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스] 서울시 ‘공동배송센터’ 사업이 넘어설 숙제

서울시 ‘공동배송센터’ 사업이 넘어설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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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물류 사업이 그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공고를 통해 상반기 내 준비 중인 물류 사업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와 ‘우리시장 빠른배송’의 사업 안내서와 선정 운영기관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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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와 관련하여 선정 운영 기관인 민간 업체와 서울시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공익을, 민간 기업은 수익성을 우선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기에 생긴 이슈인데요. 서울시는 수익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긴 했으나, 민간 업체 입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또 쉽지만 않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요.

공동배송센터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 : 먼저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사업 내용부터 살펴봅니다.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는 쉽게 말해 라스트마일 물류의 ‘중간 거점’을 구축,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종전 택배 기사가 고객의 문전까지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중간 거점’까지 배송하는 방식으로 축약합니다. 공동배송센터부터 소비자까지 라스트마일 배송은 지역 주민을 배송 인력으로 활용하여 마무리 하는 방법을 서울시는 구상했습니다. 어찌 보면 종전 민간에서 진행했던 ‘실버택배’ 사업과 유사한 부분이 여기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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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에는 총 32억원(국비 15억원, 시비 17억원)의 예산 지원이 들어갑니다. 국민의 세금을 사업 지원에 활용하는 만큼, 서울시가 공동배송센터 사업을 추진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적인 이슈가 있습니다. 여기 ‘난배송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최대의 인구수와 밀도를 자랑합니다. 라스트마일 물류의 효율을 만드는 ‘규모’와 ‘밀도’가 모두 갖춰졌기에,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즉시배송 등 갖가지 빠른 배송 서비스들이 가장 먼저 경합을 펼치는 도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울에도 우리 눈에 비치지 않는 그늘에는 배송 서비스가 닿지 않는, 닿더라도 배송까지 큰 어려움이 수반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런 지역이라면 같은 물량을 처리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힘도 들기에 배송 노동자들이 기피하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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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서울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난배송 지역’ 문제를 이번 공동배송센터 사업을 통해 해결하고 싶습니다. 이번 공고에 올라왔듯 자치구 단위에서 공영주차장, 푸드뱅크와 같은 공동배송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유휴공간을 발굴하고요. 그렇게 발굴한 유휴공간 중에서도 ‘배송난지역’과 ‘택배갈등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배송센터를 우선 선정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구축한 거점을 선정 운영기관인 민간 기업(한진, 로빈)이 운영하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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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배송난지역, 택배갈등지역을 우선하여 공동배송센터를 지원, 선정, 실증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이슈1. 난배송 지역의 수익성 : 사업에 선정된 민간 기업 입장에서 공동배송센터 운영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 투하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업 공모에 따르면 청년 등 지역 일자리를 통해 지역 전담 배송기사를 모집, 운영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물류비용’이 투하될 것이고요.

덩달아 서울시는 운영기관이 ‘배송 수수료’ 등의 수익구조를 확보하여 자체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실증 기간 종료 후에도 별도 예산 지원 없이 지속 운영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기해뒀습니다. 투하하는 비용과 별개로 운영기관은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업체들의 고민이 수면 위에 떠오릅니다. 서울시는 ‘난배송 지역’을 대상으로 한 거점을 선정하고자 하나, 운영기업 입장에서 ‘난배송 지역’은 수익성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배송 처리량으로 대표되는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택배기사들도 기피하는 이 지역을 전담할 물류 인력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때문에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돈이 안 되는 ‘난배송 지역’을 최대한 떠맡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익’을 만들어야 하니 가능하면 ‘난배송 지역’에 대한 배송 지원을 우선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밖에다가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슈2. 물류 공동화라면 어떨까 : 서울시 또한 기업들의 수익성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원금이 타들어간 이후에도 사업의 ‘수익성’을 만들지 못했다면, 지원금만 타들어간 채 운영기관이 사업을 포기하는 이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만 쓰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결과는 누구보다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때문인지 서울시는 ‘물류 효율화’를 위한 장치를 사업 조건에 명기해뒀습니다. 여기 기존 택배기업들이 운영했던 ‘실버택배’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동배송센터’ 사업과의 차별화 지점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중간 거점을 두고 운영한다는 개념은 동일한데, 서울시의 사업에는 ‘물류 공동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 3개 이상의 유통, 물류업체의 배송물량 통합 배송을 사업 조건으로 명기한 서울시 ⓒ서울시

서울시는 공고문을 통해 우리동네 공동배송센터 사업의 기본 조건으로 ‘최소 3개 이상의 택배사, 유통사 배송물량의 통합’을 요구했습니다. 공고문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우체국까지 5개 택배사 중에서 최소 2개사 이상의 물량을 통합, 운영해야 하고요. 쿠팡, 마켓컬리 등 5개 택배사 외 택배, 유통기업 중 1개사 이상의 물량을 통합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방침은 이론적으로 ‘물류 효율’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여러 업체의 물량을 모은다면 특정 지역의 배송 규모와 밀도를 키울 수 있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참가업체들은 종전 대비 물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물량 규모’가 있다면 여러 개의 물동량을 배송인에게 묶어주는 방식으로 라스트마일 배송인에게 태울 건당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물량 밀도’가 갖춰진다면 한 명의 배송인은 짧은 이동거리만으로 여러 배송건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당 처리건수’가 올라갑니다.

이슈3. 연합군 형성은 가능할까 : 다만, 이론적으로 아름다운 이 그림을 서로 직접적으로 경쟁하던 ‘택배사’와 ‘유통사’가 연합해서 처리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한진이 CJ대한통운, 쿠팡과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공동배송센터를 운영하려 한다 해보죠. 상대적으로 한진보다 많은 물동량을 갖고 있는 CJ대한통운, 쿠팡이 굳이 ‘연합군’에 참가할 유인이 있을까요?

서울시의 마이크로 공동배송센터 개념도. 실제 한진, CJ대한통운, 쿠팡이 연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울시

어찌어찌 연합군을 만들더라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장 사업에 따라오는 수익과 비용 배분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물량에 따른 사업 기여도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뻔히 노출될 수 있는 물류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업체들의 물량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서는 ‘물류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서로 경쟁하던 업체들이 특정 경쟁업체의 시스템에 존속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새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내야할까요? 이성적인 ‘물류 공동화’를 이룩하는데 따라오는 감성적인 숙제들이 한 가득입니다.

‘난배송 지역 해소’를 위한 서울시의 사업 취지는 긍정적입니다. 난배송 지역의 운영 효율성 증대에 ‘공동물류’가 도움이 되는 것 또한 맞습니다. 하지만 공동물류를 위한 ‘연합군’을 잘 모으고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사업 이후 닥칠 ‘비용 문제’를 논하기 전에, 이런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중립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 작성자 엄지용 : 커넥터스 운영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부업 라이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다른 일도 곧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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