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스타트업 팀 리더십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스타트업 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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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래 한 스타트업의 경영진으로서, 그리고 2021년 초 대표로서 창업을 하기까지 필자를 괴롭히는 가장 큰 질문은 ‘좋은 팀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스타트업 환경에서 그 답은 어떻게 달라지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얻기 위해 주변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큰 흐름을 관통하는 원칙 내지는 철학적인 답을 찾게 된 것은 인텔의 전 CEO인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쓴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High Output Management》라는 책에서였습니다.

앤디 그로브는 인텔의 첫 번째 직원으로 1968년 인텔이 회사로서 설립되는 날 합류하여 1987년에는 CEO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0년대 후반까지 회사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어낸, 오늘날의 인텔을 일구어낸 인물입니다.

구글이 인사 제도로 활용하면서 유명해진 ‘OKR 프로세스’는 본래 앤디 그로브가 고안하여 인텔에 적용했던 것인데 이후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VC인 존 도어John Doerr에 의해 스타트업 및 IT업계에 광범위하게 도입됐습니다. 한편 앤디 그로브는 팀 리더의 성과를 아래와 같은 단순한 공식으로 정의했습니다.

공식에 따르면 팀 리더의 성과는 그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직 성과의 총합이므로, 조직 구성원들의 성과가 곧 팀 리더의 성과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팀 리더는 어떤 활동에 집중해야 할까요?

못하거나 안하거나
앤디 그로브는 어떤 구성원이 충분히 성과를 내지 못할 때 원인은 단 2가지로 환원된다고 말합니다.

· 주어진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황 – 못 하거나 (Can’t do it)
· 주어진 일을 수행할 의지가 없는 상황 – 안 하거나 (Won’t do it)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Motivate와 교육Train에 집중해야 합니다. 앤디 그로브는 구성원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동기부여와 교육뿐이며 그 외 다른 것은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동기부여는 ‘안 하거나’를 해결할 수 있고, 교육은 ‘못 하거나’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실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봐도 결국 성과가 나지 않았던 구성원은 ‘안 하거나’ ‘못 하거나’ 혹은 그 둘의 조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니저리얼 레버리지
사실 동기부여와 교육은 팀 리더가 자신의 시간을 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실무자로서 투입하는 시간은 딱 그 시간만큼의 성과를 낼 수밖에 없지만, 동기부여와 교육에 투자된 시간은 구성원들의 전반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단 1시간 남짓의 진심 어린 대화가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그의 1년간의 업무 태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투입되는 시간 대비 비대칭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를 ‘매니저리얼 레버리지Managerial Leverag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환경에서의 동기부여와 교육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각 팀 리더들 또한 실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동기부여와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의 동기부여와 교육은 다른 조직과 비교하여 더 큰 매니저리얼 레버리지를 갖습니다.

가장 먼저,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업 문화적 측면 혹은 자원의 제약 문제로 인해 최대한 많은 책임을 위임하는 자율적인 업무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그만큼 구성원 개인의 권한과 재량이 크다는 것이므로 동기부여와 교육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보아야 합니다.

아울러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기존과는 다른 매우 새로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수행하기 위한 지식들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팀 리더들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많은 지식들이 구성원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끝으로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인재들은 개인적 동기부여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시MECE, Mutually-Exclusive-Collectively-Exhaustive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지켜본 많은 이들은 빠른 성장, 좀 더 폭넓은 권한, 회사의 비전에 대한 믿음 등을 기반으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동기부여와 교육은 이런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합류한 목적을 달성하게끔 도와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동기부여와 교육의 시작
동기부여와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다들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기획해야 하는 것인지 머리를 싸매곤 합니다. 물론 일회적인 집중 교육이나 워크숍 같은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상적인 경영 활동 속에서 동기부여와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대일 미팅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팀 리더들은 통상적으로 주 1회에서 2회 정도 구성원들과 일대일 미팅을 가질 텐데 이때 구성원들이 어떤 분야에 대해 교육을 필요로 하는지 혹은 특정 과업 수행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기민하게 파악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회사에 합류하여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 기본적인 교육이 된 상황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일을 맡은 것이 아닌 이상 양질의 일대일 미팅만 잘 가져도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맡은 적이 없었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다거나, 지속적으로 성과가 부족한 분야가 있다면 집중 교육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일대일 미팅 외에 시간을 추가로 내 정기적인 교육을 수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관련된 도서나 자료를 추천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스타트업에 열정을 갖고 투신한 인재라면 적절한 피드백과 학습 방법만 알려주어도 금세 따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치 않다고 느낄 때에는 잠시 마이크로 매니저Micromanager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이크로 매니저’는 구성원과 함께 어떤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세부적인 디테일까지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관리자를 의미합니다. 흔히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기 때문에 쓸데없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늘어놓거나, 지나치게 짧은 단위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자 하는 관리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매니징은 정규 교육 프로그램이 없거나 부실하고,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일이 많은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으로서의 마이크로 매니징
자율성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서 동기부여와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은 이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오해를 막고자 부연하자면, ‘때때로 잠시’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타트업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 보니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합니다. 또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부실하고, 만들더라도 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조금만 지나면 그 내용들이 쓸모없어지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 입장에서도 어떤 업무를 수행할 때 항상 숙련도가 높은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율성’을 위해 방임할 경우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기가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때때로 잠시 마이크로 매니저가 된다는 것은 결국,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성과가 조금 아쉽거나,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구성원을 밀착 교육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구성원과 해당 구성원이 수행할 과업의 특성이라는 2가지 요인을 고려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업무의 진행 방향, 과정을 함께 챙기면서 OJT(On-the-Job Training)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팀 리더가 갖고 있는 지식, 회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나 이때 중시하는 가치 등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때 팀 리더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마이크로 매니징 혹은 방임적 리더십 중 하나를 본인의 천성으로 간주해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즉흥적으로 구사하기보다는 철저하게 계획 및 의도 하에 결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평소와 다른 관리 방식을 취할 때에는 그 이유를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해 상호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 소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교육과 동기부여로 성과 극대화
앤디 그로브의 가르침으로 돌아오면, 팀 리더가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동기부여를 통해 못 하거나 혹은 안 하거나를 해결해야 합니다. 일시적 마이크로 매니징의 목표는 구성원의 기술적 숙련도를 제고하여 ‘못 하거나’를 해결하고, 이상적인 자율과 위임의 상태에 도달하여 구성원이 ‘안 하거나’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외 일대일 미팅을 비롯한 다른 모든 리더십 방법론도 위와 같은 프레임워크로 바라보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스타트업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 권오수 : 넥스트챕터 Co-Founder & Co-CEO·전(前) 버즈빌 Chief Strategy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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