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리면 정말 금리가 올라갈까

금리를 올리면 정말 금리가 올라갈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코픽스란 무엇인가? : 코픽스라는 지수는 은행의 자금 조달 원가를 의미하는 지표입니다. 은행은 주로 예금이나 적금으로 자금 조달을 하므로 예금 적금 금리를 코픽스라고 이해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코픽스는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합니다.

대출 이자는 코픽스에 좌우된다 :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매월 내야 하는 대출 이자는 ‘코픽스+대출을 갚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개인별 고유 가산금리’로 계산됩니다. 결국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매월 내는 대출 금리는 코픽스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듭니다. 그리고 코픽스는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체로 그만큼 올라가고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체로 그만큼 내려갑니다.

‘대체로’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변동폭과 코픽스의 변동폭이 늘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 뉴스에 등장하는 최근 현상도 기준금리와 코픽스의 변화 폭이나 방향이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준금리 올랐는데 코픽스는 낮아졌다? : 뉴스를 요약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코픽스는 최근 낮아졌는데(0.05%포인트) 그 이유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오히려 낮췄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도 비슷하게 올라가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단기금융시장의 금리도 비슷하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단기금융시장에 자금을 굴려서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이 CMA이고 MMF, MMDA인데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이런 금융 상품의 수익률이 따라서 올라갑니다. 때문에 이런 금융 상품들과 경쟁해야 하는 은행 예적금 금리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그래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은행 예적금 금리도 올라갑니다.

대출 수요가 없으면 예금 금리도 안 오른다 : 그러나 예외가 있는데 은행들이 굳이 예금을 유치하지 않아도 될 경우에는 CMA나 MMF로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예금 금리를 따라 올리지 않습니다. 대출을 해줄 곳이 별로 없어서 은행에 돈이 남는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정부가 요즘처럼 대출 규제를 강하게 할 경우 또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 사람들이 대출을 받으러 오지 않는 경우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습니다.

결국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하면 기존 대출자들의 대출 금리는 잘 올라가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기존 대출자들의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하려고 할 때입니다.

금리 상승이 꼭 부동산 시장 위축의 원인이 될까? : 금리가 올라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다는 명제도 현상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사실과 좀 다른 설명이 됩니다. 대출 금리가 7%로 올라가면 기존 대출자들의 부담도 그만큼 올라가지만 이 정도 금리에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어야만 해당 금리가 유지됩니다. 7% 금리에도 대출을 받으려는 대출자들이 꾸준히 있다면 그건 7% 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더라도 이익이 생길 만큼 집값이 잘 오른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금리는 다시 내려옵니다. (아무도 7%에 대출을 받지 않는데 그 대출 금리를 유지하는 은행은 영업을 포기한 은행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올리는 기준금리는 그 금리에 순응하고 대출받거나 예금하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많을 때 유지되며 그렇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습니다. 경기가 나쁠 때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살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경기가 나쁘면 금리가 <저절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어제까지 대출을 기꺼이 받던 금리에도 대출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이고 그게 불경기의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금리 상승에 높아지는 적격대출 인기 
오늘의 이슈

은행이 장기 고정 금리 상품을 잘 안 내놓는 이유 : 우리나라 은행에서 판매하는 10년 이상의 ‘장기’ 고정 금리 상품은 정부가 제공하는 <적격대출>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은행들이 고정 금리 상품을 팔려면 10년 이상 긴 기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해야 하는데 그건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예금 금리가 올라가면 비싼 예금 이자로 조달한 돈을 싼 고정 금리 대출로 내보내는 꼴이 되고 역마진이 생깁니다.

그런데 고정 금리 대출은 요즘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1️⃣금리 상승기라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변동 금리보다 고정 금리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2️⃣정부가 고정 금리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 금리 대출이 동나고 있다 : 2번 이유는 좀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정부도 고정 금리 대출을 무한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한도가 존재하는데 요즘 대출 잔액이 그 한도에 거의 도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1️⃣대부분의 상황에서 대출 창구에서 제시하는 고정 금리(적격대출)는 변동 금리보다 더 높습니다. 긴 기간 대출 제공자(은행 또는 정부)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를 더 높게 받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변동 금리가 더 높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압박 때문에 은행들이 과도하게 높은 대출 금리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고정 금리로 더 쏠립니다.

2️⃣고정 금리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은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 고정 금리로 대출 받은 것을 후회하면서 더 낮은 변동금리로 갈아탑니다. 그래서 시중 금리가 낮아질 때는 고정 금리 대출 잔액이 저절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요즘은 금리 상승기여서 이미 받은 고정 금리 대출을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대출 한도가 부족해졌습니다.

정부가 고정 금리 대출을 더 해주려면 주택금융공사의 채권발행한도(자금조달한도)를 더 늘려야 합니다. 가계 대출을 줄이려고 하는 정부가 선택하기 꺼려하는 방안이어서 올해 고정 금리 대출은 계속 ‘선착순 마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테슬라가 한국에서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테슬라가 한국에서 파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과장해 광고한 혐의라는데요. 테슬라는 ‘모델 3′ 등 주요 차종을 판매하면서 자사 홈페이지 등에 “주행 가능 거리는 528㎞”라는 광고 문구를 적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겨울철 운행이나 고속 도로 주행 때는 거리가 줄어들기에 과장 광고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작년 테슬라코리아의 매출은 1조1000여억원으로 과징금은 관련 매출의 최대 2%입니다.

🇯🇵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선 빈집이 800만채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2038년엔 2200만채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빈집이 너무 늘자 일본 교토시에선 아예 빈집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습니다.  2026년부터 빈집 1만5000채에 세금을 부과해 집주인이 세를 놓거나 매각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아마가사키시, 고베시 등 세제 혜택을 없애 빈집을 줄이려는 지자체도 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