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1998 LTCM 사태를 기억합시다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이 한국에 당장 미칠 영향은 금융보다 실물 쪽에서 더 클 듯 합니다. 대러 수출입 비중이 3% 미만일 뿐이라고 가볍게 보실 수도 있지만 현대차처럼 러시아에 생산 시설을 둔 국내 기업들이 더러 있습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반면 장기적·간접적 영향은 금융 부문에서 나타날 겁니다. 대러 금융 투자액은 미미해 당장의 손실은 적겠지만,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로 경험했듯 러시아 디폴트 사태가 우리에게도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이미 냉각 중인 글로벌 자산 시장이 러시아 디폴트로 더 위축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극심해져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더 확산될 수 있습니다.

📌 LTCM : 1994년 당대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해 세워진 미국 투자 전문 회사. 만기가 다른 채권의 금리 차를 예측해가며 채권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매년 높은 수익률을 올림. 그러나 러시아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가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하자 2년 뒤 파산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푸틴만 아니면 디폴트 아니었을 근거들

1년 전 “가까운 미래에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있냐”고 물었으면 100명 중 99명은 “아니다”고 답했을 겁니다. 4가지 근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1️⃣러시아의 정부 부채는 재작년 기준 GDP 대비 28.92%인데 매우 낮은 수준 

2️⃣2000년 이후 경상 수지 흑자를 지속 기록하고 있었으며, 2010년 이후에도 GDP 대비 평균 3.5%의 흑자를 유지

3️⃣대외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대외자산도 작년 기준 GDP 대비 26.8%. 다른 평균적 원유 수출국보다 낮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쁘지 않은 수준

4️⃣1년 전 IMF의 연례 협의 보고서는 “러시아는 재정 정책을 견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코로나 상황에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더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고 평가

결국 이번 디폴트 우려 사태는 ‘경제’가 아닌 ‘정치’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통상 디폴트가 선언되면 2.5년간 무역·해외 투자 급감이라는 엄청난 고립 상황을 견뎌야 합니다. 전쟁이 원인이라 치유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나경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추가 실익 얻기 전엔 전쟁 안 멈출 푸틴

일부 언론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지나친 낙관은 지양할 상황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은 현재 수차례 중단, 재개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일단 이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전략적 측면에서 봤을 때 러시아는 우크라 주요 도시들을 점령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전까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최근 협상에서 제시된 우크라의 양보 카드가 만족스럽지도 않을 겁니다. 젤린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들고나온 게 ‘나토(NATO) 가입 포기’인데, 이는 푸틴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주긴 하겠지만 전쟁으로 얻은 추가 실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럽 문제 전문가 앙투안 본다즈 박사에 의하면, 우크라가 나토 가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이미 양쪽 모두 인지하던 사실입니다. 기대와 달리 조속한 평화 협상 타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상가 부동산 기사 올바로 읽는 법🔎

기사의 방점은 ‘투자수익률 상승’에 찍혀있지만 주목할 건 ‘공실률’입니다. <월 임대료x12개월>이면 연간 임대료가 나올 것 같죠. 그러나 일시적 사정으로 상가가 종종 비니까 실질 월 임대료는 90%로 낮게 상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관리 비용도 있으니 5~10% 정도 임대료에서 빼놓기도 해야합니다. 여기서 이자와 세금도 빼면 현재 일반적 상가들의 임대 수익률은 겨우 세후 2% 남짓입니다.

그런데도 기사 핵심 메시지인 <토지가 상승으로 투자수익률 상승>이 어떻게 뽑혔냐고요? 아마 각 상가에 포함된 대지 지분의 가치 상승을 공시지가 상승 등을 근거로 일괄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상가 빌딩이나 혹은 전체 대지 지분을 소유한 임대인이라면 통으로 매각할 경우 지가 상승의 이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라면 토지 가치보다는 임대료와 공실률을 중심으로 수익률이 따져질 테니 위 메시지에 부합하지 못 할 겁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코로나 직격타 명동이 수익률 높은 이유

기사에 나온 명동 케이스를 집중해 들여다보겠습니다. 명동은 상업 시설 공실률이 매우 높음에도 수익률은 전국 상위권으로 나오죠.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코로나 여파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수월해졌고 지대도 올랐다’는 겁니다.

명동은 원래 낙후된 상가 건물들이 많았지만 명도 어려움으로 건물 철거 후 신축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관광객에 의존해온 이 지역 세입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고 권리금도 받지 않고 폐업해 명동 건물주들이 손쉽게 명도하게 됐습니다. 현재 명동에 가보면 재건축이 유독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분양만 제때 됐어도 🥲

이번 갈등 사태의 원인으로 분양 지연, 공사비 증액이 거론되지만 핵심은 ‘분양가 규제’였다고 봐요. 20억원은 나갈 물건을 10억원에 내놓지 않으면 보증을 안 서주겠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결정이 문제였던 겁니다. 분양만 제때 진행됐어도 이 사태는 안 일어났을 테니까요. 원래 도시 정비 사업은 이해 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여기서 공공의 역할은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해소하는 데 최대한 초점이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대형건설사의 무리한 수주 경쟁이 문제

대형 건설사들의 오랜 수주 관행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통상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을 수주할 때는 경쟁을 감안해 공사비를 낮춰 제시하지만 사업 수주 후에는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증액하는 게 다반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런 대형 공사일수록 인건비나 자재를 미리 확보해놓고 진행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관행과 사정이 존재해도 건설사가 공사 중단까지 예고한 건 심한 처사입니다. 사업은 때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 건설사들 간의 온갖 말썽을 초래하는 재건축 수주 경쟁이 완화되길 기대합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둔촌주공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1년간 약 40% 정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목재는 70% 올랐고요. 대개 공사비에서 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50%라는 점에서 이미 도급 계약을 체결해버린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가 겪는 어려움이 매우 높을 거란 얘깁니다. 몇몇 사업장에선 이미 이 같은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신규 사업장의 경우엔 공사비 산정이 어렵다 보니 도급 계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수지 산정이 안 돼 아예 사업 자체가 지연되는 경우도 목격됩니다. 공사 원가도 오르고 공급도 불안정해지니 이래저래 주택 가격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성호철

조선일보 스타트업 뉴스레터 제작팀 쫌아는기자들 편집장·전(前) 테크취재팀장

이유를 직접 물어봤습니다📝

하이트진로 측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지’요. 답변은 “내수기업의 한계 돌파”랍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진로로 국내 소주 시장의 60% 중후반, 테라 등으로 맥주의 40%가량을 점유하는 ‘소맥’의 강자이지만, 인구 감소 등으로 내수만으론 기업 성장이 한계라는 겁니다. 기존 해법은 ‘소주 세계화’였습니다. 벌써 6년 전부터 수출 도전 중인데요. 다른 한편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겁니다. 그게 스타트업 투자이고요.

영역 불문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응원하고 또 투자한답니다. 이번에 투자한 엑스바엑스는 식재료 분야라 주류와도 연결점이 있어 보이지만, 딱히 ‘주류와 시너지가 나는 스타트업’에만 투자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스마트팜·게임·기업용 소프트웨어·리빙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네요. 전통 기업의 변신은, 맞습니다, 무죄입니다. 잔인한 일이지만 모든 기업에게 유죄는 ‘성장하지 못한 죄’입니다. 참, 신문사도 그래도 끝까지 나름의 분투를 하고 있답니다. 응원해주세요.

임승민

유진자산운용 기업투자본부 팀장

창업 자본시장 플레이어가 된 전통기업

과거엔 기업들이 신규 성장 동력을 신사업부서나 연구개발부서에 의존했었습니다. 이젠 그 동력 발굴을 외부 혁신의 원천인 스타트업에서 찾고자 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 형태도 직접 투자인 기업 내 투자부서·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법인 설립·사내 벤처나, 간접 투자인 외부 펀드 출자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전통 기업이 창업 자본 시장의 플레이어로 뚜렷이 부상한 겁니다.

CVC의 우수 사례로 언급되는 GS리테일뿐 아니라, 하이트진로도 최근 2~3년 사이 이 분야에서 활발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시드부터 성장 단계까지, 섹터도 식품에 한정치 않고 생활 밀착 분야 전반에 걸쳐서까지 투자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기업과의 시너지,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와 이해 관계 등 CVC의 약점도 많이 언급됩니다. 한국형 CVC가 단점을 보완해 지속적으로 창업 자본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합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 100살 기업의 색다른 투자

하이트진로가 100년 된 회사라는 것을 아시나요? 1924년 설립돼 곧 창립 100주년입니다. 100살 기업 하이트진로가 몇 년 전부터 새파란 스타트업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겁니다.

눈에 띄는 점은 다른 대기업들과 다른 투자 행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다른 대기업들이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적 투자(SI)에 치중한다면, 하이트진로는 재무적 가치 창출을 노리는 투자(FI)에 가깝습니다. 작년만 해도 협업과는 무관해 보이는 스마트팜 기업 ‘퍼밋’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스페이스리버’에 투자했습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로봇에게도 팁을 줘야 할까요?

식당에서 로봇을 쓰면 ‘보여주기식 마케팅 아닌가’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로봇은 마케팅 효과도 있지만 ‘리스크 관리 및 위험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요리 로봇을 보면 굽거나 끓이거나 튀기는 조리 단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죠. 연봉 수억원 받는 셰프님들의 손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서빙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서빙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훨씬 더 많은 양을 옮길 수 있죠. 초보 점원이 서빙하다가 그릇을 깨뜨리면 그릇 비용보다 그날 방문한 손님들의 고객 경험이 나빠지는 게 더 큰 손해죠. 로봇은 이런 실수도 안 합니다.

이런 상상도 해봅니다.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유럽에선 서빙 로봇이 늘어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요샌 서비스 팁이 음식값에 포함된 데도 많은데, 그걸 서빙 로봇 공급 업체에 줘야할까’ ‘로봇의 서빙은 ‘노동’으로 치지 말고 음식값을 깎아야 할까’ 등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이승규

핑크퐁컴퍼니 부사장&공동창업자

💡식당업이 찾은 새 인건비 솔루션

식당업에서 이익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혹은 둘 다를 이루거나겠죠. 식당에서 비용에 포함되는 임대료와 식재료비를 크게 줄이긴 어렵습니다. 때문에 또다른 비용인 인건비를 줄이려고 노력해왔죠. 시장 솔루션은 외국인 노동자의 채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인금 인상과 코로나로 인한 인력 공급 저하는 다른 솔루션을 찾게 했죠.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롸버트치킨이나, 주방에서 식탁까지 라스트 딜리버리를 하는 베어로보틱스는 충분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AI와 로봇이 공기처럼 우리 옆 또는 사이에 존재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변동성x변동성x무담보=곱버스 ETN

지수가 하락할 때 2배를 벌도록 설계된 이른바 ‘곱버스’ ETN은 지수가 등락을 거듭해 제자리로 돌아와도 수익률은 떨어져버리는 ‘음의 복리효과’가 있습니다. 특히나 변동성이 큰 장세엔 장기로 투자할수록 예상보다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 곱버스의 기초 자산인 니켈 가격도 그 자체로 변동성이 워낙 높습니다.

무엇보다 ETN은 발행사의 채무불이행시 담보가 없는 채권이기 때문에 발행사의 신용도가 매우 중요한 상품입니다. 이 위험 요인들을 알고 ‘곱버스’ ETN에 투자하셔야겠죠.

김찬영

Premia Partners Company 한국 담당 이사

오르거나 내리거나 둘 중 하나라고요?

원자재는 일반적인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투자 대상이 지닌 내재 가치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원자재는 산업적 쓰임과 수요에 따라 이 내재 가치가 쉽게 변동하기 때문이죠. 원자재 투자는 애초에 고난도 투자인 겁니다.

거기에다가 일일 수익률을 음으로 2배 추종하기까지 하는 투자이니…경험이 많은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면 투자가 더더욱 어려울 밖에요. 이런 투자는 “오르거나 내리거나 5대5야”란 심정으로 화끈하게 베팅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