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경기악화 신호뿐 아니라 요인이 될 수도

장·단기 금리 격차 역전이나 축소는 경기 침체 시그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자체로 경기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은행 등 금융 기관은 예금을 통해 단기로 자금을 빌려서 장기로 대출을 주며 돈을 법니다. 때문에 장기 금리가 단기보다 높아야 대출 금리도 높아져 금융 기관에 이득이 됩니다. 같은 이치로 장·단기 금리 격차가 축소되는 시기에는 금융 기관이 대출로 버는 수익이 약해지니 대출 규모를 줄입니다. 대출 감소는 바로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최근 줄어든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가 향후에도 유지돼 세계 경기를 둔화시킬지 여부가 관건일 텐데요. 물론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 경기와는 무관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우려는 이 상황을 관리해야할 미국 중앙은행도 뾰족한 통제 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단기 금리에 대해선 중앙은행이 통상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추세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따라 시중 금리가 잘 움직입니다.) 그러나 장기 금리엔 중앙은행이 거의 영향을 주지 못 합니다. 지금 줄어들고 있는 장·단기 금리 격차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지속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이 현상이 특별한 이유와 의미

원래 장·단기 금리 역전은 금리가 오르는 현재와 달리, 대개 금리 하락기에 나타났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금리를 조정할 간격이 긴 장기 금리가 단기보다 먼저 내려가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 때는 대출 수요가 줄어 은행이 금리를 낮춥니다.) 1~2년 후 실제 경기가 나빠지면 앞서 나타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마치 경기 둔화를 예측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엄밀히 본다면 사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둔화를 예고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다른 방식으로) 예고된 경기 둔화가 장기 금리를 조정되게 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여하간 특이하게도 현재의 금리 상승기에 나타난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 현상을 해석할 열쇠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현재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봅니다. Fed는 인플레를 어떻게든 잡아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전망입니다. 이 전망을 대하는 시장에선 10~30년 만기의 장기 금리보다 2~5년 만기의 중기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르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풀어서 본다면, 2년쯤 지난 2024년까지는 인플레가 지속되고 기준금리도 높겠지만, 그 이후부턴 장기적으로 인플레도 진정되고 기준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입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 많이 풀린 돈 때문이지 불황과는…

실제 2019년 장·단기 금리 곡선이 역전되고 나서 이듬해인 2020년 경기가 불황에 들어섰습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을 예측이라도 한 것일까요? 하지만 이때는 코로나라는 천재지변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때 불황은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올스톱된 돌발적 예외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도 섣불리 불황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2년간 미국 중앙은행은 코로나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채권을 되팔지 않고 유지해왔습니다. 그만큼 돈이 인위적으로 시중에 많이 풀려 있었기에 단기 금리가 장기보다 더 크게 올랐던 것이고 이렇게 나타난 역전 현상은 불황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이겠죠.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제 속도대로 올리고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기 시작하면서 금융 시장만 안정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듯합니다.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 기사 이해를 위한 탐정 수첩

1️⃣IMM살루스벤처펀드 1호 : 헬스케어·바이오 섹터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 IMM이 만든 펀드. 만기가 5년으로 짧은 게 특이. 바이오 섹터가 기본적으로 투자 수익을 내는 데 오래 걸리는 데다, 최근 바이오 주가 하락이 맞물려 다른 분야에서 빠른 시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음. 그중 하나가 두나무 구주 인수가 아닐지

2️⃣구주 vs 신주 : 구주란 기업이 상장하기 전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신주란 기업이 추가로 새로 발행해 파는 주식을 의미함. 신주를 팔면 그 대가는 신주의 발행 주체인 기업에 돌아가지만, 구주를 팔면 그 대가는 구주를 쥐고 있던 주주에게 돌아감. 그래서 구주 거래는 <회사에 ‘투자’했다>보다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

3️⃣‘IMM세컨더리벤처펀드 5호’ : 세컨더리 펀드는 신주를 매입하는 펀드가 아님. 다른 벤처 펀드 속 포트폴리오 기업의 구주를 사서 수익을 기대하는 펀드임. 상장이 얼마 안 남은 기업에 투자해 저위험·중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특징. 그간 IMM은 두나무 말고도 이 펀드로 무신사·펄어비스·크래프톤·직방 등에 ‘투자’함

성호철

조선일보 스타트업 뉴스레터 제작팀 쫌아는기자들 편집장·전(前) 테크취재팀장

✍🏻 기사 제목 좀 바꿔야겠네요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작년 나스닥 상장 이야기가 나오고 줄곧 10조원설이 대세였는데요. 이번 두나무 구주를 인수하며 한국 대표 벤처캐피털인 IMM이 두나무 기업가치를 13조원으로 보면서 ‘썰’을 공식 인증해줬네요. (기사 원문 제목은 ‘200억 투자’보단 ‘기업가치 13조원’에 방점이 찍혔어야 했습니다.)

요즘 두나무는 현금이 넘쳐난답니다. MSG를 조금 치자면 한국에서 가장 현금이 많이 도는 기업이 두나무라나요. 작년말 본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항상 조심하고 주변을 살핀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기업 미래를 생각할 때”라고 하더군요. 단순히 ‘돈 잘 버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머물지 말고 ‘한국 블록체인과 NFT 경쟁력의 총아’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 투자에 들어간 계산을 따져볼게요

올해 초 홍콩계 사모펀드가 두나무 구주 1500억원어치를 사들였을 때 1주당 50만원선으로 알려졌었습니다. 위 기사대로면 IMM이 이번에 1주당 40만원선으로 두나무 구주를 사들였으니, IMM은 작년보다 더 낮아진 가격에 두나무 구주를 얻었네요. 작년 두나무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이었습니다. 두나무 같은 회사의 구주를 주가 대비 수익 비율(PER) 단 5~6배 수준으로 매입한다는 건 IMM 입장에선 무척 흡족한 딜이었을 겁니다.

이번 딜의 시나리오는 2가지 정도일 겁니다: 1️⃣두나무(혹은 두나무 기존 주주) 입장에선 IMM 같은 대형 VC의 합류가 추후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IMM이 싸게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을 가능성 2️⃣여전히 암호화폐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두나무 기존 주주가 적정 금액에 일부 지분을 IMM에 털었을 가능성(IMM은 두나무 주식을 상장 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윈윈)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 삼전, 향후 정치 빼고는 다 괜찮아요

최근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많았습니다. 가까운 중국에선 코로나 봉쇄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 제품 생산이 감소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산 반도체 특수가스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GOS* 이슈 및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다양한 악재가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낙관적 전망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가 분기 기준으로 최고인 74조9920억원이에요. 영업이익도 13조가 넘어 전년 동기 대비 38%가량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 개발 투자와 생산 설비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 경쟁력이 유지되는 중이고, 2019년 당시 일본 규제 강화를 기점으로 소재·부품·장비, 즉 소부장 분야에서 국산화가 많이 진행돼 위협 요소도 많이 제거된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매년 10%이상 성장한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있어요. 다만 정치적 요인이 변수가 될 수 있겠습니다. 미·중 갈등 심화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주요 수요처인 중국 사이의 거리 잡기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 GOS :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쉽게 말해 게임을 오래 실행할 경우 열이 많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폰 성능을 60% 수준까지 낮추는 시스템. 새로 출시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이 시스템을 무조건 실행되도록 한 것이 최근 논란이 됨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 서울 부(富)의 이동

단순한 위치 이동이 아닙니다. 서울 부의 이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이미 부촌이 형성된 한남동·성수동은 젊은 세대를 타깃 삼은 상점가가 활성화하면서 유동 인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소비가 몰리는 건 기본 법칙입니다. 이를 명품 브랜드도 자연히 따르는 겁니다. 새로운 소비 계층인 MZ세대가 기존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경향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요 소비 계층에 발 맞춰 기업들이 새 전략을 짜는 건 필요한 일이죠.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 이전이 아니라 확장·진출

광화문·명동 일대는 아직도 명품 백화점들 본점이 상당수 있습니다. 과거 강남 개발 시절 신흥 부촌들이 생기면서 강남으로 명품 가게들이 진출했으나 기존 광화문·명동 명품 백화점들이 없어지지는 않았죠.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한남동·성수동이 개발되고 젊은 중상류층이 대거 자리잡으면서 명품 가게들이 다시 강북으로 확장 진출하는 것이지 강남을 영영 떠나고 강북으로 돌아온다는 건 편향된 해석입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10년 전, 아니 20년 전부터 주요 상권에 자리를 잡은 상태로 신흥 상권이 생기면 확장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상권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는건 아닌듯합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일부 강북 지역의 특장점이 있네요

강북 중 몇몇 곳의 장점이 두드러진 탓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성수동은 강남에서 다리만 건너면 될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준공업지역*이라는 우수한 토지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때문에 지식산업센터들이 많이 공급됐고 소규모 사무실을 찾는 스타트업들이 몰려들었으며, 낡은 공장들이 감성적 인테리어로 거듭나면서 뉴트로 열풍과 함께 MZ세대들을 끌어모았습니다. 무신사·쏘카 등 신생 업체와 SM엔터테인트먼트·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까지 사옥을 이전 중이며 상권도 연무장길·성수동 카페거리·수제화 거리 등 다양합니다.

📌 준공업지역 : 과거 공업 조성을 위해 지정된 지역. 용적률 400%로 신축이 가능해 150~250%에 그치는 일반주거지역에 비해 토지 효율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음

성호철

조선일보 스타트업 뉴스레터 제작팀 쫌아는기자들 편집장·전(前) 테크취재팀장

💸 정말 돈만으로는 안되는 일도 있다

요즘 스타트업들의 투자 갑질(?)이란 말이 돈답니다. 소규모 투자자인 제 지인은 “올해 투자를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투자하기 좋은 스타트업들은 대형 투자자나 전략적 투자자만 선호하고, 소규모 투자자를 곧잘 배신(투자 받겠다고 약속했다가 다른 대형 투자자가 나오면 신주를 약속과 다르게 배정)하기도 한다네요. 속앓이에 지인은 잠시 투자 휴업을 택했습니다.

갑과 을이 바뀌는, 세상사는 그런 게 아닐까요. 잘나가는 스타트업 창업가 분들도 혹시 내가 누군가를 홀대했나 생각해봐야할지도요. 하지만 좋습니다. 돈이 모든 걸 뒤흔드는 세상이지만, ‘돈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사실. 한 호흡 정도는 신선한 공기가 들어옵니다. 💨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창업자 정신건강 챙기는 VC도 나오네요

원래 VC의 브랜드를 결정짓는 건 다음 3가지였습니다: 1️⃣누가 대표나 파트너로 있는 VC냐(얼만큼 크게 엑시트(자금 회수)했던 창업자가 설립했느냐) 2️⃣총 운용자산(AUM)이 얼마냐 3️⃣크게 투자 수익을 거둔 대표 포트폴리오(피투자사)는 어디냐

이제 VC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VC는 스타트업들에게도, 펀드에 출자하는 기관·기업·자산가들에게도 선택 받는 대상이 됐습니다. 스스로 “우리가 어떤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지”를 어필하는 브랜딩이 중요해진 겁니다. 때문에 의사 출신 심사역도 나오고, 기후·환경 분야에만 중점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VC도 나옵니다. 최근 들어서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 건강을 챙겨주겠다는 VC도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