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금리 인상 => 경기 침체? 아닙니다!

각국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를 곧바로 연결 짓는 견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영향은 침착하게 자산 시장과 실물 경제로 분야를 구분해서 봐야합니다. 먼저 금융·부동산 등 자산 시장은 금리 상승에 굉장히 민감한 게 맞습니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라서 금리가 상승하면 돈의 가치는 높아지지만, 자산의 가격은 반대로 내려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물 경제는 상대적으로 금리에 덜 민감합니다. 실물 경제의 근간인 소비가 금리보다 소득에 의해 주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산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실물 경제의 또다른 축인 기업의 투자 역시 금리와 관계 없이 예상 매출과 제조 원가에 의해 주로 결정됩니다. (한국만 해도 기준금리가 10~20%를 넘나들던 90년대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금리가 매우 낮은 환경이라, 금리 1~2% 오른다고 돈 될 곳에 투자를 안 하진 않는다는 겁니다.) 금리 상승 때문에 세계 실물 경제가 직접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거란 말씀입니다.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각 금융 기관에 부실이 생긴다면 실물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실물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대출 등 각종 금융 중개 기능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그런 흐름이 나타나진 않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과다한 편이라 우려가 큽니다.

📌 자산 효과(Wealth Effect) :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치가 상승할 때 소비도 덩달아 늘어나는 현상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침체 우려는 연준 신뢰 부족탓!

지난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미국의 채권과 주식 시장은 서로 다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지난달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잘나오면서 채권 시장은 경기 호황세를 반영한 반면, 주식 시장은 여전히 큰 폭으로 하락하며 경기 둔화 가능성을 나타냈습니다. 왜 두 시장이 다른 양상을 보였을까요?

여타 이유가 있겠지만 정확히는 연준에 대한 신뢰 부족이 주효하다고 판단됩니다. 연준은 작년 내내 인플레가 ‘한시적’이라고 평가 절하해왔으나 현실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올리며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어요. 인플레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인 상황에서 연준은 여전히 희망 섞인 코멘트(침체 가능성 없는 자연스러운 물가 안정화)를 통해 시장을 띄우려 하는 것이죠. 이런 연준을 주식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인 겁니다. 이제라도 연준이 명확한 인플레 통제 의지를 공표하고 시장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합니다.

김찬영

Premia Partners Company 한국 담당 이사

못미더운 연준 대신 떠오르는 이 사람

연준이 신뢰를 잃어버린 이 시점, 매스컴이 주목하기 시작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입니다. 서머스는 빌 클린턴 정부 때 재무장관을 맡고 현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경영대학원의 경제학 교수로 있는 세계 최고의 재정 정책 전문가입니다. 그는 전부터 일관되게 인플레가 ‘한시적’이란 연준 입장에 반대하며 물가 급등을 경고했어요. 이게 현실로 나타나며 최근 더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도 했는데, ‘3월 인플레 정점 후 안정화’설을 내세우는 연준 입장과 또 완전히 배치됩니다. 그는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긴 했어요. 다만 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려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모든 조건이 우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했어요. 사실상 경기 침체를 경우의 수에 넣어두라는 말이죠.

이나경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통화 스와프, 실용·상징 둘다 의미있어요

환율 안정을 위한 안전 장치는 통화 스와프 외에도 2가지가 더 있긴 합니다. 첫째가 국가가 이미 보유한 외환을 이용하는 것이고 둘째가 IMF에서 금융 지원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방편이 통화 스와프입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이유입니다. IMF나 BIS(국제결제은행) 등의 권고를 참조해 추산해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 보유액은 6810억달러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현재 확보 중인 외환 보유액은 4493억달러에 그칩니다. IMF 금융 지원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IMF 내 한국의 영향력이 높지 않아 유리한 조건의 금융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IMF 금융 지원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습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국에선 아직도 IMF 위기로 불릴 만큼 IMF가 요구하는 혹독한 국가 경제 구조조정의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최근 출판된 한 국제 정치 논문에 따르면 통화 스와프는 실용적 목적 외에도 두 나라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실용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은 의미가 있습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보험 제공자=미국, 피보험자=한국

한·미 통화 스와프는 일종의 보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양국이 상호 간 통화를 교환한다는 것이지만, 달러의 절대적 위상을 고려할 때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보험의 제공자, 한국이 피보험자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보험이 도움이 된다는 것에 이견을 제시할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통화 스와프의 작동 기제와 그 효과에 대해 다소 이견이 있지만, (주로 공포를 진정시키면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낮출 것이라는 점은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겁니다. 다만 이 보험의 가격과 보장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는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겁니다. 과거 대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특히 가격 책정에 있어 여러 외교적 상황들도 고려될 것 같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원화만 약세가 아니니 당장 안 필요해요

최근 ‘셀 코리아’라고 불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국내 금융이 불안해서 생긴 문제라기보다, 세계적 긴축 과정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세계적으로 부채를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안전 자산 중심으로 재조정하면서 함께 일어나는 일인 거죠. 게다가 원화만 약세인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가 각국 통화들 대비 강세입니다. 현재의 원화 약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우리가 원해도, 미국이 원치 않아요

통화 스와프는 한 국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체결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양국이 모두 필요할 때 체결할 수 있어요.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된 2008년과 2020년은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유동성을 마구 확장할 때입니다. 만약 당시 한국처럼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겠다고 미국 국채를 금융시장에 판다고 나서면, <미국 국채 가격 하락 → 미국 금리 상승(채권과 금리 가격은 반비례) → 제로 금리 유지 곤란>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었던 상황이에요. 미국은 이를 방지하고자 우리의 통화 스와프 요청에 응했던 걸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죠. 다른 나라가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고자 미국 국채를 팔아버려 미국 금리가 상승해도, 미국은 지금 금리를 올리는 중이니 오히려 자국 기조와 맞아떨어지는 상황인 겁니다. 게다가 연준 역시 다음달부터 자국 국채를 시장에 파는 ‘양적 긴축’에 착수하며 금리를 더 올리려 하고 있어요. 한국이 요청한다고 해서 통화 스와프 체결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 이동 막히자 부동산 거래도 막혔다

부동산 거래에 있어 핵심이 되는 요소 중 하나가 ‘이동(활동)의 자유’라는 것이 이번 사례를 통해 재입증됐습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 각 개인의 이동을 통제하면서 경제적 활동을 포함해 모든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생겼습니다. 결국 경제적 순환이 어렵게 됐고, 부동산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규제 완화와 보조금 지급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인센티브도 시장을 이끌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이동의 자유가 거래를 위한 근본적인 전제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한시적인 통제이기 때문에 대기 수요가 한 번에 실현되는 시점에 거래가 회복되거나 일시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시장에 혼란이 발생될 소지도 있습니다.

한편, 이같은 현상은 주택 거래뿐 아니라 상업 부동산, 특히 오피스 거래에서 잘 확인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재택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오피스 공간 활용도가 낮아진 영향입니다. 거래가 주춤하거나 부실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거래나 임차 부분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이 2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정책 통제, 통하지 않아

중국의 부동산 침체기는 상당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끝났다고 발표해도 국내외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올해 9월 예정이었던 아시안 게임까지 연기해야 할 정도면, 그 여파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중국 내 대도시들의 부동산은 공급 과잉인 상황인데요. 부동산 시장에서 부의 양극화는 한국보다 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된 규제와 완화의 반복으로 학습 효과가 생겨 정부 정책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도 한계에 달했습니다.

대외적인 환경 역시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져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모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코로나가 안정화되어야 하겠지만, 이와 아울러 적극적인 개방 정책과 대외 신뢰 회복이 필요할 텐데요. 중국 정부가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서울의 대지 가치가 높아진다”

서울시의 이번 개정안은 “서울시 내 토지들 위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허용 수준을 높인다”는 방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위치에 있는 토지라고 해도 그 위에 1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2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에 따라서 쓰임새가 달라지는데요. 땅의 가치 평가 역시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서울 안의 토지는 더 높고 더 조밀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가치 역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눈에 띄는 대목으로는 역세권의 기준을 완화한 것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지하철역 승강장 경계 반경에서 250~350m 내에 위치해야 역세권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앞으로는 역세권의 범위가 최대 20%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역세권으로 지정되면, 용적률이 완화돼 고층 건축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공급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봉균

대신자산운용 대안투자2본부 본부장

긍정 효과 늘리고, 부작용 최소화해야

토지의 집약적 이용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측면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한국은 한정적인 국토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 역시 땅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 지역은 작은 면적에 약 100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거주하고, 그 이상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유용성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번 도시관리계획 변화를 바탕으로 토지를 집약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공급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토지를 활용하기 위해 용적률 완화 등 규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가장 시급했기 때문이에요. 반면, 집약적으로 사용하자고 해서 무작정 층수만 높이면 환경적,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