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주 4일제 회사, 다녀보니 어때요?

주 4일제 회사, 다녀보니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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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주 4일제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여러 사회적 담론을 모두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해있다는 점이 문제시되어온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 다양화된 일하는 방식이 주 4일제 논의에 더욱 불을 붙였습니다.

주 4일제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도 유효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PC 사용 및 출퇴근 자동차 운행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입니다. 최근 활발한 RPA, AI 도입 등 기술 발달은 근무시간 단축 실현의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주 4일제’란 키워드로 상징되는 근무시간 단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이에 주 4일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임금 삭감 없이 단축 근무를 실현 중인 뮬라, 여기어때컴퍼니, 가비아, 밀리의서재 사례를 소개합니다.

애슬레저룩 브랜드 뮬라는 2017년 완전한 형태의 주 4일제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김영훈 뮬라 경영관리본부 본부장은 “인재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 뮬라는 인재 유치를 위해 더 매력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구성원 워라밸 제고와 장기근속 또한 기대 효과였습니다. 도입 전 만류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근무일수는 근무성과와 정비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프로세스 변화로 단점 극복
매주 금요일을 전사 휴무일로 정하기까지 몇 번의 프로세스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사 휴무일 지정 없이 개인별 휴무 요일을 주마다 달리해, 개인은 4일 근무하되 회사는 5일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생산성을 저해하지 않을 방식을 오래 고민하고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해 내놓은 방안이었으나, 이 방안은 협업 일정 조율이나 거래처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그 후 전사 공통 휴무 요일을 정하되 주마다 요일을 달리했지만, 이 역시 협업이나 커뮤니케이션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현행 매주 금요일 휴무로 변경한 것은 2020년 하반기로, 거래처에도 휴무일을 각인시켜 혼선을 방지하고 장기 업무 계획에도 무리가 없게 됐습니다. 김 본부장은 “처음엔 업무의 연속성이 깨질까 염려했지만, 오히려 명확한 휴무일 지정이 선택과 집중을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뮬라는 제도 도입 후 사업 규모가 점차 커지자 통상적인 ‘적정 인원’ 이상을 추가 채용하며 주 4일 근무로 구성원이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뮬라의 직무 중에는 생산 및 제조도 포함됩니다. 납기일이 있어 이들은 현실적으로 주 4일 근무가 어렵습니다. 실시간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고객관리팀도 4일 근무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신규사업으로 론칭한 광고대행업 팀도 주 5일로 출발했습니다. 이에 뮬라는 생산직군의 경우 월 1회 금요일 전체 휴무를 시행하고, 고객관리팀·광고대행팀의 경우 일괄 급여인상으로 직군 전체 급여 수준을 높였습니다. 이렇게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생산직군의 월 1회 휴무 횟수를 늘릴 방안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향후 목표는 현재 4일 근무가 어려운 직군의 인원을 추가 채용해 모든 임직원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안 된다? 오히려 기회일 수도
김 본부장은 “늘 인재가 부족한 중소기업이야말로 주 4일제 시행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고려하기 적합하다”며 “뮬라는 내부적으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한 원인을 주 4일제를 통한 인재 확보, 번아웃 방지, 몰입 향상, 인재 이탈 방지 등으로 꼽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숙박중개플랫폼 여기어때컴퍼니는 2017년 주 4.5일제를 도입, 이제 엄연한 정착기에 들어섰습니다. 구병찬 여기어때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2017년은 ‘워라밸’ 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워라밸’ 논의 본격화된 2017년을 원년으로
여기어때컴퍼니가 처음부터 ‘주 4일제’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닙니다. 보장된 워라밸이 자율성과 몰입을 높여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여러 분석을 근거로 업무 효율화를 위해 근무시간 단축을 고민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며 모험이 될지도 몰랐지만 경영진의 과감한 단행으로 여러 방향성이 검토되었습니다. 매일 1시간씩 줄여도 주당 5시간 단축이지만, 그보다 주말과 이어지는 월요일이나 금요일 중 반나절을 통째로 비우는 것이 충분한 휴식과 그로 인한 집중력·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전사 구성원이 모인 자리에서 이 아이디어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시간을 마련했고, 월요일 오전 혹은 금요일 오후 중 휴무일을 정하고자 추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출근’을 희망하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아, 2017년부터 2022년 2월 현재까지 여기어때 구성원들은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방식으로 주 4.5일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연근무제 또한 도입해 출근은 7~10시 사이에 자유롭게 하도록 했습니다.

‘월요병’ 사라지고, 생산성 증대 체감해
커뮤니케이션팀 한 구성원은 “월요일 오후 출근의 체감 효과는 ‘5시간 근무 단축’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출근을 위해 일요일은 일정을 일찍 마감하는 것이 보통 직장인의 숙명입니다. 이 때문에 원래 주말 이틀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고 나선 주말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후기입니다. 또한 하루 전체가 아닌 5시간 오프에도 가정이나 자기계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확실히 늘었음을 구성원들은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2018년 실시한 임직원 대상 복지 만족도 조사에서는 ‘주 35시간 근무제’가 압도적 지지(98.2점)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초 기대했던 생산성 증대 효과는 어떨까요? 구병찬 매니저는 “여기어때에서는 확실히 근무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제도 도입 1년만인 2018년, 처음으로 영업 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회사가 지속 성장해왔다고 합니다. 물론 최근 IT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주 4.5일제 시행과 사업 성장의 직접적 연관성을 짚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어때 구성원 개개인이 체감하는 바에 따르면 일주일에 5시간을 덜 일하고도 일의 부담이 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쉰만큼 정해진 근무시간에는 더 몰입하게 돼, 결과적으로 “업무와 업무 외적인 삶 양쪽에 더 몰입하게 되는 진정한 ‘워라밸’이 실현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업무 플랫폼, 보안 등 IT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가비아는 2017년부터 월 1회, 원하는 금요일에 쉴 수 있는 형태로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해오다, 지난해부터는 월 2회로 확대 적용해 격주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매월 둘째·넷째 금요일이 휴무로,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놀금’이라 불립니다.

전 구성원이 주 4일 근무하고 있지만, 고객사 업무 장애에 대응해야 하는 영업 직무와 시스템 엔지니어의 경우 전 사원 휴무 시 업무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이러한 몇 개 부서는 구성원을 두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1조는 첫째·셋째 주에, 2조는 둘째·넷째 주에 쉬는 형태입니다.

주 4일제 도입 후 ‘생산성 관리’에 중점
도입 후 가장 신경 쓴 목표는 단연 생산성 관리입니다. 주 4일을 근무하면서도 기존 업무에 차질이 없어야 했기에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IT 솔루션 기업인 가비아에서는 자사 업무 플랫폼을 활용해 업무 공유 과정을 효율화했습니다. 개개인이 업로드한 업무 현황을 전사 구성원 누구나 볼 수 있어 팀원 간 업무 프로세스 공유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타 팀과의 업무 조율도 쉬워졌습니다. 이밖에도 회의 시간을 1시간 이내로 규정하고 대면 보고는 최소화하는 등 업무 효율화를 위한 움직임이 잇따랐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음에도 가비아는 주 4일제 도입 후 영업 이익이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월 1회에 한해 주 4일제를 도입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 성장률은 연평균 22%에 이르며,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의 추가 채용도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물론 주 4일제와 사업 성장과의 직접적 연관 관계는 밝혀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이수빈 가비아 경영지원팀 사원은 “자체적으로 실측한 1인당 영업이익 성장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더 적게 일함에도 더욱 생산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경영진 의지와 결단 필요···구성원에 대한 신뢰 있어야
가비아는 IT 업종의 특성상 주 4일제 도입이 더 수월했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전 직원이 사무직이라, 더 오래 일하는 것이 더 높은 생산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 및 실험이 비교적 쉽게 가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업종의 특성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지와 결단, 구성원에 대한 신뢰라고 이수빈 사원은 말했습니다. 경영진 입장에서 주 4일제 도입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가비아는 현행 격주 주 4일제에서 휴무일을 확대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주 5일제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노동 환경인 이상, 수많은 고객사 및 협력사를 고려할 때 주 4일제를 전면 도입하면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음을 우려해서입니다. 대외적으로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근무시간을 어느 정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전자책, 오디오북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는 지난 1월, 월 2주 주 4일제를 도입했습니다. 제도 시행 두 달 남짓된 초기 단계로, 매달 둘째·셋째 주 수요일이 휴무일입니다. 지난해 5월, 6월, 12월을 전사 업무량을 줄이고 쉬어가는 시즌으로 정하며 이 석 달에 걸쳐 총 12회의 주 4일 근무를 시행해봤고, 구성원의 재충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올해 월 2주 주 4일제를 공식 도입했습니다.

‘밀리데이’ 따라 자연스레 정착된 수요일 휴무
밀리의서재는 창립 때부터 유지해온 ‘밀리데이’ 문화를 통해 구성원의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거듭해왔습니다. 구성원의 휴식과 문화생활을 지원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은 타운홀미팅으로 전사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을 함께 공유하고, 마지막 주 수요일은 단축 근무 후 문화 활동을 통한 구성원 교류의 시간으로 삼아왔다고 합니다.

밀리의서재는 이러한 기존 문화를 바탕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게 하는 데 방점을 둔 주 4일 근무 제도도 자연스럽게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주 4일제 도입 후 휴무 요일도 밀리데이를 따라 수요일로 정해졌습니다. 밀리의서재 노사협의체 ‘밀리다움위원회’는 매월 둘째 주와 셋째 주를 휴무 주로 지정했습니다.

워라밸 만족도 최상···인재 영입 효과도 기대
황인준 밀리의서재 경영전략실 HR매니저는 “주 4일제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을 아직 특별히 체감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특정 직군 혹은 팀의 경우 휴무일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도 분명 있습니다. 이때는 연장 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 휴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던 ‘워라밸’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도를 보입니다. 구성원들은 “휴무일이 있는 주는 4일의 근무일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 관리를 더 철저히 하게 됐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간, 은행 업무, 병원, 학원 등 일상의 시간이 확보돼서 좋다” “수요일에 쉬면서 월요일 출근 부담이 줄었다”와 같이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업무 부담에 대해서도 황 매니저는 “아직까지 큰 부담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일할 때 더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회의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기 위해 개인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업무 프로세스 중 그간 관성에 의해 시행해왔지만 따지고 보면 불필요했던 일들을 없애는 등의 시도 역시 이어가는 중입니다.

아직 제도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입소문을 통해 주 4일제 시행 사실을 듣고 밀리의서재에 지원했다는 지원자들도 채용 인터뷰 중 꽤 자주 만나보고 있어, 주 4일제 시행이 인재 확보 전략으로서는 부정할 수 없는 매력적 조건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 작성자 전혜진 :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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