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기대 인플레가 물가를 올리는 메커니즘

기대 인플레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단계별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1️⃣근로자의 임금 상승 요구 : 물가 불안이 확산하면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임금 불만도 증가합니다. 기대 인플레는 시차를 두고 실제 임금 인상 움직임에 반영되는데, 각종 기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임금 상승 압력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 이미 기업들은 올라간 원가 부담에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을 올려달란 압박이 거세지면 물건 값을 추가로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은 인플레를 고착화할 우려가 커 정부와 중앙은행도 각별한 정책적 대응에 나서게 됩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 영국처럼 세금인하라도 동원해야죠

인플레 국면에선 Price Taker(가격 수용자)보다 Price Maker(가격 조성자)가 유리합니다. 자원 강국인 호주가 대표적 가격 조성자죠. 올해 달러가 아무리 강세여도 호주 화폐는 달러 대비 1.6% 강세입니다. 한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안타깝게도 전자입니다. 원화는 달러 대비 6.4% 약세죠. 원화가 약세니 수입 물가는 치솟고 인플레 압력이 더 거세집니다.

인플레를 잡으려면 어떻게든 원화를 강세로 돌려놔야 하는데, 현재 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만으론 역부족 같습니다. 영국처럼 유류세 등 세금 인하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묘안이 되지 않을까요.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경기침체 오더라도 물가안정을 쫓아야

흔히 공급 문제 때문에 생긴 인플레는 수요를 건드리는 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들 합니다. 공급 충격이 해소될 때까지 물가 상승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거라면 굳이 금리까지 올리면서 통화량을 줄일 필요가 없는 것이죠. 현 시점 인플레도 공급에 원인이 있으니 이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앙새인데요.

이 뉴스에서 나타나듯, 향후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 중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통화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는 결국 <한 경제 안의 재화 대비 화폐의 비율>에 따라 결정됩니다. 적극적인 통화 긴축으로 화폐 비중을 낮춰버리면 재화의 상대적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물가는 잡힙니다. (당연히 경기 침체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겠으나 물가 안정의 긍정적 효과가 장기적으로는 더 크다는 게 정설이고 역사적 경험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달러 패권 흔들리는 또 하나의 신호

이 뉴스를 보며 달러의 패권적 지위가 예전만 못해질 거란 생각도 듭니다. 특히 국제 무역 대금을 결제할 통화로서의 달러 지위가 상당히 흔들리는 듯한 추세입니다. 유로는 결제 비중에서 이미 달러를 거의 따라잡은 상태고, 위안의 추격도 굉장히 매섭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루블이 가세한 건데요. 러시아는 그간 서방 제재에 대비해 꾸준히 달러를 쌓아왔으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되면서 비축한 달러의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이에 노골적으로 상대국들에 자국 화폐 결제를 요구하고 나선 거죠.

물론 아직 투자·비축 수단으로서의 달러 통화 지위는 굳건하죠.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막강하니까요. 그러나 교역 상대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무역 분야에선 유럽·중국·러시아가 자국 통화를 앞세울수록 달러가 점점 밀려나는 형국입니다. 미국이 자초한 일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미국은 필요할 때마다 달러를 맘껏 찍어대면서 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가 만성화됐어요. 달러의 신뢰도가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결제 통화로서의 패권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 브레튼우즈 체제 : 1944년 미국 등 세계 44개국이 역사상 최초로 합의에 이른 통화 정책. 각국이 금을 미국 은행에 맡기고 달러를 받아 국가 간 거래에 활용한다는 게 골자. 1970년대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치르며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채권을 무더기로 발행하자, 여러 국가가 일제히 채무를 금으로 갚으라 미국에 요구. 금 보유량이 결국 바닥난 미국은 금 상환 포기를 선언하며 이 체제는 무너짐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 투자없이 사업키운 메일침프 전설!

투자 없이 사업을 키우는 걸 부트스트랩(bootstrap)이라고도 합니다. 원래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다”는 뜻이죠. 투자 유치를 통해 로켓처럼 성장하는 게 창업의 정석처럼 돼버린 요즘엔 낯선 장면입니다.

부트스트랩의 아이콘은 메일침프(mailchimp)란 회사입니다. 기업들이 손쉬운 이메일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했는데요. 20년간 흑자를 유지하며 야금야금 회사를 키워 연 매출 1조원을 만들고, 약 15조원 가치로 회사를 매각하는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스럽지 않은 회사”의 전설이랄까요?

부트스트랩이 어려운 이유는 1️⃣빠르게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2️⃣대규모 투자를 받은 경쟁사들에 맞서야 하며 3️⃣성장 모멘텀을 놓치지 않도록 이익을 곧바로 재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4️⃣물론 채용도 더 어렵고요. 스스로 모든걸 해내며 성장해야 하기에 유니콘보다 더 유니콘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합니다. 🦄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강남·분당 신축 수요의 매력적 대안

용인 수지는 1990년대 분당 신도시 개발 완료 후 서울과의 접근성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형적 베드 타운(Bed Town·직장인들의 주거지 역할만 하는 동네)입니다. 이렇다 할 개발 호재도 없어 가격 상승이 묶여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 일대 지어진 조립식 아파트의 재건축이 용이하단 이슈는 재건축 통과가 어려운 타지역 입장에서 엄청난 인센티브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축을 희망하는 강남·분당·판교 주민들의 수요를 자극하고 일부 흡수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해당 지역과 비교한다면 가격 매력도가 상당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대규모 직주 환경 프로젝트와 지하철 3호선 연장 등 교통 인프라 개발 이슈를 감안하면 향후 호재도 있습니다. 다만 인구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라 쾌적한 거주를 꿈꾸며 탈서울을 시도한 수요층의 입맛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봉균

대신자산운용 대안투자2본부 본부장

이 뉴스에 배아픈 이들이 생기는 게 비극

올해 초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됩니다. 현재 거주자를 불안하게 하는 열등한 건축물이 그 소유자에게는 재건축 선정을 수월하게 해주는 ‘비결’이 되고 있다는 건 문제입니다. 이 지역 재건축 사업장은 안전진단 통과를 좋아할 게 아니라 향후 내구성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뉴스에 타지역 거주민들이 배 아파할 수 있단 사실입니다. 재건축의 목적이 건물의 안전이란 취지보다 실상 수익성에 맞춰져 있다는 방증이죠. 건물의 기본 중 기본은 ‘안전’입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하방 지지가 확인된 서울 집값

서울 집값의 하방 지지를 잘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그간 서울 주택가의 하방은 대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두 축으로 지탱돼 왔습니다. 먼저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현금 동원력이 우수한 이들만 집을 매수해왔고, 덕분에 현재 서울 핵심지 주택 보유자는 금리가 올라도 당장 집 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위 기사처럼 조합들이 버티기에 나서게 만들면서 우수한 입지의 주택 공급을 더욱 위축시킵니다. 둘 모두 중심지와 그 인근의 매물을 마르게 하면서 서울 집값의 하방 지지가 견고히 형성된 듯합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차기정부도 부동산 가시밭길 마찬가지

재건축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을 들썩이게 하는 등 부작용이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풀 거란 기대감만으로 벌써 당장의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공급이 늘어 집값 안정에 기여한다는 게 정론입니다.

하지만 인수위가 규제 완화 기대에 따른 단기적 부작용을 잘 케어하지 못하는 건 아쉽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 등에 의해 집값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누그러지면서 안심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건설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자재비와 인건비가 계속 올라 건설 원가가 빠르게 상승 중입니다. 원가가 너무 오르면 공급 확대도 어려워집니다. 차기 정부도 부동산 가시밭길이 여전하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