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떠오르는 스타트업이 구성원의 창의력을 제고하는 법

떠오르는 스타트업이 구성원의 창의력을 제고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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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설립된 센트비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입니다. 다양한 금융기관·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쉽고 편리한 국외 송금을 도우면서도 은행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표방,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 등 정기적 해외송금이 필요한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이 점점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사업이 급성장하며 신규입사자가 기존 인력의 수를 넘어섰고, 현재 100명을 조금 넘는 구성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경험하는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단기간 내 큰 변화로 인한 조직 내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쌓여갔습니다. 이에 도입된 멘탈 케어 프로그램 ‘시간과 정신의 방’은 사업 초창기부터 HR을 책임져오던 피플앤컬처팀(P&C Office) 이규식 이사의 주도로 도입됐습니다. 그를 만나 프로그램 설명과 함께 센트비 특유의 위트있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조직문화 이벤트 ‘팡’과 타운홀미팅 ‘알집’에 대해서도 들어봤습니다.

▲ 우연한 만남을 장려하는 조직문화 제도 ‘팡’으로 만나 오피스에서 식사를 함께한 구성원들

멘탈 케어 프로그램, ‘시간과 정신의 방’
지난해 조직 규모의 확대로 센트비는 그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업무와 소통상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센트비는 근본적으로 조직구조의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구성원이 겪는 당장의 스트레스를 즉각 해소해줄 방법을 고심했습니다. 그 결과 멘탈 케어 프로그램으로 시간과 정신의 방(이하 ‘시정방’)이 도입됐습니다.

프로그램 도입 배경
시정방은 명상, 코칭, 상담, 영어 수업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모든 세션의 진행자는 미국인 다니엘입니다. 13년 전 처음 한국에 온 그는 기업 임원들의 영어 강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센트비는 업무 특성상 해외 파트너와 영어로 소통할 일이 많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필요해 처음엔 영어 구사력을 신장시킬 니즈가 있는 특정 업무 임직원의 영어 선생님으로 다니엘을 초빙했습니다.

그런데 다니엘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데다 한국에서도 기업 임원 대상 영어 레슨을 하며 기업 현장의 고충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경영진은 영어 수업 중 뜻밖의 정신적 위안을 경험했습니다. 그의 장기간 인도 거주 경험과 명상 및 멘탈 케어에 대한 관심 역시 이를 가능케 했습니다. 이에 경영진은 구성원들에게도 복지 차원에서 다니엘과의 상담·명상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개인 컨설팅 및 코칭, 영어 수업까지 맞춤형 운영
첫 도입 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주 운영 후 지난해 7월 최초 도입 이래 시정방은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정방 마스터 다니엘은 수요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센트비 오피스 내 6인 회의실에 상주합니다. 참여를 원하는 구성원은 회의 등 일정을 예약 및 공유할 때 사용하는 구글 캘린더 내 ‘시정방’ 캘린더에 원하는 시간을 정해 예약하면 되고 1인 이용 가능 시간은 최소 30분, 최대 1시간입니다. 시정방은 일대일 프로그램이며 정형화된 시스템을 따르지 않습니다. 예약한 시간에 방문한 구성원들은 필요에 따라 한 시간 내내 명상을 할 수도,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할 수도 있습니다.

명상은 다니엘의 가이드에 따릅니다. 방 안의 모든 조명을 끄고 눈을 감은 채 그의 안내에 따라 침묵과 아주 작은 소음에 익숙해지고 차츰 호흡에 집중합니다. 고요함 속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는 가장 기초적인 명상을 기본으로,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의 명상을 연습하기도 합니다. 상담 및 커리어 코칭에 관한 부분도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한 구성원은 “최근 일에만 몰두해 살게 돼 일과 삶의 균형을 잃은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놨는데, 어린 시절 이후 다시 배우고 싶던 바이올린을 시정방 상담 후 시작해 3개월째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음 약속된 시정방 만남 전까지 바이올린 레슨 등록 후 1회차 수업 듣기를 숙제로 받았는데, “액션을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는 라이프 코치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된다”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정방을 영어 스피킹 시간으로 활용하는 구성원도 있습니다. 네이티브와 영어로 이야기할 기회는 흔치 않기에 영어 능력 신장을 목표로 삼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귀한 시간이자 기회입니다. 전문 영어 강사 출신 다니엘은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 적절한 도움을 제시하며 그들을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작명 중시해…’시정방’ 이름에 얽힌 비화 
이규식 이사의 경영 철학과 리드에 따라 센트비는 사내 모든 공간, 이벤트, 프로그램의 창의적 작명을 중시합니다. 이 이사는 “창의성이 중요한 부서나 업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하는 분위기에 노출돼 있으면 일반 행정 업무조차도 더 기발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센트비는 채용, 온보딩, 소프트랜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센트립Sentrip‘, 즉 센트비Sentbe에서의 여정Trip이라 이름 지었고, 성과평가 및 피드백 제도의 이름은 센트비만의 뷰View와 리뷰Review라는 의미를 담아 ‘센트뷰Sentview‘라 부르는 등 독특한 이름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정방 이름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인 만큼, 그 특성을 반영한 이름을 고심하던 이규식 이사가 떠올린 것은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이었습니다. 이 방의 주된 특징은 그곳에서의 1년이 지구상의 하루에 해당해, 그 방에서 1년을 수행해 능력을 키우고 나와도 현실에선 하루밖에 지나지 않으므로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과 진화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사는 센트비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짧은 시간 내에도 구성원의 수행과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신과 시간의 방’이란 이름을 차용했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파일럿으로 오픈했을 때, 저조한 신청률에 이유를 확인하려 들어본 구성원들의 의견이 ‘정신과 시간의 방’이란 이름을 ‘시간과 정신의 방’으로 바꾼 계기가 됐습니다. 대다수의 구성원이 ‘정신과 시간의 방’이란 본래 이름을 병원 진료과목 ‘정신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해 정신과 상담 혹은 치료의 시간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이에 프로그램의 목적과 성격을 다시 한번 알리고 해명에 나서는 한편 어감을 고려해 이름은 ‘시간과 정신의 방’으로 개명했습니다.

참여 높일 방법 구상 중
현재 구성원의 절반 정도가 체험해봤다는 시정방 프로그램에 대해 이규식 이사는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한 사람은 결코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구성원이 참여해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나 역량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참여도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참여하려는 인원이 늘면 현재 주 1회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주 2회로 늘릴 계획을 이미 마스터 다니엘과 조율한 상태이며 지금까지 일대일로만 운영되던 방식에 그룹 코칭의 형태도 추가할 계획입니다.

사내 우연한 만남 장려하는 소모임, ‘팡’
팡은 센트비의 독특한 조직문화 이벤트로, 사업 초창기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회식 문화도 없던 센트비에서 구성원 간 오프라인 접점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규식 이사가 기획한 ‘케미스트리 팡팡’에서 출발했습니다.

과도기를 거쳐 정착된 ‘팡’ 
초기에는 회식이 없는 대신 매주 월요일 전 사원이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케미스트리 팡팡’은 단순 식사 자리보다 더 의미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기획됐습니다. CEO를 포함한 경영진을 팡장으로 그들의 이름에 ‘팡’을 붙여 ‘브루스팡’ ‘알렉스팡’ ‘탠팡’ 등으로 불렸고 구성원이 제비뽑기를 통해 어느 팡의 팡원이 될지 정했습니다. 팡장은 일주일 내 팡원들과 반드시 1가지 액티비티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보통 점심 혹은 저녁식사, 또는 당시 유행하던 방탈출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팡의 형태도 과도기를 거쳐왔습니다. 팡 모임을 갖는 주기나 인원수에 따라 지급하는 금액 등이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로 정착됐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팡장이 될 수 있고 4인 이상이 모이면 일괄적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합니다. 또 2가지 세부 수칙을 정했는데 첫째 월 2회까지 팡에 참여할 수 있고, 둘째 한 번 조직된 팡원끼리는 연속 2회의 팡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수칙은 조직 내 친한 구성원들만의 모임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좀 더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갖게 하고자 마련한 수칙입니다.

다른 팀과도 소통할 기회, 월 2회 ‘기발 팡제상’ 시상도
팡은 만날 기회가 적고 접점이 없던 전사 구성원들이 팀의 경계를 너머 만날 수 있는 장이 되어, 유연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른 팀 업무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센트비에서 특별한 날을 맞아 진행하는 여러 이벤트들과 팡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진행한 시크릿 마니또 이벤트에서 전사 인원은 랜덤으로 일대일 매칭돼 소속 부서도, 성별이나 나이도 전혀 다른 구성원끼리 서로의 마니또가 됐는데, 이 만남을 더 끈끈하게 이어주거나 지탱해준 것이 팡이었습니다. 팡을 통해 한번 이어진 우연한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격주로 ‘기발 팡제상’도 수여합니다. 심사는 이규식 이사와 피플앤컬처팀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팡을 신청할 때 슬랙에 팡 제목과 팡원을 적고 팡 활동 이후에는 사진을 첨부하는데, 그 날 모임의 콘셉트와 멤버 조합, 활동 내용을 기발하게 믹스해 눈에 띄는 제목을 지은 팡원들에게 커피 쿠폰 등 소정의 상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방어회 만찬을 함께한 팡의 이름은 ‘All you need for Christmas is 대팡어’였습니다.

타운홀미팅 ‘알집’ 
3~4년 전부터 꾸준히 해온 타운홀미팅이 너무 형식적이란 느낌이 들었을 때 이규식 이사는 구성원이 CEO 및 경영진과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도입된 ‘알집’은 CEO 알렉스의 이름을 따 ‘알렉스의 집’이란 의미와 함께 센트비의 모든 소식을 ‘압축해서 전달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온라인 줌Zoom 라이브 방송 형태로 2주에 한 번 금요일마다 열리는 알집은 오피스 내 가장 큰 회의실에 카메라를 셋팅해 촬영하고 CEO가 참석하되 진행은 이규식 이사가 맡습니다.

전반부에는 프로젝트 진행 상황 등 전사 공유 내용을 전달합니다. 공식 코너 ‘송금액을 맞혀라’는 해외송금 전문 센트비의 비즈니스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송금액에 모든 구성원이 관심을 갖고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여는 이벤트입니다. 송금액 추이는 전 구성원이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대시보드에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데, 가끔이라도 이를 확인하며 관심을 가지라는 취지에서 가장 비슷하게 금액을 맞힌 사람에게 10만원을 지급합니다. 두 번째 세션은 초대 손님과의 토크쇼로, 주로 신규입사자와 퇴사하는 이들을 손님으로 모십니다. 마지막으로는 구성원의 건의사항에 답변하거나 논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모두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 마무리합니다.

조직 규모 커져도 유연한 조직문화 유지할 것 
센트비는 지난해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해 ‘조직개편TF’를 발족했다. 30~40명 규모일 때 유지하던 시스템으로는 관리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이규식 이사가 총괄해오던 HR 관련 제반 업무에도 전문성을 더하고자 지난해 10월에는 HR 근무 경력 10년 이상의 시니어를 HR팀장으로 선임했다.

조직의 전체적 구조에 변화를 주고 체계를 갖춰가는 중에도 변하지 않는 기조는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와 구성원을 믿고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문화다. 이규식 이사는 “일하러 다니는 회사지만 재미가 있어야 일에도 더 몰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초창기부터 유지해왔다”며 “사업이 성장하면서 전보다 제도나 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은 늘었지만, 그럼에도 구성원을 통제하거나 제재하는 방식으로의 시스템 변화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티비티와 재미를 중시하면서 구성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동기부여할 방식을 센트비는 오늘도 고민 중이다.

✍🏻 작성자 전혜진 :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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