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스] 윤석열 정부가 그린 물류의 방향

윤석열 정부가 그린 물류의 방향

🔔 커넥터스가 리멤버에 매주 금요일마다 제공하는 커머스·유통 콘텐츠입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지난주 마무리 됐습니다. 다가오는 5월에는 새로운 대통령 윤석열 정부가 출범합니다. 여전히 저는 거시적인 정치 이야기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 작은 ‘물류’ 이야기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공약집과 시·도 공약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이 중 물류와 관련한 내용을 추렸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물류’의 방향을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윤석열 공약위키]

물론 공약(公約)은 실행 의지와는 별개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공약(空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에는 새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이 반영됩니다. 산업계는 새 정부의 방향성을 참고하여 사업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겠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공약집 목차. 이 콘텐츠는 정책 공약집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원문을 찾기 편하게 각 문단 작성에 참고한 정책 공약집의 페이지 수를 함께 기재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산업 공약은 전체적으로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과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건 비단 물류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전반에는 거의 모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촉매로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IT업계에선 익숙한 기술들이 거론됐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촉매가 되는 ‘플랫폼’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플랫폼의 역동성과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책이며, 만약 불공정 행위나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등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규제’만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공약집 p.108)

[함께 보면 좋아요! : 윤석열 정부온플법 원점 재검토?…與野입법 대결 예고한국일보]

디지털 전환(DX)

물류 산업에도 이러한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공장 자동화, 이커머스 물류 설비 자동화 등 디지털 전환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합니다.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에는 융자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우대 금리를 적용합니다. 로봇과 센서 등 물류 센터 및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유관 기술에는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을 공약했습니다. (공약집 p.77)

물류와는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물량’을 보유한 기반 업계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도 강화됩니다. 새 정부는 그 중에서도 그간 디지털 전환이 더뎠다고 평가받는 원물, 농축수산물 생산과 관련한 디지털 전환 지원을 공약했습니다. 농장, 축사, 어장을 데이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성화하고 유통 가치사슬의 디지털 전환까지 돕는다는 방향입니다.(공약집 p.320~325)

[함께 보면 좋아요! : 파도상자 : 아마존의 SPC를 초월한 ‘어장 버티컬’ 커머스커넥터스]

지역의 모세혈관 상권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도 새 정부 공약의 한 꼭지를 차지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1️⃣온라인플랫폼과 전통시장의 연계, 2️⃣소셜 미디어 홍보 및 라이브 커머스 관련 기술 지원, 3️⃣키오스크와 스마트점포 등 매장 디지털화를 위한 기반 인프라와 솔루션 개발 지원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원래 배달했던 전통시장이 ‘온라인’에 떨떠름한 이유커넥터스]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물류 측면에서는 ‘공동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송 서비스 인건 지원비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건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전통시장 빠른 배송 사업 계획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서울시가 ‘물류’를 한다고요?, 엄지용]

기반 기술 ‘모빌리티’

앞서 언급했듯 윤석열 정부는 다양한 기술 지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그 중 물류와 연결되는 기술 키워드는 단연 ‘모빌리티’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의 이동을 다루는 ‘여객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모빌리티는, 최근 들어서 사물의 이동 ‘물류’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카카오의 물류 침공감당할 수 있겠어?, 커넥터스]

예컨대 국내 1, 2위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는 모두 2021년을 기점으로 ‘물류’ 영역에 뛰어들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또한 비슷한 시기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본부를 새로 신설하고, 모빌리티 안에 ‘물류’를 담당하는 조직을 새로 구축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현대차, “친환경+자율주행 첨단물류 추진”… 전기·수소차무인로봇 총출동한다한국일보]

윤석열 정부의 모빌리티 기술 공약에도 여객 관련 서비스뿐만 아니라 물류 관련 내용이 포괄적으로 언급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배송 및 운송수단의 발전 속도를 가속화한다고 공약했습니다.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공약집 p.238)

모빌리티 기술이 나아가는 기본 방향 또한 ‘규제 혁파’입니다. 모빌리티 기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선 산업의 법적 근거 마련과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는 게 새 정부의 관점입니다. 산업 성장에 방해가 되는 규제는 폐지까지 고려합니다. (공약집 p.237)

새 정부의 방향성을 기반으로 추측건대 그간 규제로 인해 서로의 이동이 막혀있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경계 해체’가 다시 한 번 산업계에서 논의될 여지가 보입니다. 회색지대에서 암암리에 이뤄졌던 ‘택시배송’과 같은 서비스가 급물살을 타고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달비 폭등과 라이더 공급 부족을 바라보며엄지용]

공급망 대란에 대응하는 자세

코로나가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바이든도 못 막는 ‘글로벌 물류 대란’이 벌어진 이유커넥터스]

새 정부에게도 글로벌 물류 대란은 여전히 남은 숙제입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은 공약에도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실제 공약의 대주제 ‘경제활력’의 대부분은 ‘공급망관리’ 지원 관련 정책으로 채워졌습니다.

큰 방향성은 ‘물류 대란’ 해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특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 수출입기업을 위한 전용 선적 공간 배정을 확대하고, 국적 선사를 활용한 고정 선적의 사전 보장을 지원합니다. 해외 공동 물류 센터 이용을 확대하고, 플랫폼을 구축하여 정보 공유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물류 대란의 해법으로 함께 제시됐습니다.(공약집 p.73)

새 정부는 애초에 공급망 대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사전 대응을 위한 정책 또한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을 종합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시스템을 확립합니다. 정부 각 부처에 분산돼 있던 응대 프로세스는 재정비하며 범부처 역량을 집중한 조율 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입니다. 결과적으로 ‘제 2의 요소수 대란’을 확실히 막겠다고 공약은 강조합니다.(공약집 p.82)

[함께 보면 좋아요! : 윤석열요소수 품귀 사태에 “文정부 산업정책에 문제 있었다”조선비즈]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와 ‘리쇼어링(해외 공장, 물류 센터를 설립, 운영하던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전략 또한 윤석열 정부가 준비한 공약입니다. 수입처 다변화 측면에서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비축 재고량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자 합니다. 리쇼어링과 관련해서는 해외 공장을 운영하다 국내로 돌아온 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요건을 완화합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추세에 대응하고 동시에 국내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복안입니다. (공약집 p.85)

새 정부는 물류 대란의 영향으로 찾아온 원자재 가격 인상과 관련한 중소기업 피해를 억제하기 위한 공약도 마련했습니다. 중소 납품 업체와 납품을 받는 대기업 간의 계약 기간 중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의무적으로 납품대금조정협의에 응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입니다. 납품단가에 원자재 가격 변화를 자동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또한 검토합니다.(공약집 p.109)

사실 세계 각국의 정치 논리와 다양한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가 긴밀히 연결되는 공급망 특성상 ‘글로벌 물류 대란’이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뚝딱 해소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악재가 겹치고 있는 글로벌 물류 병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새 정부의 의지는 공약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SG에서 찾는 역물류의 기회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반영한 기업 전략 수립은 전 산업을 막론하고 시대의 요구처럼 다가왔습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물류의 방향성에도 ESG는 녹아져 있었습니다.

ESG 중에서도 물류와 직접 연결되는 이슈인 ‘환경’ 관련 정책을 주목할 만합니다. 국내외에 구동되고 있는 화물 운송 수단 대부분이 화석 연료로 구동되고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량 증대’와 물류 산업의 성장은 서로 무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공약집의 대주제로 ‘탄소중립 실현’을 할애할 정도로 관련한 많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새 정부는 임기 내 석탄 등 화석 연료 발전 비중을 60%대에서 40%대로 감축합니다. 나아가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2035년 금지합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은 확대하되 탄소세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공약집 p.258)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품 회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정책 또한 공약에 포함됐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맞춰서 쓰레기 처리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간단히 언급됐습니다. 관련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포장재의 회수 및 폐기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의 기회가 관측됩니다.(공약집 p.267)

[함께 보면 좋아요! : 잇그린 : 다회용 음식배달 용기가 ‘돈’ 되는 이유커넥터스]

[함께 보면 좋아요! : 폐기물 처리에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커넥터스]

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시·도 공약과 관련해서는 도로, 철도, 공항 등 도시 교통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공약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공약이 향한 메시지는 물류보다는 ‘여객’에 맞춰진 편이지만, 교통 인프라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물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존에 효율적이었던, 혹은 비효율적이었던 경로가 새로운 인프라의 추가로 그 효율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인고속도로 및 경부선 철도 지하화, 대전권 광역순환도로 건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및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건립 등의 공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작성자 엄지용 : 커넥터스 운영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부업 라이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다른 일도 곧잘 합니다.

국내 1위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가 전하는 사람과 비즈니스 이야기. 가치 있는 정보, 숨은 업계 실무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연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