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가격은 왜 급락했을까

탄소배출권 가격은 왜 급락했을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최근 금융시장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하나는 탄소배출권 가격의 급락입니다. 전세계 탄소배출권은 유럽에서 제일 많이 거래되는데(약 80%가 유럽의 거래량입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이 톤당 82유로에서 69유로로 15%나 급락했습니다. 지난달 고점과 비교하면 약 30% 정도 하락한 가격입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은 우리나라에서도 투자할 수 있게 ETF로 만들어진 상품이 있습니다. 이 상품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왜 떨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언제 오르고 언제 내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탄소배출권은 탄소를 정해진 양 이상 배출하는 기업에게 강제로 구매하도록 하는 일종의 <유료 탄소 종량제 봉투>같은 것입니다. 탄소를 배출할 일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탄소를 배출할 일이 줄어들면 가격이 내립니다.

1️⃣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좋아지면 전세계 공장들이 많이 돌아가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할 일이 많아지고 그래서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릅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거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상황이 오면 탄소배출권 가격은 내립니다.

2️⃣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친환경 설비가 늘어나고 투자가 늘어나면 탄소를 배출할 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내립니다. 풍력 태양광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늘어나도 같은 결과입니다. 원자력 발전도 탄소를 매우 적게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3️⃣ 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릅니다. 비싸진 가스 대신 석탄같은 전통 화석연료를 선택하게 되고 그러면 탄소 배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도 더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4️⃣ 그런데 3번의 경우에 석탄 가격이 가스 가격보다 더 많이 오르면 그때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히려 내립니다. 비싸진 석탄 대신 차라리 그냥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스 가격이 비싸지면 가스 사용도 줄어듭니다. 역시 탄소배출량도 줄어들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내립니다.

5️⃣ 탄소배출권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는 대신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자는 판단이 생기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내립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그 자체로 가격조절기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 유럽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내린 이유는 1번과 4번의 이유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것, 그리고 석탄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오른 탓에 석탄 수요가 감소하고 탄소배출권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석탄 가격은 최근 하루만에 46%나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공급 불안 가능성 때문입니다.

땅의 용도와 건물의 층수, 이제 시장이 결정한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서울의 아파트 층수 제한이 풀렸습니다. 그동안 35층으로 묶었던 최고 층수 규제를 서울시가 없애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임기중에 정한 서울의 건축규제 계획에서 35층 이상 아파트를 허가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암묵적인 규제로 적용해왔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새로운 규제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35층 규제를 제외하면서 층수 제한이 풀린 것입니다.

그러나 용적률 제한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층수가 더 높아진다고 더 많은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30층짜리 아파트 두 동을 지을 땅에 60층짜리 아파트 한 동을 짓는 걸 허가하겠다는 뜻입니다.

주거지역에도 가게가 들어온다: 주거용지와 상업용지를 구분해서 주거용지에는 상업용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고 반대로 상업용지에는 주거용 주택을 짓지 못하는 규제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주거용지에도 상업용 시설이 들어와야 직주근접이 되고 상업용지에도 주거시설이 들어와야 역시 도심거주 수요를 채울 수 있습니다.

용도지역을 별도로 규제하는 규정을 완화하기로 한 이 변화는 앞으로 주택이나 상가 가격에도 영향을 적지 않게 줄 것으로 보입니다. 상업 기능이 쇠퇴한 도심에 주택이 공급될 수 있고 주택지에도 상업용 시설이 필요할 경우 규제장벽 없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지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를 정부가 아닌 시장이 결정하게 하겠다는 개념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4%를 기록한 데 힘입었지만 물가 상승과 원화 가치가 2020년 대비 상승한 덕도 봤습니다. 올해 한은이 예상한 1인당 GNI는 3만7000달러대입니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간다면 수년 안에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토스뱅크가 새롭게 등장하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뱅킹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이용 건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인터넷 뱅킹 이용 건수는 18%, 이용 금액은 20%가 1년 전보다 늘었으며, 특히 인터넷 뱅킹을 통한 대출은 건수와 액수 모두 2020년보다 50% 내외로 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