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맞짱’뜨는 해커집단은 누구?

푸틴과 ‘맞짱’뜨는 해커집단은 누구?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러시아와 사이버 전쟁 벌이는 어나니머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직후,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해커 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팔로워 7백만명이 넘는 트위터 계정(@YourAnonNews)을 통해 러시아를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펼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뒤 어나니머스가 보인 활약상들이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면서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우선 다양한 언어로 자국 정부의 정치 선전 뉴스를 전달하는 러시아 국영언론사 RT News의 웹사이트가 첫번째 공격의 대상이 되어 한동안 접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해커에게 털린 러시아 국영언론, 국방부, 크렘린궁 : 이어 러시아 국방부와 크렘린궁 웹사이트를 각각 먹통으로 만들었으며, 러시아 국방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탈취된 공무원들의 신상 정보를 유출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27일에는 러시아 국영 TV 채널들을 해킹해 우크라이나의 실상을 방송하는 극적인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공격에 대해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시민들에 대한 공격이 아닌 푸틴 범죄 집단에 대한 응징’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에 공감하는 전세계 많은 해커들이 이 사이버 전쟁에 참전하면서, 전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어나니머스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익명의 해커 정도가 그나마 그들을 대표하는 이미지입니다. 이는 어나니머스가 처음 등장한 20여년 전부터 이름 그대로 ‘익명성’을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어나니머스의 정체를 유추할 단서들 : 그들이 처음 등장한 곳은 레딧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이자 우리나라의 디씨인사이드와 비슷한 성격의 4chan입니다. Anonymous로 ID가 표기되는 익명 사용자들이 게시판들을 몰려다니며 ‘We are Anonymous’라고 흔적을 남기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에 일군의 해커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을 Anonymous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신흥종교인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공격, 2010년 폭로 전문지 위키리크스에 대한 지지, 2011년 아랍의 봄과 월가 점령 참여, 2013년 북한 웹사이트 해킹,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지원, 2015년 ISIS와의 사이버 전쟁 등을 통해 전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누구나 어나니머스의 멤버가 있다 : 이런 주요 활동 내역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어나니머스는 기본적으로 무정부주의를 표방하는 헤커들의 느슨한 연대입니다. 정보 통신의 자유, 독재에 대한 저항, 검열 반대 등의 기치에 동의하는 실력있는 해커라면 누구나 어논(Anon), 즉 어나니머스의 맴버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자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해킹 공격을 하는 이른바 작전(Operation)을 수행하게 되는데,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어논들은 자발적으로 이 작전에 참여하게 됩니다. 지극히 분권화 돼 있기 때문에 리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특정인이 이들을 대변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가끔은 어나니머스를 표방하지만 그 기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이 등장하거나, 그 이름만 앞세워서 크게 사고를 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2014년 중학생이 포함된 일당이 우리나라 정부 사이트들을 사이버 공격한다고 협박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어나니머스가 전과를 올릴 있을까? : 물론 이번 전쟁에서 어나니머스가 유효한 전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사이버 전쟁의 위상이 매우 커진 것은 분명하므로 러시아 정부와 국영 기업 등이 생각보다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110달러 돌파한 국제유가
오늘의 이슈

치솟는 국제 유가 : 국제 유가는 이 레터를 쓰고 있는 3월 2일 자정 무렵에 이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 모두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습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결국 러시아산 원유를 아무도 사서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 결과 석유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 때문입니다.

서방, 비축유 대량 방출 나섰지만 :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대응은 전략비축유 6000만 배럴의 방출입니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이들의 전략비축유가 러시아가 하루 생산하는 원유의 6배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전략비축유는 러시아 제재로 인한 악영향을 약 1주일 정도 뒤로 미룰 뿐입니다. 중국이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사주는 게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기껏 경제 제재를 해놓은 보람이 사라지는 게 석유 시장에서는 오히려 해결책이 되는 아이러니가 현재 서방 세계가 직면한 상황입니다.

힘빠지는 금리 : 유가는 오르고 있지만 금리는 슬슬 내림세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은행들도 당초 계획을 바꿔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국채 금리도 내려가고 있는데 이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때문입니다. 러시아 외환 보유액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유로존 국채를 러시아가 시장에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버리자 시장에서는 국채 부족 현상으로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금리가 내리고 있습니다. 모든 게 러시아처럼 큰 나라를 금융 제재하는 것에 따른 충격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의 가격은 올라가지만 위험자산의 가격은 내립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가격 차이를 신용스프레드라고 합니다. 이번 사태로 언제든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발행주체들의 조달 코스트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에서 나타난 금리 역전 현상
오늘의 이슈

저축은행서 나타난 금리 역전 현상 : 저축은행의 적금 금리는 내려가는데 예금 금리는 올라가면서 최근엔 역전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적금 금리가 더 높고 예금 금리는 낮습니다.

예금 금리가 높다는 건 저축은행들이 대량의 예금을 받겠다는 의지입니다. 적금은 찔끔찔끔 들어오는 돈이고 예금은 뭉텅이로 들어오는 돈입니다. 반면 시중은행은 돈을 받아봐야 쓸 곳이 없다는 뜻을 금리에 표현하는 중입니다.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는 낮고 대출 규제는 강한데, 반대로 저축은행의 대출 수요는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은행이 빌려주지 않는 돈을 저축은행에서 구하는 대출자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는 수년째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로톡’은 의뢰인이 쉽게 변호사를 검색하고 비교하며 상담이나 사건 의뢰를 맡길 수 있는 법률 플랫폼인데요. 대한변협은 로펌 개설 자격이 없는 사무장이 개설한 불법 로펌이나 마찬가지라며 ‘로톡’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사법 당국은 3차례 ‘로톡’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변협은 ‘로톡’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최근 출시했습니다. 이용자는 무상으로 지역별 변호사를 검색할 수 있고 사건 의뢰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관심을 보이는 변호사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 러시아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러시아 주식형 펀드에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들 상품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9.12%에 달하는데요. 설상가상 자산운용사들은 잇따라 펀드 환매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 매도 주문을 거부하라고 지시하면서 환매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