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환상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환상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6% 곡물 자급률은 2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식량 자급률은 사람들이 먹는 식량 가운에 어느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하느냐를 알려주는 수치고, 곡물 자급률은 사람과 가축이 먹는 식량(사료 포함) 가운데 어느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하느냐를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먹는 식량의 절반 정도만 국내에서 조달하고, 사람뿐 아니라 소나 돼지 닭 등이 먹는 사료를 포함한 전체 곡물 가운데에서는 20% 정도만 국내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80%는 수입한다는 뜻입니다.

식량 자급률 최저 수준인 한국: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과 곡물 자급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서 거의 최하위 수준입니다. 식량자급률이 높은 국가들을 보면 캐나다 174%, 프랑스 168%, 미국 133% 등입니다. 이 나라들은 식량이 남아 돌아서 수출한다는 뜻입니다. 곡물 자급률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식량 자급률과 곡물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식량안보와 연결시켜서 매우 불안하고 걱정되는 통계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인식할 문제는 아닙니다. 식량과 곡물의 자급률이 높은 것이 좋기는 하지만 낮은 것이 반드시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이 된 한국의 숙명: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6% 수준이지만 지난 1969년에는 78.5%였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의 농업 생산능력이 떨어지거나 식량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식생활이 다양해지고 식량 소비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전 국민이 쌀만 먹으면서 간신히 생존을 이어간다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거의 100%에 육박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식량으로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량 자급률은 ‘유사시에 자체적인 식량 조달이 가능한가’를 추정하는 수치일 뿐 그 자체가 식량 공급의 구조적 문제를 의미하는 통계는 아닙니다.

쌀에 집중된 한국 농업: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식량 자급률보다 더 낮은데, 그 이유는 곡물 생산량 자체가 적기 때문입니다. 사료용 곡물은 대부분 수입하고 있습니다. 곡물 자급률도 1990년에는 43%였으니 최근에는 20%로 떨어졌습니다만, 역시 식생활이 다양해지면서 소나 돼지를 기르는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소를 들판에 풀을 뜯기면서 기르고 그래서 1년에 소고기를 거의 먹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곡물 자급률은 거의 100%에 육박할 것입니다. 동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곡물도 거의 자급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곡물과 식량의 수입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농촌 인구의 생계와 직업 안정성을 위해 비교적 재배가 쉬운(자동화가 잘되어 있어서 노인들도 농사를 짓기가 비교적 수월한 작물입니다) 쌀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농민들이 대부분 쌀농사에 집중하고 그러는 바람에 다른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합니다. 그러면서 식량 자급률과 곡물 자급률은 더 낮아집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 곡물 자급률이 낮아지는 것은 구조적인 결과이기도 하고 경제성장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인구밀도 높은 환경: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는 식량과 곡물을 자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려면 인구를 줄이거나 식생활을 매우 단순화하고 그 수준을 낮춰야 합니다. 식량이나 곡물을 수입하는 것은 마치 석유가 나지 않아서 석유를 수입해야 하듯이 필연적인 일입니다. 식량이나 곡물, 에너지를 원활하게 수입할 수 있도록 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보다 늘리는 것이 식량안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입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노력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법인차량을 통한 세금 탈루, 방지 가능할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수억원대의 고가 자동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 또는 임차해서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런 차량의 번호판 색깔을 연두색으로 바꾸는 것으로 규제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법인이 소유한 고가 차량을 타고 다니는 것 그 자체로 개인용도로 사용 중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도 어렵고 법인이 소유한 고가 차량을 타고 다니는 것이 그런 고가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법인의 오너라는 후광효과가 오히려 강화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인의 대주주나 경영진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을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에 발생하는 세금 탈루가 의외로 큽니다. 개인의 비용으로 사용해야 할 1억원을 법인용으로 처리할 경우 절세되는 세금이 약 7000만원에 이릅니다. 개인 용도로 수억원 대의 수퍼카를 타고 다니면서 그걸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해서 사용한다면 차량 가격과 운영비의 3분의 2가량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법인차량의 경우 이런 지적 때문에 연간 법인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금액 한도를 정해놓긴 했습니다)

법인을 통해 세금 절약하는 메커니즘: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면서 해당 인테리어 업체에게 그 기업 오너의 자택 인테리어도 함께하고 그 비용(1억원이라고 가정합니다)은 그 기업이 지불하기로 했다면 이 과정에서 탈루되는 세금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 오너가 개인적으로 연봉 1억원을 추가로 받아서 그 돈으로 인테리어를 할 경우 추가 연봉 1억원에 대한 세금이 4600만원(최고 소득세율 가정), 1억원어치 인테리어에 가산되는 부가가치세가 1000만원으로 56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인테리어를 법인이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면 5600만원의 추가 세금은 없고 오히려 법인 경비 1억원으로 인한 법인세 절감액이 2200만원 더 생깁니다. 결국 5600만원+2200만원=7800만원의 세금이 절감됩니다. 기업 오너가 개인 돈으로 1억원치 인테리어를 하려면 1억5600만원이 필요한데 법인 돈으로 1억원어치 인테리어를 하면 1억원-2200만원=7800만원만 드니까 그 차액을 계산하면 7800만원이라는 계산입니다. 그 기업 오너가 거주하는 집의 인테리어 비용 가운데 7800만원은 국민들이 부담했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중국의 코로나 상황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중국에서 코로나 확산이 진행되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의 코로나를 바라보는 우려의 핵심은 코로나 확산 그 자체가 아니라 확산에 대응하는 중국 당국의 수단과 방법이 매우 급진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방역 정책이 자의적이고 이상하다면서 자국민들의 중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자 중국은 미국의 그런 표현이 매우 불쾌하다며 반발했습니다.

예측불허 중국 정부: 중국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숫자는 수천명 수준입니다. 하루 60만명 수준에서 최근 20만명 대로 줄어들었다고 안도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특히 중국의 인구를 감안할 때) 매우 적은 수치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수치에 인구 2500만명의 중국 최대의 도시이자 세계 1위의 무역항인 상하이를 멈춰 세웠습니다.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것은 코로나 확산 그 자체보다 중국의 경직된 대응방식입니다. 요즘 주식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중국의 봉쇄가 불러온 경기 냉각 우려는 인플레 걱정이 매우 큰 지금 상황에서는 원유나 다른 원자재 수요의 감소로 이어져 원자재 가격을 일시적이나마 안정시키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봉쇄는 궁극적으로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더 자극하는 요인입니다. 세계의 주요 생산기지들이 모두 중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우리나라와 서방 국가들처럼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바꾸더라도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확산 상황이 중국의 의료 시스템을 마비시킬 경우 그 불확실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루이비통의 2021년 한국 매출이 1조4680억원으로 전년 1조467억원 대비 약 40%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019억원으로 전년(1519억원) 대비 약 2배로 증가했습니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한번에 분출하듯 터져나오는 ‘보복소비’가 시작된 덕분입니다.

🇺🇸 미국 고용시장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지난주(3월 27일~4월 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6만6000건으로 5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실업률 때문이었는데요. 고용 지표가 좋아지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이유가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