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스타트업 HR리더의 역할

스타트업 HR리더의 역할

🔔 이 글은 HR Insight가 리멤버에 제공하는 HR·경영 분야 콘텐츠입니다.

좋은 HR리더 추천 좀 해주세요.”
“C레벨의 HR총괄을 뽑고 싶은데 어떤 분을 찾아야 할까요?”
“저희 회사에 HR전문가가 필요할까요?”

필자가 일과 강의를 통해 만났던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이며, 정답이 없기에 시원하게 답을 드리지 못해 늘 미안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정답이 있을까요? 우선 최소한의 JD를 정의하신 후, 그 범위 내에서 다양한 프로필을 가진 후보자를 만나 보시고 회사의 상황과 대표님이 고려하시는 요건에 가장 잘 맞는 분을 영입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어쩌면 허무한 답을 드리곤 했습니다.

다양한, 심지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까지 하는 스타트업 조직에 적합한 HR리더는 어떤 사람일까요? 표준화된 모델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업력이 길고 안정적으로 예측가능한 산업군에서 명확한 체계와 정형화된 매뉴얼로 정의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의 HR리더와는 무언가 달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확보-육성-평가-보상-유지-퇴출이라는 어떤 조직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인사의 본원적 활동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스타트업 조직 특성상 반드시 요구되는 HR리더의 역할을 다음 4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창업자와의 파트너십
스타트업 HR리더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요건은 CEO와의 파트너십입니다. 스타트업의 사업비전, 미션, 핵심가치 등 조직의 존재 이유는 창업자의 절대적인 영향으로 만들어집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상황적합적으로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다듬어지면서 정제될 수 있지만, 이는 지속적인 대화와 치열한 논쟁의 과정이고 그 속에서 HR리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HR리더로 일을 하다 보면 기성 산업군에 속한 조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조직의 창업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그 대화의 많은 부분은 창업자의 질문과 대답으로 채워집니다. 이는 창업자도 창업 이전에는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사업, 세일즈와 같은 특정한 영역의 전문가였지, CEO로서의 경험은 처음이기에 사람과 집단에 대한 시행착오와 학습을 통해 조직과 성장을 같이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창업자들에게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해버린 조직의 인사영역은 정답이 없어 어렵지만 외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창업자가 고민하는 사업의 성장전략과 연동된 사람·조직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고 때로 리딩하는 역할은 당연히 HR리더의 몫이 됩니다. 노무 이슈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준법사항부터 중장기적인 인사전략까지 창업자의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조직 고유의 지향 가치, 성장단계, 사업전략에 부합하는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여 조직에 내재화시키는 과정에서 창업자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HR리더의 중요한 역할인 것입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
스타트업의 성장속도는 로켓에 비유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는 결국 조직의 빠른 양적 성장을 의미하며, 질적 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전사 조직을 구성하는 단위조직의 리더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실무조직 리더들은 업무수행 측면에서 빠른 업무역량의 성장과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졌다는 강점이 있는 반면, 사람과 집단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나 축적된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리더가 되기 위한 사전준비를 지원하는 교육이나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의 시간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리더가 되어 엄청난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이는 전체 조직에 악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 괴리를 최소화하고 새롭게 리더가 된 구성원이 최대한 빨리 정상적인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전사에서 단 두 사람, 창업자와 HR리더뿐입니다. 실제로 배민 합류 초기에 필자는 현업 팀장들과 15~2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미팅일정을 잡았고, 그날의 미팅이 다 끝나면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었었습니다.

업무조정, 성과에 대한 피드백, 고성과자 리텐션과 저성과자에 대한 판단, 집단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조직개편과 재설계, 관계와 갈등 조율 등 모든 실무리더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같이 고민하고 코칭하면서 온전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바로 HR리더인 것입니다. IT생태계와 스타트업 조직에서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HRBP의 정점에 자리하는 것은 결국 HR리더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사 조직 모델러
조직은 유기체이므로 살아 숨쉬고 성장하고 사멸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성장단계가 있고, 그 단계마다 필요한 인력계획과 조직구조의 내용 역시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의 복잡성으로 인해 달라지며, 고속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이러한 변화를 끊임없이 감지하고 적시에 대응해야 합니다.

또한 스타트업의 성장속도와 크기에 비례한 더 큰 성장통은 불가피한데, 이 성장통의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통증을 성장의 계기로 전환하여 조기에 안정화하는데 결정직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은 HR리더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 매출의 변화, MAU의 증가 등 긍정적인 외부변수를 통해 조직이 성장할 때, 조직 내 대다수의 실무조직 리더들은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조직의 사일로 현상Silo effect, 업무의 편중화와 이로 인한 조직/구성원 간 갈등의 축적 등 부정적 측면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거시적 관점을 가지기 힘들고, 실무 단위 리더들이 집중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닙니다.

HR리더는 이러한 성장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측해 대응할 수 있는 조직구조와 인사제도를 고민하고 제안해야 합니다. HR리더는 인사영역 중 특정 업무영역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아니라, 창업자와 같은 선상에 발을 딛고 서서 회사 성장의 명운을 결정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문화 조성자
마지막으로 HR리더는 내가 속한 조직의 문화를 바르게 정의하고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문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창업자를 포함한 조직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복수의 구성원이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1개월만 활동을 해도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생겨난다고 할 정도로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은 없습니다. 조직이 추구하는 성장비전과 존재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모습이 조직 전체에 내재화/일체화되었다면 건강한 문화를 가진 조직입니다. 우리는 흔히 관료화되고 보수적이거나 수직적인 문화가 무조건 좋지 않은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조직의 선언적 정의와 구성원들의 실제 사고와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조직문화가 건강하지 못한 문화인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창업 초기부터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히 정의하고, 창업 당시 정의와 현재의 모습이 괴리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 일치될 수 있도록 내재화함은 물론이고, 때로는 지금의 성장단계에 맞게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의하고 모든 구성원들에게 체화될 수 있도록 변화를 유도하는 주체는 HR리더와 HR부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HR리더가 CEO와 CFO와 함께 회사의 3대 핵심 인력(G3) 될 것이라는 전망을 이미 5년 전에 내놓았습니다. 이는 기성 산업군은 물론, 한정된 자원 속에서 밀도 있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 조직에서 HR리더의 역할확대와 중요도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인사행정으로 대변되는 관리와 통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통적인 관점의 HR이 아닌 사용자와 구성원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된 위치에서 오직 조직의 성과와 성장을 극대화하고 조율하는 파트너로 진화하는 HR리더에 대한 재정의와 가치평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과 집단에 대한 고민을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든 HR리더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 작성자 박세헌 : 엔픽셀 경영지원총괄/기업전략실 VP.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사와 인사조직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하고, 네이버, 엔씨소프트 인사팀장을 거쳐 우아한형제들 인사지원실장, 당근마켓 인사담당 부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게임스타트업 엔픽셀에서 경영지원총괄 및 기업전략실 VP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행복과 기업의 성장이 함께하는 국내 최고의 HR 전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