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이 매섭게 변했다

美연준이 매섭게 변했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올해 첫 FOMC 회의, 요동치는 시장: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결정 기구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이번 1월 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금융 시장은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4일엔 (물론 회복하긴 했지만) 나스닥이 장중 5% 가까운 하락을 하기도 했고, 美 국채 2년물 금리도 1%를 넘기면서 금리 인상을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선반영’이라는 말이 떠오르시겠지만 FOMC 회의가 있었던 어제 시장의 모습은 이 말이 무색했습니다. 의사록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안정적 흐름을 보이던 시장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회의 후 발표가 시작되면서부터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국내 주식 시장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오늘은 FOMC 회의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결별 선언’급 회의 여파: 이번 FOMC 회의를 보면서 남녀의 이별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보통 남녀가 헤어지기 전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두 사람 모두 곧 결별을 짐작할 수 있죠. 이는 FOMC 회의 이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윽고 열린 1월 FOMC 회의는 연준이 시장에게 “헤어지자”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날쯤 될 겁니다. 헤어질 걸 알기만 하는 것과 실제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는 건 받는 느낌이나 충격이 사뭇 다릅니다. 이와 비슷하게 시장도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올해 FOMC 회의, 뭣이 다르길래?

1️⃣결정적 충격 지점은 2020년 4월 FOMC 회의 이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명서 맨 윗줄에 적혀 있던 “연준은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사라진 점입니다.

2️⃣게다가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을 설명하는 복잡한 설명들이 모두 빠졌습니다. 금리 인상 시점을 설명하는 문구는 “곧(soon)”으로, 양적 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은 “3월 초(in early March)”로 간결한 문구만 남았습니다. 마치 남녀가 헤어지기 전에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헤어지자”라는 말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3️⃣성명서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시장 반응은 덤덤했습니다. 그런데 파월이 연설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고용 시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든지, “연준의 자산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고 지난번보다 더 빠르게 축소할 수도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분명 예전에 파월이 보여줬던 비둘기 같은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혹시 한번에 금리를 50bp(0.5%포인트) 올릴 수도 있냐”는 질문에도 강한 부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받은 충격: 이 같은 FOMC 회의 결과에 2년물 금리는 무려 11.5bp(0.115%포인트)나 상승했고, 달러도 0.6%나 상승했습니다. 연준이 성명서에 “헤어지자”라는 문구를 편지로 보내긴 했어도 막상 만나서는 좀 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일까요? 파월의 매파적 멘트들은 시장에 비수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FOMC 회의를 보면 양적 완화는 3월 초면 종료되고, 다음 3월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를 50bp만큼 한 번에 인상하는 것까지 생각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아마 여름이 끝나기 전 양적 축소를 진행하겠죠.

과거보다 대담하고 빨라질 美긴축: 그렇다면 과거 연준이 금리를 올렸을 때는 언제였고, 양적 축소를 했을 때는 언제였을까요? 연준은 2015년 12월 처음 금리를 올렸고, 2018년 양적 축소를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금리를 실제로 올리기 6~12개월 전부터 시장은 ‘금리를 정말 인상하면 어쩌나’하며 긴장했습니다. 당시 유가는 2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졌죠. 2018년 양적 축소가 진행됐을 때도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연준은 금리 인상과 양적 축소를 동시에, 그것도 과거보다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금융 시장이 느끼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억울하지만 미국보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헤어짐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대한항공 영업 이익 다시 날아올랐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소식: 대한항공이 작년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 이익(1.4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로 여객 부문은 부진했지만 화물기 운임이 급등하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오히려 이익이 더 늘었습니다. 여객기 운항 횟수가 감소하면서 여객기가 오갈 때 화물칸에 실어보내던 화물도 별도의 화물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화물기 운임은 더 올랐습니다.

홍콩과 미국을 오가는 화물기의 운임은 작년 6월 킬로그램당 7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3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대한항공의 화물기 사업 이익은 올해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형 항공은 웃지만, 저가 항공은 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임이 상승하면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화물 사업을 하지 않고 여객에만 집중해온 저가 항공사들은 영업 손실이 커지면서 회사의 존립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작년 제주항공은 3000억원, 진에어는 2000억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40년 만에 택시 합승이 서울에서 허용됩니다. 서울시가 작년 법 개정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택시 동승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한 건데요. 현장에서 즉석 동승은 안 되고,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앱에서 이동 경로가 유사한 승객을 자동으로 매칭 해주는 방식입니다.

🍦 밥상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죠. 작년 라면, 우유, 치킨에 이어 올해부턴 커피와 시리얼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젠 아이스크림도 이 대열에 합류합니다. 빙그레는 대표 빙과 제품인 투게더와 메로나에 대해 각각 500원과 200원씩 올리기로 했습니다. 하겐다즈도 다음달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합니다. 롯데제과는 가격 상승은 없지만 다음달부터 반값 할인 등의 판촉 행사를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 코로나 사태로 요즘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구인난이 심합니다. 자국 인력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력을 수급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인데요. 독일 기업 90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3%가 직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심각한 구인난에 면접자에게까지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도 나왔다네요.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취재에 따르면, 독일 보험회사 DFVIT 분야 면접자에게 500유로(약 68만원)을, 2차 면접 합격자에겐 1000유로(약 134만원)를 지급합니다. 6개월 수습을 마치면 5000유로 보너스도 준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