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ool] 한국 시장에서 BNPL은 열릴 수 있을까요?

한국 시장에서 BNPL은 열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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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 Now Pay Later: 선구매 후결제(이하 “BNPL”)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는 급격하게 확산 중입니다. 리서치앤드마켓스(Research And Markets)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기준으로 2022년부터 2028년까지 BNPL 시장은 연평균 32.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전체 결제 금액은 2021년 493억달러(약 59.7조원)에서 2028년 4,438억달러(약 537.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BNPL은 이용자가 일부 금액 또는 무이자로 상품을 구매한 후, 일정 시점부터 이 상품의 금액을 갚아나가는 일종의 할부 서비스입니다. 신용카드의 “한도”가 신용점수에 의해 정해지는 것과 달리 이 서비스는 “신용 점수”에 상관없이 후불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할부 구매와 별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BNPL 서비스 출시 당시 호주에서는 신용카드사가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신용카드 할부와 비슷한 제도인 리볼빙 제도가 있긴 합니다. 다만 할부와 리볼빙의 차이는 분할 결제 기간이 정해졌는지, 아니면 아예 납부 대금을 미루는지 차이가 있습니다. 주요 사업자로는 페이팔(Paypal) 및 어펌(Affirm), 클라르나(Klarna), 애프터페이(Afterpay) 등이 있습니다. 어펌의 경우 지난해 8월 아마존과 제휴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Statist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7월 및 2021년 3월 기준 미국 내 연령대별 BNPL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이용자 비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ㅇ 18~24세: 37.71%(’20.7월)⇀ 61.16% (’21.3월)

ㅇ 25~34세: 46.77%(’20.7월)⇀ 60.08% (’21.3월)

ㅇ 35~44세: 50.13%(’20.7월)⇀ 60.58% (’21.3월)

밀레니얼과 Z세대의 이용자도 높았지만, 그 이용세가 Y세대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테크 기업 중심의 BNPL 사업 드라이브: BNPL 사업과 관련하여 국내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후불 결제 서비스의 한도에 따른 규제 및 다양한 할부 프로그램, 해외보다 덜 까다로운 신용카드 발급 등”을 이유로 이 사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통적인 카드사의 수익원은 크게 가맹점 수수료 및 할부 수수료, 연회비 등으로 나뉩니다. 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 BNPL은 카드사 사업 모델의 캐니벌라이제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인 셈입니다.

다만 테크 또는 플랫폼 기업들의 관점에서는 BNPL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교보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편결제 시장의 상위 5대 사업자는 모두 테크 또는 플랫폼 사업자였습니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를 제외하곤, 네이버 및 카카오, 페이코(NHN), 토스 등 모두 플랫폼을 보유한 사업자였습니다.

박상진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는 취임 소감을 통해 “올해 더욱 압도적인 1위 간편결제 사업자로의 견고함을 다지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금융 소외 계층과 MZ세대의 금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혁신 서비스 확대를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금융 소외 계층과 MZ세대의 금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혁신 서비스 확대” 부분입니다. 간편 결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도 BNPL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쿠팡도 최근 2021년 회계연도 4분기 실적발표에서 핀테크 사업을 성장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가져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의 핀테크 기업 브렉스(Brex)의 창업자 페드로 프란체스카(Pedro Franceschi)를 사외이사에 선임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렉스의 경우 신용이 낮은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위한 법인카드 서비스를 통해 2만개 이상 레퍼런스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BNPL과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시너지가 기대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테크기업들이 BNPL을 추진하는 이유: 국내의 경우 BNPL 사업을 전개하기 매우 불리한 환경입니다. 우선 신용카드라는 훌륭한 대체재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용카드처럼 할부 기능이 없습니다. 또한 결제 금액 한도도 월 15만 원에서 30만 원이 한계입니다. 휴대폰 소액 결제라는 대체제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업자 관점에서 영속성이 떨어집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을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네이버페이나 토스 모두 서비스 지정 연장을 통해 사업이 가능합니다.

기존 금융사나 BNPL이 주력 사업인 사업자라면 모르겠습니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모으고, 이용자가 익숙해지고, 그 안에서 이용자별 최대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우선 이용자 록인 관점에서 BNPL은 사회 초년생을 모객할 수 있는 강한 동인입니다. 향후 이들의 소득이 올라갔거나, 사회 활동이 늘어날수록 BNPL을 이용한 플랫폼에 더 록인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존 금융기관들은 씬파일러 같은 금융 취약 계층에 접근성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BNPL 서비스는 숨겨져 있던 신규 고객 확보에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커머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판매를 촉진하는 좋은 유인책이기 때문입니다.

전자상거래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카트에 넣은 물건을 깜빡하고, 내지는 넣어놓고 구매를 하지 않았을 때 계속 서비스상 추천 받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함인데요. Payments Dive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한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경우 BNPL의 도입 이후 실제 구매로 전환된 비율이 78% 증가했고, 카트에만 넣고 떠나던 비율이 10%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BNPL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자들 대부분, 즉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페이코 모두 전자상거래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사업 모델과의 시너지를 노리기 위함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앱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슈퍼 앱”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글로벌 BNPL 선도 사업자 중 하나인 Klara가 슈퍼앱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BNPL 서비스를 필두로 온라인 쇼핑과 개인화된 추천, 가계부 서비스, 간편 결제, 라이브 커머스 등 단순 후불 결제를 넘어선 슈퍼 앱으로 나서겠다는 복안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BNPL 시장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는 슈퍼 앱 전략 그림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신한금융그룹이 최근 배달 앱을 출시한 것이나, NHN과 함께 BNPL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큰 그림에서는 슈퍼 앱을 향해 가기 위한 움직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 금융 관련 신사업은 결국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BNPL의 경우 결제 금액의 한계 및 이미 있는 신용카드 할부 제도 때문에 크게 확산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테크 기업 및 일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으로 볼 때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은 보입니다. 단 모든 것은 규제에 달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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