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자리보다 물가에 집중하는 이유

미국이 일자리보다 물가에 집중하는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고용 부진에도 금리 올리자는 미국: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고용이 부진하면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살리려고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요즘 미국에서는 고용지표가 부진해도 <그러니까 더욱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일자리는 잘 안 느는데 실업률은 낮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의 부진한 고용이 경기 침체 때문이라기보다 코로나 감염자 증가로 노동을 공급하는 근로자들 숫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입니다. 하루 전에 발표된 미국의 12월 고용 지표는 새 일자리가 한달 전에 비해 19만9천개가 늘어나는 데 그쳐서 시장 예상치인 42만2천개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비율인 실업률은 3.9%로 예상치(4.1%)보다 낮았습니다.

힘받는 연준의 금리 상승론: 일자리는 늘지 않는데 실업률은 낮다는 건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쉽게 찾고 있지만 구직자들 자체는 적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 임금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아니나 다를까 전월비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0월 0.6%, 11월 0.4%였는데 12월에는 다시 0.6%로 높아졌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감염된 사람들은 일터로 나오지 못하니 임금이 올라가고 물가도 올라간다>입니다. 어쨌든 물가가 올라가니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코로나 상황의 악화는 이런 분위기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가 됩니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12월 말부터 폭증해서 최근에는 60만명을 넘었습니다. 하루 60만명의 확진자가 한달 내내 발생한다면 1800만명이 감염되는 셈입니다. 미국 경제활동 인구 10명 중 1명이 감염된다는 뜻이니 근로자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겠죠. 임금은 더 오를테고 물가는 상승된 임금 탓으로 오르기도 하고 상품의 생산이 부진해져서 더 오르기도 할 것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 막으려는 연준: 어떤 이유로든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형성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오르게 됩니다. 물가는 보통 이 정도는 오르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 그건 실제 물가를 올리고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인상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통해 막으려는 것은 그 기대인플레이션입니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 강도가 계속 높아지면서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도 그런 엄포를 통하든 무엇을 동원하든 연준이 물가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심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약간 희망적인 데이터를 하나 더 전하자면 요즘 미국의 고용지표는 조사원들이 방문 조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우 부실하게 조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2월 데이터도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일자리 변화는 부진했지만 가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일자리가 11월 109만개 늘었고 12월에도 65만개의 일자리가 늘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흘러서 조사 통계가 보정되면 생각보다 좋은 수치로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요즘 미국엔 일하겠다는 사람이 왜 없을까
오늘의 이슈

미국인들이 일을 안 하고 있는 이유: 왜 미국인들은 갑자기 일을 안하려고 할까. 요즘 미국의 기업들이 당황해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구인 광고를 내도 사람을 뽑기 어렵습니다.

몇가지 이유들이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1️⃣ 조금만 기다리면 일하러 올거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2️⃣ 코로나가 이 지경인데 당신 같으면 일하러 오고 싶겠나. 조금 기다려보자.

3️⃣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엄마 아빠가 회사에 마음 놓고 간다. 아이들 학교가 안 열리니 부모 중 하나는 일을 못 한다.

4️⃣ 사람은 일주일 정도 쉬면 다시 일을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일년 가까이를 쉬면 일을 안 하고 싶게 된다. 우리가 일년씩이나 쉬는 일이 없어서 그걸 몰랐던 것이다.

만약 4번이 이유라면 코로나가 끝나도 구인구직 환경은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상황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을 안 하면서 복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소수라면 무시하지만 다수라면 정부의 대응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오미크론 백신이 올봄이면 출시될 전망입니다. 화이자 CEO가 최근 인터뷰에서 자사가 개발 중인 오미크론 백신이 오는 3월엔 준비될 것임을 시사한 건데요. 이미 일부 수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다른 변이에도 대응 가능할 것이라네요. 모더나도 올가을 목표로 오미크론용 부스터샷 백신을 개발 중에 있다고 합니다.

🍺 대형 마트에서 흔히 보이던 수입 맥주의 ‘4캔 1만원’ 행사가 작년부터 좀 뜸해졌죠. 수입 맥주 브랜드들이 행사를 종료하거나 가격을 상향 조정한 건데요. 같은 흐름에서 올해 맥주 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를 조짐입니다. 맥아와 홉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데다, 오는 4월부터 주류세가 인상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주류세 인상폭은 작년 5배 수준입니다.

🇮🇩 인도네시아가 석탄에 이어 보크사이트 수출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보크사이트는 전기차와 2차 전지에 필수인 알루미늄의 원재료입니다. 내년부터는 구리 원광 수출도 금지할 예정인데요. 인니 정부는 원자재의 과도한 해외 반출을 줄이고 원자재 수출국에서 완제품 수출국으로 거듭나려는 목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원자재가 해외로 많이 나가는 건 자국 기업 공급용 원자재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규제가 배경이 되기도 하는데요. 석탄의 경우 자국 발전 회사에 공급하는 가격이 톤당 70달러 이하로 묶여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