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1️⃣ 해외로 빠져나간 일본 제조업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데,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참혹한 상황입니다. 세계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빅맥지수와 참치 경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30년간 미국의 빅맥 가격은 2.59배, 중국은 2.63배 올랐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370엔이 겨우 390엔으로 올랐습니다. 세계 참치 어획량의 4분의 1을 먹을 만큼 일본인이 사랑하는 참치는 더이상 일본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됐습니다. 가난한 일본 소비자가 물량을 다 소화해낼 수 있을지 우려해 업체들이 물량을 중국 등지로 돌리기 때문입니다. 

지난 아베 정권이 10년 가까이 돈을 풀었는데도 왜 장기 디플레는 개선이 없을까요? 원인의 뿌리는 일본 제조업 공동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 제조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현지 생산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레 일본 제조업의 국내 투자가 줄었습니다. 국내 투자가 줄어드니 고용도 감소하고 구매력을 뒷받침할 임금도 내려가는 것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2️⃣ 가격상승에 예민한 日소비자 관행

전 세계가 물가 상승에 몸살을 앓는데 일본만 왜 물가가 안정적이다 못해 침체돼 있을까요. 원인 중 하나로 오랜 소비자 관행을 들고 싶습니다. 일본에선 가격을 올린 기업이나 업소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려는 관행이 있답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엄청 민감해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거죠.

그런데 평소라면 모를까 원자재 값이 뛴 탓에 생산비가 많이 오른 지금도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만큼 생산량을 더 크게 줄여버릴 겁니다. 생산과 소득 모두가 줄어 일본 경제가 크게 위축되는 거죠. 가격이 신축적이지 못한 게 그만큼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겁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3️⃣ 긴축 거부 고집하는 日중앙은행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던 엔화 가치가 글로벌 위험 지수가 높은 지금,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엔화에 대한 기존 판단을 완전히 바꾸게 된 원인은 일본의 중앙은행에 있다고 보입니다. 최근 대다수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돌아선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여전히 화폐 발행량을 늘리는 스탠스를 유지했습니다. 일본의 오랜 불황과 제조업 경쟁력의 지속적 저하를 지켜보던 투자자들이 일본 중앙은행의 이번 판단을 보고 임계점을 넘겼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엔화 절하가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미 엔화 가치 하락의 부작용이 일본 사회에 꽤 널리 알려져 있고요. 일본이 가용할 수 있는 외환 보유액의 규모로 봤을 때, 여전히 독보적인 세계 최고의 대외 자산국임을 고려했을 때 일본이 엔화 약세로 나타난 문제를 장기적으로 끌고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IMF 권고를 따라야할 4가지 이유

부동산 관련 권고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 대비 집값은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집값이 너무 높으면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1️⃣소비가 줄어 성장 잠재력이 약화됩니다. 빚을 낼수록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느라 소비할 여력이 없죠. 2️⃣주택 구매자는 대체로 청년층이 많고 매도자는 노년층이 많습니다. 집값이 높다는 건 청년층의 소득이 그만큼 노년층에게로 이전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청년들의 재정 사정이 안 좋아지면 인적 자본 형성이 둔화됩니다. 또 청년층은 컴퓨터·휴대폰 등 혁신 기업의 상품을 많이 구매하죠. 청년층 사정이 악화하면 혁신 기업 성장도 약화될 수 있습니다. 3️⃣기업 입장에서도 주택 가격이 높으면 소재지 주변에서 근로자를 구하기 어렵거나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 노동 효율성이 저하하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4️⃣높은 주택가는 결혼과 출산을 저해하는 요인이죠. 장기적 성장 동력이 낮아집니다.

기존 세금 제도를 통한 주택 가격 안정화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 IMF 권고대로 주택 공급 증대를 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고물가 상황, 모든 게 달라집니다

1980년대 금융이 세계화·자유화되면서 금융 산업이 팽창했습니다. 이때부터 차입 자금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기승을 부리게 됐습니다. 오늘날까지 30년간 지속된 저물가·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이를 심화시켰습니다. 전통적으로 저축의 주체이던 가계가 차입의 주체로 전환됐고 빚더미에 눌리게 됐습니다.

이젠 고물가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앞으로는 성장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저금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책무는 성장보다 물가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금리가 높아지면 빚을 진 가계 부담은 불어납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임대차 3법 순기능은 없었을까요?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 논의가 진행돼야 합니다. 임대차 3법이 욕을 많이 먹긴 했지만, 세입자들이 중간에 5%만 임대료를 인상하면 최대 4년을 이사 없이 그대로 거주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2년 거주만 보장했던 종전에 비하면 주거 안정이 개선된 측면이 있습니다.

임대차 3법을 전면 폐지·축소한다고 해서 전·월세 가격 안정 효과가 클 것이라 볼 수도 없습니다. 전·월세 공급량이 부족해진 가장 큰 원인은 세제 혜택을 박탈하는 등 민간 주택 임대를 억제했기 때문입니다. 임대차 3법을 크게 손질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건 민간 주택 임대 억제를 완화하는 겁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수도권 절반가량이 임차인이었으니…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자가 보유율은 61.2%, 수도권은 약 54.1%입니다. 임대 비중이 생각보다 높은 상황이었기에 임차인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파생된 부작용이 단시간 내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해 시장 왜곡이 나타났습니다. 임대료를 시세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올릴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그 피해가 임차인에게 넘어갔습니다. 주거 비용이 늘어나니 임차인들의 주머니 사정도 악화됐죠. 현재의 임대차 3법의 수정·축소는 불가피해보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민간 주택이 많은 우리나라

임대차 3법이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임대주택 공급 구조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약 2100만 가구 중 무주택 가구가 약 920만입니다. 이중 정부 공공주택을 제외하면 약 700만 가구가 민간 다주택자들이 공급하는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상대적으로 공공주택이나 기업형 임대주택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죠.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한 보완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가격이 아닌 취향을 저격하는 기업

컬리의 사외이사인 서울대학교 문정훈 교수는 “컬리는 농식품을 일상재로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공급자들을 최저가로 경쟁시키려는 기업도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을 가지도록 돕고 용도에 맞는 구매를 하도록 학습시키는 기업입니다”라고 컬리를 정의했습니다.

제가 이보다 더 컬리를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 제게 컬리와 그 경영진이 알려준 가르침은 업계의 관성에 빠지지 말고, 외부자의 관점과 소비자의 니즈에서 옳은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하면 반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과 삶 모두 바쁜 맞벌이 부부가 유일하게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시간에 배송이 온다면 (그것도 그들이 먹고 마시고 싶은 제품이!) 이게 안 터졌을까요? 그런데 왜 아무도 안 했을까요?

상장 후 컬리는 어떠한 회사로 나아가게 될까요? 배달의민족처럼 다른 국가 진출을 꾀할까요? 핵심 고객의 인접한 다른 분야-와인과 결합한 식품 판매, 레스토랑 예약, 가전제품 구독 서비스-로의 확장? 혹은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어 물류 효율화를 고민하려나요? 🤔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밸류체인 전반의 혁신 모델

컬리의 상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여러 의미를 가집니다. 다 얘기하자면 책 한 권 나올 거 같습니다. 우선 컬리는 ‘먹을 것의 밸류체인 전반’(food system)을 아우르는 혁신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지금 인류는 인구 증가와 생산량 감퇴, 공급망 불안정 등의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어요. 컬리는 한국이라는 작고 빠른 나라에서 어떤 혁신이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 선례입니다.

여성 창업가로서 수천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 또 한 명 탄생했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김슬아 대표님도 인터뷰 때마다 말씀하셨듯, 여성 창업가는 남성보다 더 많은 허들을 넘어야 VC(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단하는 건 실례지만, 컬리가 상장 기업으로 자리잡고 나면 후배 창업가나 여성 창업가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님이 모교 기부, 기후 테크 펀드 출자 등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것처럼요.

임승민

유진자산운용 기업투자본부 팀장

⛳️ 삼파전 형성된 구인구직 시장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구직자가 대기업이나 우수 스타트업에 쏠리고 있죠. 임시직 일자리도 비중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요인에 의한 미스매치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향후 구인구직, 즉 커리어테크 시장 전망은 우수할 걸로 보입니다.

구직자 측면에서 볼 때 커리어테크 시장을 1️⃣고용 유형(정규직/비정규직)과 2️⃣전문성(높음/낮음)이라는 기준으로 나눠본다면, 신입부터 고급 임원 그리고 파트타임부터 프리랜서 시장까지 다양한 세분화한 시장이 존재합니다. 선도사업자군(잡코리아·사람인·알바천국)과 경력직 시장을 타깃하는 글로벌 사업자(링크드인), 빠르게 부상하는 스타트업군(원티드랩·리멤버·블라인드 등)이 있겠습니다. 선도사업자의 아성을 깰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는데, 신흥사업자의 추격이 대단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 선도사업자인 사람인은 투자를 통해 신흥사업자인 리멤버의 주요 주주로 등극하며 연합전선을 구축했어요. 전통사업자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신흥사업자의 행보에 기존 선도사업자군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지가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 페북·인스타 지고 커리어테크 뜬다

커리어테크 플랫폼의 성장은 ‘SNS 타깃 광고의 하락세’와 연관이 있습니다. 애플을 필두로 개인정보 강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타깃 광고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마케팅 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입니다.

개인 타깃이 어렵다면 집단을 구체적으로 타깃하는 방법이 있겠죠. 이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SNS 대신 커리어테크 플랫폼에서 광고를 하면 굉장히 구체성 있게 집단을 타깃해 광고할 수 있습니다. 직종이나 직급, 유저의 성향 등을 선택해 광고할 수 있죠.

이용자 입장에서도 조금만 돈을 내면, 내 프로필을 어느 기업 인사 담당자가 열어봤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자기계발을 위해서는 콘텐츠를 보거나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커리어테크 플랫폼마다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기도 하죠. 자연스레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