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세대출을 조일 수 있을까

정부는 전세대출을 조일 수 있을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소식 : 정부가 내년에 전세 자금 대출에 대한 공적 보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세 대출을 좀 더 어렵게 만들어서 대출 규모를 조여보겠다는 의미입니다.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의 가늠자: 전세 대출이 내년에 좀 더 까다로워질 것이냐 아니냐를 가늠할만한 단서라서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 예민한 뉴스입니다. 정부가 이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그럴 경우 전세가 상승이 둔화되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금 조달이 어려운 상태에서 시장의 수급이 수요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흐를 경우 수요자들은 월세를 더 얹어주고 집을 구하게 될 가능성도 커서 정부의 전세 대출 규제가 전반적인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처치 곤란의 전세 대출: 전세 대출은 금융 당국 입장에서 보면 매우 뜨거운 감자입니다.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요인의 절반 이상이 전세 대출이어서 전세 대출을 규제하지 않으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를 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만, 그렇다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전세 대출을 갑자기 조이는 것은 여론의 부담이 너무 크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세 대출도 DSR에 포함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었지만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해 최종적으로는 배제했었습니다.

보증 축소가 은행들에 미치는 영향은?: 그런 가운데 전세 자금 대출을 규제하는 수단인 보증 축소가 전세 대출 물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가 관건입니다. 전세 대출은 은행이 해주는 대출이지만 실제로는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에서 대신 물어주는 구조여서 은행들은 부담없이 대출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보증 비율을 예를 들어 70%로 낮추면 세입자가 못 갚은 대출금의 30%는 은행이 떼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그러면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기 어려워질 수도 있고 그럴 경우 전세 대출을 해주는 일부 은행들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대출 이자를 높일 가능성도 큽니다.

대선 전엔 현실화 안 될 가능성 높다: 이런 논의는 3월 대선 이전엔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밑에서 검토만 되다가 집값이 예민하게 움직이면 다시 검토되거나, 아니면 내년 8월부터 예상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없는(이미 4년을 거주한) 세입자들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전월세 상승이 가시화되면 이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가계 대출 증가율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미 시중에서 사적 금전대차의 구조로 존재하는 전세금이 은행대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가계 대출 증가는 막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대출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대출이 가계 부채로 새로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률적인 기준을 정해놓고 규제할 경우 여러 잡음이 생기기 쉽다는 뜻입니다.

가계 위주의 특수한 한국의 주택임대사업: 주택임대사업이 기업이 아닌 가계(집주인)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탓에 새로운 주택이 공급될 때마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것도 막기 어렵습니다. 기업형 주택 임대 사업이 활발한 선진국들은 주택 임대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부채를 일으켜서 집을 사거나 짓기 때문에 기업 부채가 늘어날 뿐 가계 부채는 별로 늘지 않는데 이런 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가계 부채를 직접 비교하는 것도 논란거리입니다.

아무튼 정부는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에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5%를 지키기 위해 어떤 규제를 사용할지에 따라서 내년 부동산 시장도 꽤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 치솟는 유럽 천연가스 가격
오늘의 이슈

새로운 소식: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또 올랐습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23%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메가와트시(MWh)당 180유로선을 뚫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던 가스를 줄이면서 생긴 일입니다.

우크라-나토 밀착 막겠다는 러시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불리해집니다. 나토 회원국이 침공을 받을 경우 나토는 공동 대응하기로 한 조약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엇갈린 서방과 러시아: 서방의 시각에서보면 러시아가 독립국인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러시아 땅이고 언젠가 회복해야 할 땅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서방 세계의 러시아 침공입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서도 나토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와 미국, 러시아와 나토는 이 문제를 놓고 내년 초부터 협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오미크론에 관한 반가운 뉴스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소식: 오미크론과 관련한 다소 반가운 소식이 몇개 있었습니다.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남아공에서는 확산세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에 비해 입원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약은 사망 위험을 90%가량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제대로 공급만 된다면 사실상 코로나로 인한 봉쇄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오렌지족의 집합소였던 압구정의 명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이 올해 상권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압구정역 일대 상권 매출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월 평균 4092억원, 하루 평균 136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분석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최초의 1위로 강남역 일대 상권을 모두 제쳤습니다. 명품 매장과 레스토랑 등 고급 소비에 대한 수요가 압구정에 몰린 덕인데요. 일 평균 유동인구는 23만명으로 전국 31위에 그쳤으나, 유동인구당 매출은 약 5만9000원으로 최고였습니다.

⚙️ 요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디램 메모리 반도체 세계 4위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웃돌면서 지난 21일 주가가 10% 이상 급등한 건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21~22일 이틀간 3%와 5.4% 상승한 뒤 기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확충 및 데이터 센터 투자를 시작하고 5G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비대면 업무 수요를 자극하며 반도체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