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세계경제와 거꾸로인 중동에 관심을

중동 산유국들이 돈 쓰는 방식은 진화해왔습니다. 70~80년대 고유가 시기엔 자국 내 건설 투자를 늘렸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도 현대건설 등 여러 건설 기업이 중동에 진출했고 외화를 확보했죠. 2000년대 들어선 해외 금융 투자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90년대 말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위기가 찾아오면서, 돈을 마냥 써버리기보다 외화 자금을 비축하고 미국 등 선진국 국채에 투자를 했어요. (미국으로 대거 유입된 이들의 오일 머니는 각종 금융 자산과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렸고, 이게 결국 미국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단초가 됐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중동 산유국들의 해외 금융 투자도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도 이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특히 중동과 나머지 세계는 경제성장률 흐름이 거꾸로인 경향이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 부진으로 해외 투자 유치가 어려운 현 시점에, 이슬람 금융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면 외환 부문 안전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서브프라임은 주택 담보 대출자 중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신용이 낮은 이들을 일컬음. 2000년대 들어 미국 금융 시장에 돈이 넘치자 금융사들의 대출 경쟁이 치열해졌고, 서브프라임 해당자들까지 대출로 집을 사면서 부동산 거품이 급증. 중앙은행이 결국 금리를 크게 올리자 대출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며 전국 집값이 곤두박질쳤고, 금융사들이 잇따라 파산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이제 QQQ보다 원유 ETF가 나을지도

원자재 빅사이클(대호황) 시작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자재는 이전의 빅사이클인 2005~2007년 이후 세계 주식 시장에서의 비중이 (시가총액 기준) 2~3%대로 많이 줄어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늘면서 빅사이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원자재 수급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계속 유가가 오르다, ‘비 오면 소나기’라고 두 자원 대국의 전쟁이 이를 심화시킨 겁니다. 빅사이클 흐름이 본격화하면 원유 ETF나 중동 증시에 투자하는 ETF가 미국 나스닥의 대표적 기술주 ETF인 QQQ보다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왕릉뷰 아파트 사태, 3가지 관전 포인트

1️⃣입주, 할 수 있을까? : 기사에 나온 대로 입주를 해버리면 철거가 현실적으로 불가할 겁니다. 때문에 입주 가능 여부를 따지는 게 이 사태를 가늠할 포인트가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왕릉뷰 아파트 입주는 인천 서구청에 달렸습니다. 아파트 입주는 주택법상 사용검사가 마무리되면 가능합니다. 사용검사는 준공 직전에 공동주택 등이 계획대로 지어졌는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사용검사의 주체인데, 주택법상 사용검사는 관할 지자체 담당입니다. 서구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입주 여부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문화재청은 서구청에 사용검사를 유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서구청은 그저 절차에 따라 허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걸로 알려졌습니다.

2️⃣ 인허가, 문제없었나? : 문화재청은 해당 아파트 단지 건설 시행사의 인허가 절차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7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높이 20m가 넘는 아파트를 지으려면 개별적으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2019년 건설을 시작한 왕릉뷰 아파트 단지들은 이 심의를 안 받았다는 겁니다. 인허가 담당 역시 서구청인데, 서구청은 인허가 자체는 2014년 완료된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3️⃣ 집행정지된 공사 중지 명령, 행정소송 향방은? : 작년 말, 고등법원이 이들 아파트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쉽게 말해 공사가 재개된 건데요. 다만 (가능성이 다소 낮기는 하지만) 이후 행정 소송에서 이 공사가 위법으로 판결이 나면, 공사 진행 부분을 원상 복구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입주 인원의 퇴거는 물론, 잘못된 인허가의 귀책 소재를 가리는 문제, 사업자와 수분양자 보상 문제가 연이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원인은 결국 행정 공백

문화재청의 행정 공백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문화재청은 2017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관련 내용을 장릉이 직접 속해있는 김포시에만 알렸어요. 장릉과 매우 인접한 인천시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작년 골조 공사가 끝난 후 다른 시행사의 민원이 있기 전까지는 왕릉뷰 아파트 이슈를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행정 공백으로 시행자와 수분양자, 시공사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 늙어가는 중국이 더 큰 문제

애플의 제조 전략은 각국에서 만든 부품을 중국으로 한 데 모아 조립하자는 것이었죠. 이 전략의 근간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이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재봉쇄로 매출이 10조원 감소한다는 전망은 상대적으로 단기 문제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인들의 고령화가 더 큰 문제입니다.

작년 중국은 60년 만의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며 공식적으로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유엔(UN) 전망으론 2035년 ‘초고령 사회’가 됩니다. 고령화로 인건비는 느는데 임금 대비 생산성은 그대로라면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의 비용은 상승하게 됩니다. 각국이 생산 기지 다변화를 고민해야할 이유인 겁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 일본은 일찌감치 ‘차이나 플러스원’

각국 기업들의 탈중국 이유는 최근 코로나 이슈 말고도 사실 여럿입니다. 미·중 갈등 리스크 회피, 일자리 늘리기 등 정치적 동기로 인한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복귀)도 있죠. 일본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생산 거점이나 주력 시장을 중국 이외로 분산시키는 ‘차이나 플러스원(China+1) 전략’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주요한 이유를 꼽아보라면 중국의 가파른 임금 상승입니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매년 10% 이상을 기록하며 500달러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경쟁국인 아세안 주요 국가들의 임금 수준과 이미 격차가 큽니다. (인도네시아는 300달러, 베트남은 250달러, 캄보디아·방글라데시 등은 100달러 수준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제조강국 중국몽? 아직 한낱 꿈!

위 두 분이 적어주신 이유들 때문에 중국은 ‘세계의 값싼 공장’이 아닌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일찍이 예감해서 2015년 ‘중국 제조 2025’를 제시했죠. 양적 성장에서 탈피해 질적 측면의 제조 강국을 이루겠다는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이자 산업 고도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견제를 불렀고 미·중 무역 분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됐습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시진핑의 중국몽이 대립하며 이 전략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에만 책임이 있느냐? 아니죠, 오히려 시진핑 체제의 경직성이 더 큰 장애물입니다. 국가의 경제가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상향식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기업 문화가 핵심입니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탑다운 방식의 권위적 질서를 더 강화해 나가기에 첨단 제조업의 중국몽이 아직 한낱 꿈에 그치는 겁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 실효성 위해선 베드타운 극복해야

1기 신도시 특별법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일산 등 강남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활성화 정책이 필요합니다. 1기 신도시 출범 당시만 해도 일산과 분당은 양대 축으로 비슷하게 성장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강남이 서울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강남 접근성이 좋은 평촌과 분당은 수혜를 보고 급성장했지만, 일산은 주거지 역할만 하는 ‘베드 타운(Bed town)’으로 전락했습니다. 단순히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론 위 메커니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 교통 확대나 기업 이전 등 인프라 조성이 필요합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차기 정부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에요

인수위는 첫 번째 국정 목표를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로 삼고, 부동산 국정 과제들도 이 목표에 속한 과제로 발표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상식, 즉 시장 경제 원리를 준수하는 정책들을 펼치고, 시장에 반하는 조세와 대출 규제는 완화하겠다는 겁니다.

‘방향’은 확실하나 주택 가격 동향을 보며 ‘속도’는 조절할 것으로 보여요. 올해 주택 가격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일부 지역은 하락 중인 건 차기 정부에 위안이긴 하겠지만, 문제는 부동산 정책 목표를 집값이 아니라 전체적 주거 비용 안정으로 넓힌다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단 월세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신축 원가 오름세도 예사롭지 않아요. 주거 비용과 주택 공급을 안정화할 특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 세대 특성보다 환경 요인이 큽니다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창업자들은 유독 85~86학번에 몰려있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죠. 대단한 분들이지만, 저 때만 유독 많은 천재가 태어난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인터넷이란 신세계가 열리는 시점에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세대였다는 게 가장 큰 특징으로 보여요.

90년대생들이 겁 없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도 비슷한 논리입니다. 특별히 배포가 크고, 똑똑해서라기보다는 환경이 주는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대기업들이 하는 영역은 넘볼 수 없다”는 생각을 깬 스타트업, 나아가 대기업을 위협하는 생태계 파괴자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과거 전문직이나 대기업으로 쏠리던 인재들에게 창업이 인생을 걸 만한 옵션인 시대가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