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1️⃣ 인플레는 장기화할 겁니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공급망 대란·과잉 유동성·유가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근저에는 임금 상승이 있습니다. 미국의 지난달 임금 상승률은 6%로 작년 5월보다 2배나 커졌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이 시기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거죠.

임금과 물가가 동시 상승 작용을 하면 인플레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심지어 다른 요인들이 해소돼도 임금 상승이 인플레 기대 심리와 엮인다면 인플레는 자기실현적 예언*을 통해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도 실질 임금이 하락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 요구에 나서면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기실현적 예언 : 비관적 또는 낙관적 전망이 행위자들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쳐 경제 상황이 전망대로 실제 진행돼버리는 경제 현상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2️⃣ 금리 상승이 물가 억제 효과낼 것

미국은 돈을 많이 쓰는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GDP에서 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최근 GDP 대비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어요. 즉, 빚을 많이 내면서 소비해왔다는 겁니다. 가계로선 금리 상승이 과거보다 뼈 아프게 느껴질 것이고 지출이 줄어 물가 억제에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미 연준도 1980년대처럼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기준금리를 올려가며 물가를 잡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3️⃣ 지금이 인플레 정점일 수 있어요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듯이 이번 3월 물가 상승이 정점이길 기대합니다. 근거 없는 기대는 아닌 게 물가 추세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전쟁 같은 외부 이슈에 가격이 쉽게 변하는 에너지와 식품 등을 뺀 ‘근원 물가’가 6.47% 올라 시장 예상치(6.6%)보다 적게 오른 겁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강력히 이끌어 온 중고차와 주택 가격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한달치 지표만으로 예상은 어렵지만 글로벌 수요·공급이 원활해질 가능성이 높은 9월로 갈수록 인플레 압력은 현저히 낮아질 전망입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4️⃣ 인플레 정점은 아직일 겁니다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는 쪽에선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덜 올랐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정점이라기엔 아직 추가로 물가를 압박할 요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우선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추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러-우 전쟁도 장기화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지출도 쉽게 줄지 않을 전망인데 각종 서비스 가격은 오를 여지가 있습니다. 모쪼록 중요한 건 불확실한 인플레이션 예측보다 인플레에 대한 미 연준의 대응일 텐데요. 11월 선거 전 물가 안정화를 위해 강한 긴축에 돌입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빌라는 애초에 거래량이 낮아요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거래량이 많아 거래가 쉽게 이뤄지며 규격화돼 있어서 환가성이 높습니다. 반면 빌라는 상대적으로 덜 규격화돼 있고 거래량도 적어 정확한 시세 형성도 어렵습니다. 재개발 같은 이슈가 아니면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작년은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올라 빌라로까지 풍선효과가 난 건데 지금처럼 거래량이 낮아지는 게 정상적입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 빌라에만 초점 맞출 필요 있나?

기간을 넓게 잡고 보면 빌라뿐 아니라 전체 서울 주택 시장의 거래량이 모두 저조합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4~5월 6000건가량에서 올해 2~3월 2400건 정도로 확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다가구주택은 약 800건에서 300건 정도로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다세대주택 역시 6000건 언저리에서 2400여건으로 떨어졌습니다. 서울 주택 시장 전체 거래 건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 보름쯤 지나면 기사 새로 써야할지도

다음달 초쯤 되면 이 기사가 인용한 같은 통계로 완전히 다른 제목의 기사가 나올 것입니다. 우선 이 기사는 빌라 거래량이 줄었다면서 다가구주택 거래가 21% 감소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빌라가 다가구주택만 해당되는 게 아니죠. 다세대·연립주택도 빌라입니다. 거래량이 훨씬 많은 다세대·연립주택은 2%만 감소했으니 전체를 합산하면 ‘빌라 열풍이 식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훨씬 근본적 문제가 남았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를 인용했는데, 자료로 쓰이는 부동산거래신고는 법적으로 계약 체결일 3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습니다. 즉, 3월 통계에 아직 3월 실제 거래량이 다 안 잡혔다는 얘기죠. 

통계가 미완인데도 3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2월보다 2%밖에 안 줄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아마 3월 실제 거래량은 전달보다 늘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24% 증가한 3월 아파트 거래량도 통계가 완성되면 더 늘 겁니다. 결국 온전한 통계가 나온다면 “역대급으로 낮았던 주택 거래량이 전 주택 부문에서 상승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와야할 겁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 ‘유니콘 제조기’ 미래에셋의 안목

여기어때도 대단하지만 투자사인 미래에셋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기어때는 2019년 영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기업가치를 3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는데요. 이때 여기어때의 투자자 대다수가 엑시트(투자금 회수)했습니다. 최대 주주였던 심명섭 여기어때 전 대표마저 엑시트했고요.

그런데! 😲 초기 투자자였던 미래에셋은 안 나갔습니다. 이때만 해도 투자업계에선 “더 큰 여행 플랫폼에나 팔리겠지” 정도의 관측이 나왔는데, 미래에셋은 대규모 후속 투자로 여기어때를 유니콘으로 만드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미래에셋이 키운 유니콘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과 전자책 등 컨텐츠 플랫폼 리디에도 꾸준히 후속 투자를 밀어넣어 기업가치를 큼직하게 키웠죠. 이쯤 되면 미래에셋을 ‘유니콘 제조기’로 불러야 할까요?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 선구안과 포스트 코로나의 시너지

작년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재작년보다 44.9% 올라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한 지난 몇년간 보복 소비의 중심은 단연 ‘명품’이었습니다. 아직 코로나 상황은 불분명하지만 리오프닝이 머지 않았단 소식이 들립니다. 이제부터 등장할 새로운 보복 소비의 주인공은 단언컨대 ‘여행’일 겁니다. 덕분에 여기어때 같은 여행과 관련한 선수들한테 두둑하게 파이트 머니가 몰리고 있습니다.

여기어때는 까탈스러운 선구안으로 ‘블랙 숙소’를 잘 키워왔습니다. 여기어때가 제시한 좋은 숙소의 기준 5개 중 2개 이상을 만족하는 나름의 ‘명품’ 숙소인데요. 블랙 숙소가 매출의 23%나 차지한다고 합니다. 선구안을 바탕으로 신뢰를 얻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한 게 좋은 점수를 받은 듯합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 인도네시아 고성장의 히든 카드

자원부국이란 점만으로는 인도네시아 증시 급부상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경제의 성장도 함께 강조돼야 합니다. 인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코로나를 거치며 전자상거래·물류·식품·온라인 여행 플랫폼·미디어 분야가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11일 고투 그룹의 자국 상장입니다.

고투 그룹은 인니 최대 디지털 기업으로 작년 5월 기존 인니의 두 대표 스타트업(차량 공유 플랫폼 업체 고젝과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의 합병으로 탄생했습니다. 이 회사는 원래 미국 나스닥 상장을 꾀하다가 이번에 본국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추정 이용자 수가 월 1억명에 달하는 고투 그룹은 핀테크 등 신산업 진출에 나서고 있고 동남아 전체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막강한 디지털 우량 기업이 자국에 상장 둥지를 틀었다는 것, 세계가 인니 경제의 고성장을 기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최인욱

인터파크 플랫폼기획팀 팀장

💨 자전거 타면 메타버스로 씽씽?

자전거 내비게이션을 쓰는 사용자가 모이면 커뮤니티가 만들어질까요? 아닐 겁니다. 내비게이션이라는 툴과 커뮤니티엔 아무 교집합이 없습니다. 메타버스 진출에 나선 야나두는 둘 간의 간극을 마일리지 등 보상을 미끼로 메우려 합니다. 과연 그게 최선일까요?

사이클리스트가 많이 이용하는 즈위프트라는 앱이 있습니다.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도 온라인으로 연결된 모니터를 보면서 다른 라이더와 가상의 코스 경주를 즐길 수 있어 인기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이 만든 서비스인데 200여국에 수백만 회원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잦은 이미 성공한 메타버스죠. 앞서 말한 간극을 극복하는 데 야나두가 참고할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야나두의 베팅에 참고된 美 막장기업?

올해 초 리멤버 나우에서 다뤘던 미국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과 여기 투자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블랙웰스를 둘러싼 흥미로웠던 소식 기억 나세요? 펠로톤은 홈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코로나 최대 수혜주로 꼽힌 업체인데요. 코로나가 진정세를 보이며 주가가 폭락하자 펠로톤은 직원 약 3000명을 일거에 해고하는 ‘막장’ 행보를 걸었습니다. 사모펀드가 서한을 보내 “경영진을 당장 교체하고 회사를 팔라”고 공개 망신을 줘 또 하나의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 사례로 전 세계 화제가 됐었죠.

이때 사모펀드가 펠로톤 실적 자료를 공개했는데 의미를 한 줄 요약하면 이랬습니다: “펠로톤과 홈트레이닝 시장의 성장성은 아주 큰데 경영진이 못할 뿐.” 이들은 홈트레이닝 시장이 코로나와 무관하게 계속 팽창하리라 본 겁니다. 상장을 앞두고 스케일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방안이 마땅찮던 야나두가 홈트 시장 가능성에 베팅하는 데 펠로톤 사례가 크게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