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인들은 줄줄이 사표를 낼까?

왜 미국인들은 줄줄이 사표를 낼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한달 400만명이 일자리 떠나는 미국🇺🇸: 요즘 미국의 고민 중 하나는 사표 내는 직장인들이 갑자기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걸 미국에서는 <The great resignation>이라고 부릅니다. 작년 7월쯤부터 한달에 400만명의 근로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기 시작했는데 최근 20년간 미국에서 한달에 400만명 넘는 퇴사자가 생긴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퇴사자 숫자는 매월 증가하면서 지난 11월에는 453만명이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구인건수도 1060만명으로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아예 은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직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빚은 줄고 자산은 늘고…좋아진 가계 경제📈: 또 다른 원인으로는 미국 가계가 여유 자금이 좀 생겨 사표를 던질 만한 유인이 좀 더 커졌다는 점이 꼽힙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가계는 부채 디레버리징을 통해 GDP 대비 가계의 부채 부담이 2008년 98%에서 2019년 75.3%로 낮아졌습니다. 특히 이자율이 더 내려가면서 소득에서 부채 원리금 상환에 투입하는 돈의 비율은 2008년 13%에서 현재 9%로 내려왔습니다. 반면 가계 자산은 2016년 이후 연평균 7.9%씩 늘어났고 코로나 이후 작년 상반기까지 1년 반 만에 25.3%가 늘었습니다.

경제 허리 3045의 사직 행렬🧳: 미국 직장인들의 사직 행렬에 대한 몇가지 분석을 보면 특징적인 면이 있습니다. 사표를 많이 내는 근로자들의 연령대는 30~45세입니다. 아주 젊은 계층에서는 퇴사율이 높아지지 않았고 60~70세 연령층에서는 퇴사율이 하락했습니다. 3045 세대의 사표가 늘어난 이유는 아마도 원격 근무로의 전환으로 인해 신입사원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사라지면서 이런 3045 세대의 경력사원들을 고용하려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구인 광고가 늘면서 그들의 사표도 늘었습니다.

두번째 특징은 의료 보건 분야의 사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인 업무량 증가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표가 사표를 부른다: 사표 행렬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킵니다. 사표를 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구인 광고가 늘어나면 평소에는 불만이 있더라도 대안이 없어서 가만히 있던 근로자들도 사표를 던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그러면서 사직하는 직장인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의 안정적 비즈니스를 어렵게 하고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냥 쉬는 인구가 늘었다: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이례적 현상은 정상화된 실업률과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경제활동참가율이라는 두 통계로 설명됩니다. 즉 코로나 이전 과거보다 현재의 실업률이 더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는 크게 줄었다는 뜻입니다. 일자리를 잃었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인구가 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냥 쉬는 인구가 늘면서 일손의 공백이 생기고 그로 인해 구인이 늘어나고 구인이 늘면서 사표내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추가로 확인되고 있는 특징은 코로나 이전에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안 하는 근로자들 중 여성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가족 돌봄을 맡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이유라면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는 고민거리입니다.

공급대란 끝이 보인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공급망 차질이 슬슬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아직 불편이 많이 남아있지만 정점을 지나 완화되는 국면입니다. 이런 흐름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 그동안 제품 생산의 어려움 가중으로 부품 수요가 감소하는 바람에 생겼던 반도체 수요 하락도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업종과 자동차 업종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는 업종으로 꼽힙니다.

코로나 폐업 가게 숨통 트인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코로나로 인해 폐업한 가게는 남은 계약 기간 월세를 내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새로 생깁니다. 장사가 안 돼 폐업을 했지만 가게 월세는 계속 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입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재원이 정부가 아니라 자영업자의 계약 상대방인 임대인들로부터 나와야 하는 구조라는 점은 논란거리입니다. 새로 임차인을 찾을 때 드는 비용과 공실 기간의 임대료 수입 감소 등을 임대인이 떠안게 됐는데요.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라도 임차인의 책임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는 정당하다는 판례가 있는데 그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코로나로 인한 영업 손실을 포함시키면 그런 입법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올해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쏘기로 했습니다. 최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임금의 300%에 달하는 성과급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직급에 따라 2000만원을 넘기도 한다는데요. 4대은행이 그간 지급했던 성과급 규모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작년 대출 규제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음에도 실적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4대은행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8조27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이었습니다. 우대금리 축소와 예대마진 극대화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