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식 가격이 0원이 된 이유

러시아 주식 가격이 0원이 된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러시아 기업 투자 리스크 : 러시아 주식 시장에 상장된 회사들 대부분은 에너지 기업들입니다. 에너지를 캐내는 능력이나 에너지 가격에 별 손상이 없으니 기업의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러시아 기업 주식에 투자할 때는 몇가지 리스크가 있어 조심합니다. 사실 이미 그 리스크가 현실화돼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러시아 ETF 가격은 곧 ‘0원’? :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증시 관련 ETF는 하나입니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라는 ETF인데 MSCI가 조합해서 만든 러시아 증시 지수를 따라가는 ETF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ETF의 가격은 0입니다. 거래는 주당 1만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곧 0원이 될 겁니다. 매수해서는 안됩니다.

러시아 기업들은 별 문제가 없지만 그 기업을 주식 시장에서 거래하는 <외국인>들은 그 기업 주식의 소유권을 인정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과정에서도 러시아가 소유한 미국 국채와 유럽 국채를 휴지로 만드는 결정을 했으므로 러시아도 외국인들이 소유한 러시아 기업 주식을 휴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소유권의 실체는 ‘주식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그 나라의 시스템이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될 뿐입니다.

회수가 불가능한 러시아 주식들 : 그래서 MSCI는 러시아 주식들을 사실상 회수하지 못하는 자산으로 간주하고 가격을 사실상 0원으로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MSCI러시아 지수는 0으로 수렴하게 되고 그 지수를 따라 움직이기로 계약된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는 그 지수를 따라서 0이 됩니다.

이런 사실이 확정됐음에도 지난주 금요일에 이 ETF는 증시에서 거래됐습니다. 그리고 장 마감 후 거래소는 오늘부터 이 ETF의 거래를 정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게 이유인데 그렇다면 금요일에 매수한 투자자들(12만주, 약 12억원어치가 거래됐습니다) 은 왜 보호 대상이 아니었는지는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이 ETF의 운용사는 지난 금요일 장 시작전에 이 ETF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증시 러시아 ETF들도 ‘0원’될 수 있어 : 해외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주식 ETF들도 운용사들이 이 주식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0원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증시에 외국인이 접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생기는 예상치 못한 상황입니다.

기업들 “러시아 영업 중단”…속내는?
오늘의 이슈

앞다퉈 러시아 영업 중단하는 기업들 : 보통 어떤 국가에 전쟁이 발발하면 기업들은 그 나라에 있는 주재원들의 안전 문제 정도를 고민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들도 그 전쟁에서 어떤 쪽에 서야 하는지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순발력 있게 그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입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러시아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비자나 마스터 카드를 보유한 외국인 고객들이 러시아 가맹점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액을 러시아 가맹점으로 보내주는 일이 금융 제재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사용자가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결제액도 러시아 은행들이 해외로 보내줘야 하는데 이 역시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이 사실을 ‘홍보’한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불가피한 영업 중단을 스스로의 결단으로 홍보 : 할리데이비슨도 러시아로 제품 수송을 중단했습니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로 들어가는 물류망이 마비돼 그런 것이지만 과거 같으면 그런 상황을 서비스의 차질로 인식하던 기업들이 이번에는 스스로 결단한 것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에서 판매를 중단한 애플 이케아 자라 등 수많은 소비재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 제재가 시작되면 어차피 돈을 주고받지 못하니 사업이 일시적이든 장기간이든 중단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전례 없이 매우 신속하게 중단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례는 게임회사 블리자드입니다.

삼성은 러시아로 가는 제품 선적을 중단하면서 ‘지정학적 상황’이라는 다소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기업의 분할 방식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뉩니다. 전자는 모회사가 사업부 일부를 떼어 내 신규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의 지분을 전부 소유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이 지분을 모회사의 주주와 나누는 방식입니다. 최근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분리·독립한 후 모회사인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물적분할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는데요. 앞으로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상장사가 물적분할하려면 모회사 주주의 보호책을 마련해 내놔야 한다고 정부가 발표했습니다. 소액주주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 반대 주주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기업들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게 하는 유도책의 성격이 아직 강하다네요.

📉 지난 주말 유럽 증시는 거의 초토화된 수준이었습니다. 러시아 리스크(러시아가 유럽 최대 원전을 장악하고 핵 공격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로 4%대 하락을 보였습니다. 금값은 올랐고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유가는 한 단계 더 올라서 120달러 근처로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