확충 등 영업비용 증가로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 감소를 이뤄내지 못하면, 자본 시장에서 폭탄 돌리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