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셀 코리아’ 지속되겠습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죠.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주식 비중 감소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기조가 지속될 전망인 게 우려스럽습니다. 기조가 꺾이려면 금리 상승 동력이 약해져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이 상황에선 미 연준(Fed)이 주가 하락을 막으려고 종종 감행하는 ‘페드 풋(Fed Put)’조차 언감생심입니다. 유동성 수축 국면은 이제 시작 단계인데…참 우려스럽습니다.

📌 페드 풋 : 미 연준이 금융 완화 정책 발언이나 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이 위태로울 때 주가 급락을 방어하는 조치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가장 큰 원인은 환율

가능한 여러 원인을 압축하면 2가지입니다: 1️⃣한국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 불안정, 2️⃣환율 상승. 전자는 최근 외국인 자금이 국고채 등 한국 채권시장 쪽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어서 가능성이 낮습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의심이 불어난 건 아니란 것이죠. 저는 후자를 ‘셀 코리아’ 현상의 주범으로 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올랐죠. 원자재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한국은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외화 수입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니 환율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집니다. 앉은 자리서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데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발을 안 뺄 수가 있나요.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저조한 ESG 성과도 문제

원자재, 환율 말고도 눈여겨 봐야할 원인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는 주류화되고 있는데 한국은 이 측면에서 유독 뒤처집니다. 최근 노르웨이 국부펀드, 블랙록 등 굵직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 측면이 저조한 특정 한국 기업들을 매도하며 등 돌리고 있습니다. 원자재나 환율 등은 경기에 연동되는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해도 ESG 측면은 국가와 기업 단의 노력이 있으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늘어날 재건축 공급량에 주목해야

차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시그널로 주택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정책이라도 단/장기에 따라 효과가 달라 차분히 놓고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재건축 사업은 미래에 취득할 신축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신 현재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올라가게 됩니다. 때문에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 단기적·국지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폭이 줄어들지만, 장기적·광역적으로는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습니다. 

반대로 재건축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는 해당 단지 주택 가격을 올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재건축 공급량이 많아져 광역적으로 집값을 떨굽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공급량 늘리려면 분상제 폐지부터

재건축·재개발 실질 물량을 늘리려면 정책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필요합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에 필요한 현금은 상당 부분 분양 수입금으로 충당이 됩니다. <분양 수입금=분양가x분양물량>이기에 분양가가 오르거나, 분양 물량이 많아져야 합니다. 후자를 위해 용적률 상한 완화도 방법이지만 상승폭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반면 분양가는 인근 지역 현 시세 이상으로만 분양가를 정할 수 있어도 상당한 사업성 개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오르는 유가를 바라보는 속사정🔭

🇺🇸미국 : 석유 자급자족이 가능해 유가가 올라도 무역 손실 발생 안 함!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유가 상승으로 굳어진 강(強)달러는 수입가를 하락시켜 소비자 물가 상승세를 완화시킴! 코로나 기간 늘어난 국가 부채 상환 부담이 덜어지는 건 덤.

⛓미국 셰일 석유사 : 코로나 때문에 30%가량 파산했었음. 유가가 올라도 이전처럼 곧바로 유정 개발 나서지 않고 관망할 요량!

🇨🇳중국 : 자국과 무역 전쟁 중인 미국보다 타격이 심함. 중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자국 경제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임. 전 세계적 원유 증산을 기대하는 상황.

🛢사우디 등 산유국들 : 당장 원유 증산은 안 할 것. 애초 이들은 전 세계적 탄소 중립 정책 본격화로 석유 수요 감소를 전망해 왔음. 최근 지정학적 위기로 수요가 확대됐으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것.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상생주택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서울시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크게 3가지 고민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1️⃣상생주택 사업 공고문에 따르면 토지 임차료를 올해 1분기 국고채(20년) 수익률의 최대 5%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기에 최소 20년간 토지 소유권이 제한되는 상황인데 이 정도 임차료로 토지주들이 호응할까요?

2️⃣사업 주체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재정 부담이 상당할 겁니다. 공사비 충당은 둘째 치고 주변 임대 시세 대비 80% 수준의 전세 공급을 가정할 경우 적자폭이 상당합니다.

3️⃣무엇보다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녹지 용도변경은 공급자 구미 당길듯

상생주택은 흔히 주거 지역으로 선호되는 역세권, 몰세권 등 프리미엄이 없는 다소 열위한 위치에 집중될 겁니다. 해당 토지가 유리한 입지였다면 토지 소유자가 진작 개발에 나섰겠죠.

그렇지만 자연 녹지 지역을 준주거지역 또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항이 있다는 건 고무적이네요. 이 전략은 민간 토지 소유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겁니다. 삶의 질을 훼손할 만큼 너무 녹지가 훼손돼서는 안 되겠지만요.

성호철

조선일보 스타트업 뉴스레터 제작팀 쫌아는기자들 편집장·전(前) 테크취재팀장

군 단위 시골서도 이 사업이 가능할까

시골에 버려진 농가를 최고 퀄리티의 민박으로 바꾼 공유 숙박앱 ‘다자요’의 첫 도전. 그후 유사 아이디어가 등장하며 폐가를 카페로, 또는 전화국을 오피스로 바꾸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나 시골에도 KT의 소규모 거점은 수백~수천개가 깔려있으니 이런 공간 재생 사업은 스케일업도 가능합니다.

다만 2가지. 우선 수요 문제가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진짜 군 단위의 시골로 갔을 때 이런 재생 공간은 얼마나 수요를 창출할까요. 그리고 거의 모든 지방 도시에서 신도심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원도심은 쇠락 중입니다. 누군가 용감하게 지방 도시의 원도심에서도 이 사업을 도전할 수 있을까요. 공간 재생 사업의 최대 난제인 원도심에도 관심을! 🙏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혁신 더딘 부동산이 스타트업과 만나다

부동산은 대표적 로우테크(low-tech) 분야입니다. IT 기술이나 스타트업 혁신이 더디다는 뜻이죠. 부동산 소유자와 중개업자, 지방자치단체 등 엮이는 이해 관계자가 많아 진입 및 확장이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에요. 그래서 어쩌면 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기도 합니다.

기사에 나오는 ‘유휴 공간 활용’ 사업 모델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은 정말 많습니다. 회사에 접수되는 스타트업 사업계획서들을 보다보면 한 달에 두어개는 비슷한 사업이 나옵니다. 아직 이 분야 절대 강자가 나타나지 않았단 뜻이기도 하죠. 지역 이해도와 콘텐츠 창작 역량이 결합된 ‘로컬 크리에이터’ 성격의 팀이 시기를 잘 만나면 괄목할 성장을 이루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최인욱

인터파크 플랫폼기획팀 팀장

🌈스토리가 살아숨쉬는 공간

요즘 제주도, 강릉에 구옥을 리모델링한 숙소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체 가구 중 아파트 비중이 50%나 되는 시대…누구나 아파트와는 다른 특별한 공간에 머물길 원합니다. 

물론 카페가 그 수요를 충족시켜 왔으나 이젠 단순 ‘예쁘다’는 것만으론 충족이 안 됩니다. 누군가가 살았던 30년된 집, 직공들이 일하던 공장…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바로 ‘스토리’가 더해진 공간을 찾는 겁니다. 

이 니즈에 스타트업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네요. 대형 홍보 플랫폼 없이도 직접 수요자에 닿을 수 있는 마케팅을 구사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요. 특히 카페나 숙박업은 시설에 의존한 자본 기반 소득으로 사업장을 여럿 늘려가며 운영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살아숨쉬는 재생 공간 활용 사업장은 더 확대될 겁니다.

이효석

초기스타트업 투자사 소풍벤처스 디렉터

바야흐로 소셜 임팩트의 시대

‘소셜 벤처’라고 하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고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력은 없을 것이란 오해가 많죠. ‘착한 기업’이라는 별명 속에 교묘한 색안경이 숨겨져 있는데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 아닌 소셜 벤처, 다른 말로 임팩트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무기를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닷은 이 무기를 가진 대표적인 소셜 벤처였죠. 촉각 디스플레이 기술로 닷패드·베리어 프리 키오스크 등을 만들어내며 조금씩 확장해왔는데요.

“시각장애인도 애플 기기처럼 멋진 보조기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싶다”던 닷이 바로 그 애플과 협업을 하게 됐다니, 바야흐로 소셜 임팩트(사회적 가치)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성호철

조선일보 스타트업 뉴스레터 제작팀 쫌아는기자들 편집장·전(前) 테크취재팀장

우리가 잊은 새 한 점, 한 점 나아간 ‘닷’

엄청 예쁜 점자 시계 ‘닷워치’ 기억하시나요. 5~6년 전 김주윤 닷 창업가는 닷워치로 상한가였지만 이후 흥행 소식은 감감했죠. 김 대표는 그사이 군대도 갔다왔습니다. 그리고 내민 카드가 ‘닷패드’. 6년 ‘존버’한 창업가의 선한 의지는 세상을 바꿀까요. 

작년 11월 그는 쫌아는기자들 인터뷰에서 “작년엔 전세금이 쪼들려서 쫓겨날 판국이었는데, 김봉진 의장님(배달의 민족 창업자)이 구주를 사주시기로 했어요. 그때 김 의장님은 ‘사업 방향은 맞는 것 같다. 너무 시간에 쫓기지 마라. 제대로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조언해주셨다”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한동안 닷을 잊었을지모르지만 그는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