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탄 돌리기 결말은 깡통주택?

부동산 폭탄 돌리기 결말은 깡통주택?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찬바람 부는 아파트 시장 : 작년 하반기 투자용으로 인기를 모으던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들에도 요즘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찬바람이 부는지 여부는 거래량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지방의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들은 작년 엄청난 손바뀜이 있었기 때문에 거래량 변화를 보면 분위기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모 아파트는 2300가구인데 작년에 주인이 바뀐 거래가 511건이었습니다. 한 달간 40건가량의 거래가 있었던 셈인데 요즘은 10건 미만입니다. 투자 시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아파트 규제가 낳은 틈새 시장: 공시가 1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규제가 낳은 틈새 투자 종목이었습니다. 저렇게 저렴한 아파트는 굳이 규제를 하지 않아도 투기 거래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정부가 내놓은 취득세 중과, 양도세 중과 등 여러 규제에서 모두 자유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가 될 때는 취득세를 12%를 내지만 공시가 1억 미만 주택은 예외입니다. 그래서 1%의 취득세만 냅니다.)

그래서 시가 1억5천만원 정도의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를 1억2천만원 정도의 전세를 끼고 3~4천만원의 비용을 들여서 매수한 후 그 아파트가 2억원 가까이로 오르면 3~4천만원의 차익을 보고 매도하는 방법입니다. 큰 돈을 벌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단기 수익률이 100%가 넘는 투자입니다.

물론 1년 미만을 보유하고 판 주택은 양도세율이 70%여서 세금이 무겁지만 이런 문제는 법인을 만들어서 매매하면 양도세가 낮아집니다. 차액에 따른 법인세율만 적용받으면 됩니다. (법인은 그 대신 취득세가 12%로 높습니다. 그래서 양도세와 취득세를 모두 고려해서 유리한 쪽으로 판단합니다.)

결국은 폭탄 돌리기: 이런 투자의 핵심은 치고 빠지기입니다. 전국에 이런 투자 대상 아파트들이 몇 곳이 있었는데 작년 그 전체 아파트의 절반 또는 3분의 1 정도가 주인이 바뀔 만큼 투자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투자 열기라고 표현했지만 결국은 폭탄 돌리기인 셈입니다. 이런 투자의 단점은 더 이상 폭탄을 돌릴 곳이 사라지는 요즘 같은 때 발생합니다. 이때가 되면 제일 마지막에 그걸 들고 있던 투자자가 손해를 봅니다.

세입자만 깡통주택 떠안게 될 수도: 그러나 그 역시 방법이 있습니다. 어차피 전세를 끼고 산 집이니 집값이 내리면 집주인은 계속 버티면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이사 가야 하는 세입자는 애가 타지만요) 전세가율이 매우 높은 아파트들이기 때문에 집값이 내리면 세입자가 그냥 그 집을 떠안는 경우도 있습니다. (1억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1억2천만원을 끼고 사면 그 집이 1억원까지 내렸을 때 기존 세입자가 그냥 그 집을 명의이전받기도 합니다. 집주인은 전세금 돌려줄 돈이 없다며 버티기 때문입니다.) 이런 집을 깡통주택이라고 부릅니다.

아무튼 크게 손해볼 일은 적고 오르면 수익률은 매우 높은 나름 괜찮은 투자이기도 합니다만 다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그 아파트를 떠안게 되면 난감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작년 하반기에 있었던 주택 시장의 특징인 1️⃣자산이 적은 무주택자들의 패닉 바잉 2️⃣대출이 나오는 저렴한 아파트들로 매수세 집중 3️⃣그동안 안 오르던 비인기 지역의 폭등 4️⃣그걸 노린 투자 세력의 저가 아파트 선취매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수도권 핵심지도 내려갈지는 미지수: 이런 아파트들은 최근 낙폭도 꽤 큽니다만 이런 아파트들의 현장 분위기가 수도권 핵심지로도 이어질지는 다소 미지수입니다. 최근 핵심지의 아파트 가격도 하락한다는 뉴스들이 종종 보입니다만 방향성은 좀 더 사례들이 쌓여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급매물들은 1주택자들이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할 때 가격 상승기에 주로 사용했던 <먼저 사고 나중에 팔기>방법이 거래급감으로 차질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입니다. 먼저 산 집의 잔금을 치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에 파는 사례들인 것이죠.

월급보다 세금 인상률이 더 높았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월급 인상률보다 세금 인상률이 더 높다는 뉴스입니다. 직장인 임금이 최근 5년간 17% 올랐는데 봉급에서 원천 징수되는 세금과 4대보험은 약 40%가량 올랐다는 게 요지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월급의 실수령액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원천 징수액은 월급보다 소액이기 때문에 월급 인상률보다 10배 이상 높게 인상되지 않는 한 실수령액은 늘어납니다. 다만 고소득자들은 월급 인상이 별로 체감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세금 더 걷으면 이자 지출은 더 낮아지는 효과: 이렇게 더 걷어간 세금과 4대보험료는 결국은 모두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갑니다. 저소득층의 공적이전소득이 늘어나는 재원이 되기도 하고 재정 지출 부담을 세금으로 충당하면 국채 발행액이 감소해서 시중 이자율이 낮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출자들에겐 증세가 이자 지출액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면 그게 돌고 돌아 근로자들의 월급 인상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월급은 조금 오르고 세금은 더 많이 올랐다’는 불평은 ‘세금이 더 오르지 않았다면 월급은 그만큼도 안 올랐다’거나 ‘일자리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반론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증세가 좋냐 아니면 감세가 좋냐’는 끝없는 토론거리입니다.)

핵심은 세금을 얼마나 ‘잘’ 쓰느냐: 세금과 사회보험료 인상은 근로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입니다.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증세의 정도가 커서 이런 현상이 먼저 나타나면 걷은 세금을 나눠주더라도 주머니에서 머무르기도 합니다. 세금을 걷어서 정부가 지출하는 용처가 세금을 걷지 않고 민간의 주머니에 그 돈을 남겨줬을 때 민간이 그 돈을 지출하는 용처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생산 유발을 덜하게 하는 방향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래서 ‘증세가 좋냐 아니면 감세가 좋냐’는 끝없는 토론거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증세 또는 감세 여부가 아니라 그렇게 걷은 돈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물가 상승이 서민들이 즐겨찾는 외식 품목들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5%를 기록했는데요. 이중 김밥(7.7%), 햄버거(7.6%), 라면(7.0%), 짜장면(6.9%), 치킨(6.3%), 삼겹살(5.9%)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식자재 가격 자체가 오른 데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 치료를 위해 결근한 직원 수는 880만명에 달합니다. 미국 근로자의 6%에 해당하는데요. 이에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국 서비스 기업들이 각종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맥도날드는 작년 12월 매장 영업 시간을 10%가량 줄였고, 도미노피자는 방문 포장을 하는 고객에게 3달러를 적립해 주고 있습니다. 페덱스는 항공 화물 서비스를 일부 중단했다가 지난주에야 재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