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스] 네이버가 ‘버티컬 커머스’에 꽂힌 이유

네이버가 ‘버티컬 커머스’에 꽂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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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2년 1개월 동안 이어졌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8일 종료됐습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신데렐라 셧다운은 완전히 사라졌고, 거리는 전에 없던 활력으로 가득 찼습니다.

오랜 침체기를 견디고 견뎠던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선 새로운 기대감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2분기 소매유통업계 경기전망지수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111)과 슈퍼마켓(99), 대형마트(97), 편의점(96)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실적 회복 기대감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 성장 기대치(96)를 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 성장에 대한 기대는 직전 분기 조사 대비 상당 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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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이커머스 성장세’는 예전 같지만 않습니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월과 2월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1.5%, 13.7% 성장했습니다. 1년 전 1월과 2월의 전년 동월 대비 성장률이 각각 22.4%, 15.2%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둔화 추이가 관측됩니다.

세부 카테고리로 들어선다면 그 숫자의 차이는 더욱 극명합니다. 2022년 2월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성장을 이끈 카테고리는 비대면 상품이 아닙니다. 코로나 이후 침체를 면치 못했던 ‘대면 서비스’였습니다. 문화 및 레저서비스, 여행 및 교통 서비스 카테고리가 각각 전년 동월 대비51.1%, 35.6% 씩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이커머스 거래액에 포함되지만,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것이 아닌 거리로 나오고 있음을 방증하는 카테고리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코로나 이후 비대면 확산의 수혜를 톡톡히 봤던 카테고리는 침체를 면치 못했습니다. 2022년 2월 기준 음식 서비스(음식 배달)와 음식료품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23%, 11%로 나타났습니다. 1년 전 2월에만 하더라도 각각 64.6%, 29.1%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카테고리입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옛날 같지 않은 이커머스의 부진을 ‘코로나로 인한 기저효과’ 탓이라 평합니다. 감염병이 만든 강제적인 비대면 사회의 도래가 이례적으로 끌어올린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감염병 시대가 마무리 되면서 ‘정상 수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요.

한 예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쿠팡도 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쿠팡의 최근 3분기(2021년 2분기~4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은 각각 71%, 48%, 34%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기록했습니다.

‘버티컬’에서 해법 찾는 네이버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의 양강 구도를 형성한 네이버에게도 코로나의 기저효과는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네이버가 21일 IR을 통해 밝힌 2022년 1분기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2022년 1분기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9조원으로 전분기(8조9000억원) 대비 1.1% 성장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2022년 1분기 실적에 처음 반영된 크림과 어뮤즈의 합산 거래액(3714억원)을 여기서 제하면 사실상 역성장입니다.

네이버 커머스의 최근 1년 성장세. 2022년 1분기 네이버쇼핑 거래액(9조원)은 전년 동기대비 18.8% 성장. ⓒ네이버 IR

네이버도 이런 우려를 인지했는지 IR을 통해 “코로나로 인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이커머스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IR에서 네이버는 코로나 이후 커머스의 방향을 처음으로 제시했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기존 SME향 스마트스토어의 성장을 이을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네이버의 다음 전략으로 ‘버티컬 커머스’라는 키워드를 주목해야 합니다.

흔히 버티컬 커머스라 한다면 식품, 인테리어, 패션 등 특정 상품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몰’을 떠올리지만, 네이버가 정의한 버티컬 커머스는 그 범위가 전문몰에 한정되진 않았습니다. ‘상품 카테고리’라기보다는 ‘비즈니스’의 버티컬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네이버의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는 B2C 마켓플레이스 ‘브랜드스토어’, 라이브 커머스 ‘쇼핑라이브’, 대형마트, 슈퍼마켓, 동네시장 등 오프라인 매장 중개 서비스 ‘장보기’, 타인을 위한 커머스 ‘선물하기’ 등을 포괄합니다. 심지어 네이버의 판매자 지원 솔루션 플랫폼(커머스솔루션마켓)에 포함되는 솔루션 중 하나인 ‘정기구독’도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로 정의했죠. 사실상 네이버의 C2C 마켓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가 아닌 신규 커머스 비즈니스를 버티컬 커머스라 규정한 모습입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버티컬 커머스 사업의 성장률은 코로나의 기저효과를 맞은 최근까지도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1분기 기준 신규 버티컬 커머스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전체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19% 수준(약 1조7100억원)으로 올랐고, 전년 대비 78% 성장했습니다. 스마트스토어의 2022년 1분기 거래액(6.6조원, 크림 거래액 포함)의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 22.4%를 3.5배 가까이 뛰어넘었습니다.

네이버의 버티컬 커머스 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큰 것은 B2C 마켓플레이스 ‘브랜드스토어’입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기준 브랜드스토어 거래액은 6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성장했습니다. 1분기에만 150개 브랜드가 새롭게 입점하여 총 771개 브랜드 업체가 네이버 안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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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커머스 실적에 편입된 리셀 플랫폼 ‘크림’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네이버는 유럽에서 크림과 유사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C2C 중고거래 커머스 플랫폼들을 ‘버티컬 커머스’라 부릅니다. 크림의 2022년 1분기 거래액은 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 성장했으며, 기존 집중했던 스니커즈 리셀을 넘어서 패션, 명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며 국내 1위 C2C 커머스 서비스로 키워간다는 네이버의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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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엮는 ‘멤버십’
네이버는 커머스 가치사슬에서 무엇인가 ‘직접’ 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플랫폼으로 ‘생태계’를 만드는 기술 역량 고도화에 집중할 따름입니다. 예컨대 네이버는 상품을 직매입하거나 PB상품을 전개하는 등 유통업계에서는 흔한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입점 판매자,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여 ‘수수료’와 ‘광고’를 주 수익모델로 하는 플랫폼의 역할에 집중한다는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마찬가지로 쿠팡으로 대표되는 ‘물류’를 직접 하는 커머스 업체들이 난립하는 와중에도 네이버는 직접 물류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습니다. 다만, 물류가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하기에 기존처럼 투자 및 지분교환을 통해 자본을 섞은 물류업체들의 연합군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활용한 확장은 계속 한다고요.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빠른 배송 서비스가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생필품’ 카테고리의 20%까지 빠른 배송을 적용했으며, 올해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빠른 배송 물량 성장을 목표합니다.

물론 네이버가 직접 다루는 집중 역량도 있습니다. 그 중 커머스 생태계를 묶는 촉매로 강조되는 것은 월 4900원의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입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기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누적 가입자수는 7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7% 성장했습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최대 5%의 높은 추가 적립금으로 ‘충성고객’ 확보를 목표 합니다. 네이버가 자체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입점 판매자의 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만 높은 적립금이 적용(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외부 쇼핑몰은 플러스 적립금이 적용되지 않음)하여,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고객들의 잦은 소비를 유도했죠.

네이버에 따르면 플러스멤버십 가입자들이 네이버쇼핑에서 소비하는 거래액은 가입 이전 대비 약 2배 정도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또 전체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40%는 멤버십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고요.

물론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출시 이후 적립금에 투하한 비용은 적지 않습니다. 김남선 네이버 CFO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론칭 이후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공헌이익률은 종전 40%대에서 최근 20%대까지 하락했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러스멤버십은 생태계, 그러니까 ‘고객’과 ‘판매자’를 네이버 커머스에 끌어들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리해봅니다. 네이버는 검색을 마중물로 ‘커머스’와 ‘페이’를 연계해 플랫폼에 고객을 유입시켰습니다. 플러스멤버십과 네이버페이 적립금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고객을 반복적으로 플랫폼에 유입시킵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트래픽으로 다시 한 번 판매자의 성장을 도모합니다. 이렇게 네이버 검색과 커머스, 페이가 연결되고 순환되는 생태계를 ‘글로벌’에도 복제, 구현하고자 합니다. 최수연 대표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우리의 전략은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네이버 쇼핑 기본 수수료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SME,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을 도모할 것입니다. 새롭게 확산하는 신규 버티컬 서비스에 대해서는 마케팅 효과와 높은 구매 전환율 등을 감안하여 합리적인 방안으로 수수료를 정비해 나갈 것입니다(최수연 네이버 대표)”

✍🏻 작성자 엄지용 : 커넥터스 운영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부업 라이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다른 일도 곧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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