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분할-합병 조직의 조직문화 구축하기

분할-합병 조직의 조직문화 구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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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분할과 합병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업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다 보니 필요에 따라 사업을 합치고 나누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트럭사업부를, 델은 클라우드 자회사인 VM웨어를, IBM은 인프라서비스를 그리고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MSD는 여성건강과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주축으로 오가논이라는 회사를 분리했습니다. GE는 헬스케어와 신재생에너지를, 인텔은 자율주행 사업부인 모빌아이를, 미국 백화점 메이시는 온라인 사업부를 분할 검토 중입니다.

인수-합병도 활발합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을, 야놀자는 인터파크를 합병했습니다. 해외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조기에 찾아내 인수합니다. 제약업계에서도 좋은 신약 후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언제나 다른 기업들의 인수 타깃이 됩니다. MSD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가지고 있는 엑셀러론 파마를 최근 인수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계속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을 분할하거나 합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로서 이런 인수와 합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인사담당자로서 해야 할 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조직에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은 합병 및 분할 후 성공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분할 및 합병의 성공 여부는 분할 및 합병한 조직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로 판가름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에 맞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성공적으로 사업을 물리적으로 분할하고 합병해도 새로운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지 못하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랍게도 조직문화는 실패한 분할-합병 사례들이 보여주는 중요한 실패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분할 또는 합병된 조직에서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처음부터 꾸준히 직원들과 소통
기밀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분할-합병 계획이 수립되면 가급적 빨리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알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대규모의 분할-합병 계획은 많은 직원을 참여시키지 않고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직원들이 알게 된다면 차라리 외부에서 듣는 것보다 회사로부터 직접 듣게 해주는 것이 낫습니다.

MSD는 오가논과의 분사 계획을 2020년 2월에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21년 2월 법인 분리가 목표였습니다. 1년간의 준비 기간 최소한 분기별로 한 번씩 직원들에게 진행 상황을 설명했고 법인 분리가 다가오면서부터는 더욱 자주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었지만 버추얼 타운홀미팅의 형식으로 소통의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분리되는 법인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업데이트할 내용이 많지 않아도 미팅을 지속적으로 이어갔습니다.

그룹별로 소통
직원들과 소통할 때는 그룹별로, 리더십팀 → 부문별 리더십 → 매니저 → 직원의 순서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룹별로 알고 싶은 관심사, 걱정, 불만, 제안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매니저들은 직원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소식을 듣고 싶어 합니다.

매니저들에게 정보를 미리 공유하면, 직원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그 내용을 접한 매니저들이 직원들과 원활하게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룹을 나누고 각각 미팅을 잡는 것이 번거롭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분명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조직의 새로운 사명
소통 과정에서 언급했던 주요 메시지 중 하나는 새로운 조직의 사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분사하나요? 두 개의 조직이 다른 사명, 즉 다른 존재 이유를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가논이라는 새로운 회사는 여성 건강에 보다 집중하고, MSD는 항암제, 백신, 당뇨병, 호스피탈 스페셜티 등 집중 분야의 신약개발이라는 사명을 추구하게 됩니다.

전략적 선택을 통해 두 회사는 각자의 조직에서 다른 사명의 구현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명과,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ELT(Extended Leadership Team), 매니저 그룹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했고 새로운 조직의 사명, 비전, 문화에 대해 미리 논의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What’s in it for me?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아무리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직원들의 질문은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나에겐 어떤 좋은 점이 있는 걸까?’ 사실 새로운 조직으로 옮겨가는 직원들의 불안감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회사는 어떻게든 직원들이 이를 원활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특히 분할 계획 발표 초기에는 많은 것들이 정해져 있지 않아 불안감이 더 심했습니다.

분할한다는 계획, 제한된 정보, 불안한 상황 등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직원들의 선택입니다. 같은 상황 속에서 피해자의 시각으로 수동적으로 해석하고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할지 아니면 크리에이터로서 창조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가능성에 대해 호기심과 의욕을 고취하는 계기로 삼을지는 직원들이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그래서 한국MSD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워크숍을 열어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나,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소통과 워크숍만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파트너인 노조와 함께 협의해 나가는 과정도 중요했습니다. 때로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그 갈등이 과도할 정도로 확대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모두 합의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MSD는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리전(Region), 글로벌 헤드쿼터에 있는 스태프들과의 협업도 중요했습니다. 나라별로 법률과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환경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리더십팀이 단합된 모습으로 분할의 과정을 한결 같이 지원해주는 것 역시 중요한 성공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 리더십팀은 직원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분할이나 합병처럼 큰 변화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리더십팀이 통일된 메시지로 흔들림 없이 분할과 합병을 지원해준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작성자 김홍배 : 한국MSD 인사부 전무. 아주대에서 경제학, 고려대에서 철학,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Org. Dynamics를 전공했습니다. 다우케미칼에서 HR 커리어를 시작해 MetLife에서 Asia- Pacific L&D director, Bausch Lomb에서 HR director, Novartis에서 People&Organization Head를 지냈습니다. 현재는 한국MSD에서 직원들 이 몰입할 수 있는 HR제도,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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