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적소적재, 직무주의 HR 실천하기

적소적재, 직무주의 HR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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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관리의 접근법을 단순화하면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적재적소 접근법과 적소적재 접근법. 같은 말 같지만 어디서 출발하는가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초래합니다. 적재적소 접근법을 속인주의 인사관리라고 합니다. 적합한 사람을 먼저 고민하고 그 후에 그 사람을 어디에 쓸지 결정합니다. 적소적재 접근법은 직무주의 인사관리라고 합니다.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먼저 분석한 후에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찾습니다.

적재적소의 속인주의 인사관리 접근법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그 시대적 소명을 다했습니다. 속인주의 인사관리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자랑스러운 경제성장에 기여했습니다. 근면하고 성실한 근로자들의 협동심과 희생정신, 그리고 리더들의 솔선수범을 통해서 집단의 힘을 발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대가는 경제적 부유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립니다. 우리 사회는 OECD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저성장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적재적소 속인주의 인사관리의 부작용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적재적소 속인주의 HR의 부작용
우리 사회는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해야 할 만큼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장시간 근로에 맞게 생산성이 따라준다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이제 생산성도 낮으며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OECD 국가 중 최저입니다. 적소에 필요한 적재, 즉 전문가는 부재합니다. 그나마 있는 소수의 전문가도 국제적인 인재 경쟁 속에서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빼앗기기 일쑤입니다. 전문성이 없으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리자나 임원이 되지 않으면 회사에서 활용가치가 없어집니다. 퇴직 후에도 특별한 전문 역량이 없기 때문에 재취업이 어렵고 대부분 좋지 않은 일자리로 밀려납니다. 정년 60세를 법제화했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임금근로자가 얼마되지 않습니다.

공정성의 문제는 소위 ‘인국공사태’나 대기업의 성과급 논쟁에서 보듯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하는 업무에 따른 보상이 아니다 보니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인지 여부에 따라 수배의 보상 차이가 발생합니다. 같은 정규직 내에서도 단지 근속년수가 높다는 이유로 높은 보상을 받는 것도 신세대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목격하고 있는 수많은 사고와 부정비리의 근원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도 적재적소라는 미명의 속인주의 인사관리에 있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철저함과 자기완결성을 갖는 것이 직무윤리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떤 책임과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자기완결적인 철저한 일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업무 처리에서 공백이 생기게 되고, 사고가 나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합니다.

속인주의 인사관리 하에서는 자신이 맡은 일의 책임과 역할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주로 시키는 일을 하게 되고, 정작 근로자들은 자신이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합니다. 일에 대한 의미와 목적의식을 갖는 것은 일에서 느끼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도 속인주의 하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근로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에서 행복감을 덜 느끼게 되고, 이것은 물질적인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심각한데, 어느 사회나 이런 문제가 있으나 유독 한국 기업들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집니다. 과거와 같은 평생직장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교환하는 관행이 사라지는 가운데 속인주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적소적재 직무주의 HR로의 전환
이제는 적소적재 직무주의로 전환해야 합니다. 직무주의로의 전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과거부터 직무주의와 관련된 시도를 많이 해왔습니다. 물론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실패했기 때문에 직무주의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만 갖지 않는다면 이러한 경험들이 직무주의 인사관리가 정착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인사관리는 시스템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적소적재 직무주의 인사관리도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직무를 중심으로 인력계획, 채용, 평가, 경력개발, 보상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직무여야 한다. 직무에 대한 이해 없이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직무Job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개념입니다. 인사전문가는 일Work이나 노동Labor, 직업Occupation의 개념과 기업에서 사용하는 직무 간에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할급’은 일본에서 도입한 뒤로 우리나라에도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역할Role이 직무와는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무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를 갖췄다면 직무분석Job analysis,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직무평가Job evaluation, 직무분류Job classification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실행 역량도 갖추어야 합니다. 속인주의에서는 인사담당자들에게 관계의 달인이 되라고 요구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무주의에서는 인사담당자들이 그야말로 인사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향후 적소적재 직무주의 HR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들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정책에 필연적으로 직무주의가 반영될 것입니다. 직무주의 HR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현장의 관리자들이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이들에 대한 교육과 설득 또한 인사담당자들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적소적재 직무주의 HR이 한국 사회가 다음 단계의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인사전문가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진짜 인사 ‘전문가’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 유규창 교수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장과 경영전문대원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윤리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교에서 인적자원관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위원을 지내면서 이론 뿐 아니라 실무와 정부정책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대학으로 옮겨 인적자원관리와 리더십 분야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는 동시에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CJ, 포스코 등 한국을 선도하는 기업과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산업자원부 등 정부기관에서 자문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작성자 유규창 :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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