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나가던 뮤직카우 ‘증권 논란’ 총정리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폭풍 성장 중이던 뮤직카우 : 모든 자산 가격이 다 급등하던 지난해 여름, ‘음악 저작권 투자’라는 새로운 투자 상품을 거래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뮤직카우 광고가 방영되기 시작했습니다. 톱스타들을 앞세운 광고의 힘이 컸는지, 8월 한 달간 무려 556억원의 거래 금액을 기록하며 2020년 전체 거래액이었던 339억원을 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폭발적 성장에는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저작권의 연평균 수익률이 8.7%에 이른다는 기사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끈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불어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의미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것도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뮤직카우 성장 이끈 역주행 송 :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이라는 자산을 이른바 ‘쪼개기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거래 플랫폼입니다. 쪼개기 투자란 미술품, 부동산, 와인, 명품 등을 여러 투자자들이 분산하여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 방식을 의미합니다. 기존에는 소액을 투자해 권리를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대상들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죠.

뮤직카우는 그 대상으로 대중 음악의 저작권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서비스 초반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초 역주행으로 인기를 끈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저작권 지분 가격이 약 40배 가까이나 뛰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뮤직카우의 거래 대상은 사실 저작권이 아니다? : 그런데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뮤직카우 내 음악 저작권 투자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큰 파장이 일어났습니다. 앞서 금융 당국이 뮤직카우에 대한 검토를 하기 시작한 건,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권리의 정확한 정체가 음악의 저작권이 아니라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하 청구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은 변경이 있을 때마다 저작권위원회에 매번 등록이 필요하고, 여러 분산 소유자들이 권리를 행사하려면 모두 합의를 해야하는 등 쪼개기 투자에 다소 부적합한 대상입니다. 뮤직카우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자회사에서 음악의 저작권을 매입해 보유하면서,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가질 권리인 청구권을 거래하게 한 것입니다.

증선위 “청구권? 증권이나 다름없다” : 진짜 저작권은 뮤직카우가 보유하면서 해당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고, 그렇게 수익을 분배 받을 수 있는 청구권을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그런데 이런 성격은 증권의 정의와도 부합합니다. 때문에 증선위는 이 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한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일단 증권으로 분류되면, 자본시장법에 따른 여러 규제를 받게 됩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증권신고서 등 공시를 위한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고, 투자자의 투자금을 별도로 예치해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뮤직카우가 자사 서비스에 대한 법적 해석이 확실치도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 없이 영업을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청구권 거래는 금지 : 이런 경우 보통 증선위에서 제재를 내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시정 이행 기간을 6개월 부여했습니다. 시정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입니다. 대신 이미 거래 중이었던 청구권의 거래는 유지하지만, 새로운 청구권의 거래는 금지했습니다. 이러한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중입니다.

1000억 투자받고 반전 노리는 뮤직카우 ? : 뮤직카우 측은 증선위의 결정에 따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만들 것이라 밝혔습니다. 최근엔 금융권 출신 변호사를 준법감시인으로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내 사모펀드에서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제도권에 안착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뮤직카우의 사업 모델을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음악 저작권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보다 훨씬 부풀려진 가격으로 청구권이 거래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암호화폐나 NFT 등 가상 자산들의 가치가 급락한 상황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철민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미국 중앙은행(Fed)이 4일(현지 시각)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습니다. 이른바 ‘빅스텝’으로 불리는 큰 인상폭인데요. Fed는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도 다음달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Fed 발표 직후 시장은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은 피했다는 안도감에 상승세였으나, 현재(6일 오전 1시) 다시 폭락 중입니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요인들이 크게 해소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대형 플랫폼주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네이버가 ‘어닝 쇼크’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카카오가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카카오는 7개 사업 부문 중 뮤직과 스토리(웹툰·웹소설)를 제외한 전 사업 부문에서 4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잇따른 실적 부진에 두 회사의 주가도 연초 대비 25%(네이버), 22%(카카오) 떨어진 상태입니다. 인건비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미국발 금리 인상 등 국내외 악재와 더불어 위드코로나로 IT·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거란 우려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