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스] 네이버, 카카오, 삼성SDS가 ‘물류’에서 만난다면

네이버, 카카오, 삼성SDS가 ‘물류’에서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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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의의의 장소에서 커넥터스 구독자들의 정모(?)가 열렸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물류 플랫폼 ‘카카오i LaaS(Logistics as a Service)’ 출범식을 열었거든요. 저도 방문하여 소셜 미디어에 인증을 남겼는데, 행사가 끝나고 많은 구독자 분들이 연락을 줬습니다. 심지어 몇몇 분들은 행사 패널로 참가했더군요. IT, 물류, 유통을 초월한 다양한 업계 분들의 연락에 새삼 카카오의 물류 플랫폼 진출이 경계를 초월한 관심사가 됐구나 싶었습니다.

커넥터스는 이날 한국 최초로 카카오 물류 플랫폼의 실무 임원 인터뷰 콘텐츠를 송고했습니다. 1주일 전에 진행한 인터뷰였는데, 행사 날에 맞춰 공개했죠. 카카오 물류 플랫폼은 어떤 성장 전략을 갖고 움직이는지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아래 콘텐츠를 참고 바랍니다. 공개된 미디어 콘텐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날 것의 정보와 경험이 잔뜩 녹아들었다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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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인터뷰 콘텐츠에서는 다루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카카오 물류 플랫폼에서는 ‘네이버’의 향기가 납니다. 인터뷰 콘텐츠 제목은 ‘네이버와 다르다’고 해놓고 뭔 소리냐고요? 네이버가 지난해 7월 출범한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와는 좀 다른 게 맞습니다. 오히려 네이버의 커머스 솔루션 사업 ‘머천트 솔루션(네이버 커머스 솔루션 마켓)’의 그 느낌이 카카오 물류 플랫폼에서 나더군요.

머천트 솔루션의 향기 : ‘네이버 커머스 솔루션 마켓’은 네이버가 지난 1월 베타 오픈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상의 솔루션 서비스입니다. 판매자의 성장단계에 따라 상품관리, 주문관리, 결제관리, 물류, 마케팅, CS 등 다양한 솔루션을 네이버, 혹은 네이버와 제휴한 외부 개발사 연합군 NCSA(Naver Commerce Solution Alliance)가 개발하여 제공하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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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은 ‘커머스 솔루션 마켓’ 안에 있는 여러 솔루션을 기존 사용하던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페이지에 ‘모듈’을 붙이듯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반적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정기배송’ 기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천트솔루션에서 ‘정기구독’ 솔루션을 구매했다면 고객이 원하는 배송일에 상품을 정기 발송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듯, 네이버 커머스 솔루션 마켓에서 원하는 솔루션을 추가하여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페이지’에 붙일 수 있다. ⓒ네이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커머스 솔루션 마켓이 생기기 전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은 모두가 동일한 ‘관리자 페이지’를 이용했습니다. 카페24나 메이크샵과 같은 자사몰 구축 솔루션에 비해서 판매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커스터마이징’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 한계가 ‘커머스 솔루션 마켓’으로 인해 일부나마 선택적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솔루션의 숫자가 늘어난다면 판매자들이 원하는 기능에 맞춰 각자의 관리자 페이지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겠죠.

네이버 커머스 솔루션 마켓에서 현재 판매하는 솔루션과 추가 예정인 솔루션. 베타서비스 기간에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향후 당연히 유료 과금 모델이 붙은 솔루션이 추가될 예정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커머스 솔루션 마켓’ 론칭의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미 스마트스토어를 사용하고 있는 47만개 이상의 판매자를 잠재고객으로 ‘솔루션’을 판매하는 신규 사업모델을 확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애플, 쇼피파이가 그랬듯 네이버 커머스 솔루션 마켓에 참여한 3자 개발사들에게 ‘결제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커머스 솔루션 마켓은 네이버 입장에서 안정적인 신규 수익모델 확장처가 될 수 있습니다.

솔루션을 강조하는 물류 플랫폼 : 이제 본격적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물류 플랫폼 카카오i LaaS(이하 ‘라스’) 이야기를 해보죠. 겉으로 보이는 라스는 ‘창고 중개’ 플랫폼입니다. 유휴공간을 보유한 창고 운영사(물류, 유통, 제조사)와 이커머스 물류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 사업자(화주사)를 연결합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물류 파트너사에 LFR(LaaS Front Runners)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수익모델 중 하나는 연결에 따른 ‘중개 수수료’입니다. 여기까지 본다면 먼저 사업을 한 ‘마이창고’와 ‘콜로세움코퍼레이션’과 같은 물류 플랫폼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각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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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중개’하는 물류 플랫폼보다는 ‘솔루션’ 사업자의 역할을 부단히 강조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창고 중개’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솔루션의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요. 라스는 창고 중개를 통해 충분한 숫자의 화주사와 물류 운영사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창고 중개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요.

실제 라스의 수익모델 중 또 다른 하나는 ‘솔루션(시스템)’ 판매입니다. 현재 라스는 이커머스 물류(풀필먼트)를 위한 필수 솔루션이라 불리는 OMS(Order Management System)와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이 솔루션들을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카카오i 클라우드) 위에 올려 기능별로 등급을 나누고, 사용자가 사용한 만큼 비용을 책정하여 판매하고자 합니다.

요컨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보다는 IT 사업자로 강하게 포지셔닝 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소개한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가 투자한 시스템 업체 ‘테크타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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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 발표에서 OMS와 WMS 안에서 더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며 솔루션을 고도화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화주사 담당자가 물류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VR 기술을 기반으로 창고 실사를 하는 기능, 인공지능 기술로 상품 판매 데이터를 학습해서 제품 수명 주기를 예측하는 기능, 고객이 구매한 상품들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1+1이나 묶음판매 프로모션 기획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 물류센터 작업자의 동선과 행동, 비어있는 창고 공간을 분석하여 상품의 적재 위치를 추천하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실 네이버 또한 클라우드 위에서 물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당당히 하나의 대분류로 합류한 ‘항만물류’ 카테고리가 이를 방증합니다. 다른 예로 물류 수요 예측 솔루션인 ‘클로바 포캐스트(Clova Forecast)’는 NFA 파트너인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 적용하여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향후 ‘네이버 커머스 솔루션 마켓’에도 적용될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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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의 7개 산업 대분류 중 하나로 합류한 ‘물류’ 카테고리 ⓒ네이버

뭔가 느낌 왔죠? ‘네이버 커머스 솔루션 마켓’이 이커머스 가치사슬의 한 영역으로 ‘물류 솔루션’을 개발, 제공한다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라스’는 물류라고 하는 한 영역에 특화해 솔루션을 개발, 제공합니다. 이쯤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공식발표 내용 한 번 들어보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물류에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로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결합할 것입니다. 최신 기술을 통해 다양한 물류 참여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계속 확장할 것이며, 현대 물류에 요구되는 다양한 목적점을 해결할 것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검색 및 매칭 서비스, 최적화 알고리즘 등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첼로스퀘어의 향기: 앞서 ‘라스’가 현재의 창고 중개 플랫폼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죠. 이제 막 시작한 라스에서 네이버 머천트 솔루션의 느낌이 났다면, 미래에는 삼성SDS의 국제물류 중개 플랫폼 ‘첼로스퀘어’의 모습이 보입니다. 라스는 공장부터 소비자까지 커머스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퍼스트마일과 미들마일, 라스트마일 물류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목표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공식 멘트 들어보죠.

“우리는 소위 소비자까지의 ‘라스트마일 물류’만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공장에서 물류센터, 물류센터에서 물류센터까지 이동하는 퍼스트마일과 미들마일 구간의 모든 물류를 포함합니다. 다양한 기업이 가진 다양한 자원들을 다양한 운송수단으로 연결한다면 복잡하지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만큼 연결은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찾아내고, ‘공급망’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연구하고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고 비전입니다(김원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aaS부문장)”

결국 라스의 큰 그림은 ‘글로벌’을 향하고 있습니다. 시작점인 ‘창고 중개’에서 확보한 물류 운영사와 화주사가 ‘한국’에서만 비즈니스를 하란 법은 없겠죠. 만약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에 있는 현지 물류 파트너와 포워더와 같은 국제물류 사업자를 연결할 수 있다면 글로벌에서 글로벌로 이어지는 ‘물류 가치사슬’을 연결하여 최적화할 수 있겠습니다.

라스는 이 과정에서도 ‘데이터’가 탐납니다. 글로벌 물류 데이터를 최적화하여 솔루션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라스가 공급망관리(SCM)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로 한국의 화주사들이 원하는 국가의 판매희망 채널까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확장을 지원하는 물류 솔루션을 라스가 제공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행사에서 발표한 김원태 LaaS부문장은 “카카오i LaaS의 확장성 측면의 경쟁력은 포워딩, 직구, 역직구 플랫폼 영역에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고, 글로벌 물류를 엔드투엔드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라 했습니다.

잠깐만요. 지금 딱 비슷한 거 하는 플랫폼이 있는데, 삼성SDS의 ‘첼로스퀘어’죠. 첼로스퀘어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위한 물류(직구, 역직구)를 중개하다가, ‘포워딩’ 영역까지 확장한 물류 플랫폼이거든요. IT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물류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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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스퀘어가 IT 기술을 통해 제공하는 물류 솔루션. 국제물류 영역에서 물류 IT 솔루션은 이미 삼성SDS가 제공하고 있었다. ⓒ삼성SDS

더군다나 최근 첼로스퀘어를 바라보는 삼성SDS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의 ‘첼로스퀘어’가 변두리 신사업 느낌이었다면, 요즘 첼로스퀘어는 삼성SDS가 공식 IR 자료에서 ‘핵심 사업’이라 부를 만큼 그 위상이 올라갔습니다. 삼성SDS도 물류 플랫폼에 진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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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네이버와 카카오의 창업자를 모두 배출한 기업이 삼성SDS인데, 이 세 기업이 ‘물류’라는 한 전장에서 만난다면 신박하겠군요. 네이버든, 카카오든 물류 플랫폼을 시작했고, ‘글로벌’을 바라보고 있으니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네이버와 카카오의 물류 플랫폼은 삼성SDS의 ‘핵심 사업 영역’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요? 반대로 ‘글로벌 풀필먼트’를 본격화하는 삼성SDS는 네이버와 카카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경계는 다시 한 번 흩어집니다.

✍🏻 작성자 엄지용 : 커넥터스 운영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부업 라이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다른 일도 곧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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