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초장기 대출이 속속 나오는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대출 만기가 얼마인지 중요해지고 있다 :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비자가 확인하는 건 주로 <이자율이 얼마인지> <집값의 몇%나 대출이 되는지> 정도입니다. 대출의 만기가 몇년인지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만기가 짧으면 다시 연장하면 되고, 만기가 길다고 해서 그 대출의 만기까지 그 집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 만기가 궁금할 이유가 별로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대출의 만기가 몇년인지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고, 은행들도 초장기 대출인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을 속속 내놓고있습니다.

40년짜리 대출 만기 등장, 왜? : 종전까지는 30년이나 35년짜리 대출이 만기가 가장 긴 대출이었고 10년 전만 해도 만기가 20년보다 긴 대출은 거의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주택을 보유하는 평균 기간이 10년이 채 안되는 상황이라서 만기 20~30년짜리 대출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대부분 10년 안팎이면 집을 팔고 대출을 갚아버리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만기가 긴 40년짜리 대출도 등장하는 건 대출 규제 때문입니다.

DSR 규제는 월소득 가운에 일정 비율 이상의 돈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제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대출 원금입니다. 5억원을 빌려서 집을 구매할 때 만약 그 대출의 만기가 10년이라면 1년에 5000만원의 원금을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대출의 만기가 40년이라면 1년에 1250만원의 원금만 갚으면 됩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 매월 갚아야 하는 원금의 규모가 4분의 1로 줄어드니 원금 상환액이 월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필요하다면 대출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대출 금리가 3.5%일때 연봉 5000만원 근로자가 만기가 30년짜리 대출을 받으면 3억7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기 40년 대출이라면 4억2900만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납니다. 은행들이 만기 40년짜리 대출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기가 30년이든 40년이든 어차피 10년 이내에 집을 팔고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은행은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얼핏 보면 꼼수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DSR 규제라는 대출 규제가 얼마나 그 근거가 약한 규제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월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지 말라는 DSR 규제는 그 취지로 보면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규제이지만 그럴 때 적절한 대출 만기가 몇년인지에 대한 컨센서스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DSR 규제하에서도 대출 만기에 따라 대출 금액이 달라지는 이상한 결과가 생깁니다.

스웨덴은 105년, 프랑스는 50년 : 정부는 대출을 규제하고 은행들은 이에 따라 대출 만기를 계속 늘려가는 이상한 현상은 외국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대출 만기를 105년까지 늘려놨습니다. 스페인 프랑스 등은 만기 50년짜리 대출도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소득 활동이 끝나면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우므로 은퇴 연령인 60세 정도까지만 대출 만기를 정하는 게 이상적입니다. 40세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만기를 최대 20년까지로 설정하고 그 기간 안에 원금을 모두 갚도록 하는 게 이상적입니다만, 현실에서는 그런 규제가 적용될 경우 연봉이 수억원인 근로자가 아니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건 불가능해집니다.

DSR의 실효성? : 그렇다고 만기를 늘려서 대출 가능 금액을 올려준다면 DSR 규제를 하는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미 은퇴 연령까지를 만기로 한다는 규제가 불가능하므로 70세나 80세를 대출 만기로 정하는 것도 명분이 없습니다. 어차피 대출 원금은 집을 팔아서 갚으면 되므로 이자만 갚는 대출을 출시하는 게 차라리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DSR 규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원금 상환액을 조금이라도 늘려서 가계 대출의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뜻에서입니다. 그러나 대출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는 게 가능하면 50년이나 60년은 왜 안되며 그렇게 늘리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못 받게 규제하는 건 무슨 기준 때문이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니켈 가격 급등에 시동 걸린 배터리 밸류체인
오늘의 이슈

꾸준히 오르는 니켈 가격 : 배터리 원료인 니켈의 가격이 올해 들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니켈 가격은 3개월 사이에 약 50% 정도 올랐습니다.

니켈 광산까지 확보…배터리 밸류체인 시동 : 니켈 가격이 오르면 결국 배터리 가격이 오르고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전기차 수요가 감소합니다. 때문에 니켈 가격의 안정이나 니켈의 확보는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아예 니켈 광산을 확보해서 배터리용 양극재까지 모든 것을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를 시도 중인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뉴스도 같은 맥락입니다. 니켈 원광을 제련하는 고려아연이 니켈매트, 황산니켈 등을 순차적으로 생산하고 그 원료를 LG화학으로 보내면 양극재를 생산하고 LG에너지솔루션으로 넘겨져서 배터리가 만들어지는 구도입니다.

니켈 대체재 찾기 가속화? :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니켈 가격의 상승은 <어차피 이런 수준의 가격이라면 니켈이 많이 들어가는 배터리로는 전기차 시대를 못 연다>는 걱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애초에 이런 걱정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만들 때 니켈이 아닌 다른 원료로 배터리를 만드는 것을 염두에 뒀었는데, 그 시점은 그 다른 원료로 만든 배터리의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올 때로 예상됐습니다. 니켈 가격의 상승이 그 시점을 더 앞당길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이진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입니다. 4대 금융지주의 은행 4곳의 이자 이익만 9조원이 넘습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상승 국면에서 예·적금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를 더욱 가파르게 올려 영업 이익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0.5%p만큼 대거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했습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빅스텝의 구체적 시기와 인상폭을 언급한 건데요. 그에 따르면 연준은 5월 0.5%p 기준금리 인상안을 회의에 상정할 예정입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올해 3번의 빅스텝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6차례 회의에서 3번의 빅스텝, 3번의 소폭 상승이 진행된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현 0.25~0.5% 수준에서 연말 2.5~2.75%로 올라갑니다.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시민들에게 재택근무, 대중교통 이용 등을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EU는 천연가스 수입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수입에 있어서도 러시아산 비중이 25%에 달하는데요. 모든 EU 시민들이 권고안을 따를 경우 가구당 연평균 500유로(약 67만3000원)를 아낄 수 있고, 연간 2억2000만배럴의 석유와 170억㎥의 천연가스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