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없이 대출금리가 오르는 과정

기준금리 인상 없이 대출금리가 오르는 과정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요즘 은행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유는 은행들이 금리를 높게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거의 5% 가까운 이자율을 제시합니다. 3분기에 은행들 실적이 꽤 좋았던 것으로 발표되면서 은행들이 예대마진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출금리 상승은 규제 때문: 요즘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이유는 은행들이 올리고 싶어서 올리는 게 아니라 정부의 대출 규제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올리고 싶어서 올리는 금리라면 이미 오래 전에 올렸을 것입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늘 올리고 싶어 하지만 대출 경쟁 때문에 마음껏 올리지 못합니다. 대출금리가 높으면 손님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제하면서 대출신청하는 소비자들이 은행 창구로 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은행들은 손님들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또는 매우 소수의 손님들만 받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렁탕이 열 그릇밖에 안남았는데 손님들 100명이 몰려들면 가격을 올려야 그래도 사먹을 10명을 추려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대출금리 규제 = 대출 수요 폭증의 동의어: 은행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니 금융당국이 금리 올리는 것을 규제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금융위원장이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하는 바람에 생긴 현상인데 정부가 금리를 다시 낮추라고 하면 다시 대출 신청이 늘어날 것이고 어떤 고객에게 대출해줄지를 고르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은행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실제로 오른 금리를 적용받는 소비자들은 최근에 새로 대출을 받으러 창구를 찾아간 소비자들입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에게 적용되는 변동금리는 별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코픽스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데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1년간 0.4%포인트 가량 올랐고 잔액기준 코픽스는 지난 1년간 오히려 0.1%포인트 가량 낮아졌습니다.

연초엔 다시 내려간다: 대출금리는 내년 1월부터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다시 늘어나면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갑자기 몰려드는 대출 수요자들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라는 압박을 해서 대출 규모를 조절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제 대출 문이 닫힐 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 대출 소비자들은 대출이 원활한 상반기에 주택을 구입하면서 대출을 받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허용하면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당국이 그 상황을 막으려면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라고 압박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줄어드는 서울 인구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서울의 인구가 지난 6년간 341만명이 외곽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외곽에서 서울로 들어온 인구도 있었지만 빠져나간 인구보다는 적어서 연간 10만명가량의 순유출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싼 집값이 원인인 것으로 지목되지만 서울의 주택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다소 충돌하는 데이터입니다. 서울의 주택 수는 늘어나는데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는 서울에 빈집이 늘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서울 집에는 한 집에 사는 가구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실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서울 주택의 가구원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서울에 거주하던 가족들 중에 일부가 결혼 등의 이유로 계속 분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가한 가구원은 다시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가구원 전체가 같은 가격에 좀 더 넓은 집을 갖기 위해 경기도로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비게 된 상대적으로 좁은 집은 서울에 살다가 분가한 가구원(1명 또는 2명)이 거주합니다.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는 과정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주택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구가 작년 사상 처음으로 90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전체 가구에서 약 44%에 해당하는 비중인데, 특히 서울만 따지면 절반 이상의 가구가 무주택입니다. 저출산 상황에 주택 수요는 적은 1~2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다만 유일하게 청년 세대(30세 미만)의 주택 소유만이 1년 새 10% 넘게 증가했는데요. 치솟는 집값에 ‘지금 아니면 내 집 장만이 불가능하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삼성전자가 직급 구분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고졸사원~부장급까지 4단계 직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전면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합니다. 이제 임원 밑으로 모두 서로를 ‘~님’으로 부르거나 ‘~프로’로 부른다는데요. 연봉 체계에도 핵심적 변화가 생겨 연공서열에 따른 기본 인상률을 적용하지 않고 성과평가만으로 인상률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 중국 IT 기업들의 자금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IT 기업의 IPO 조달 자금 규모는 140억달러로 작년보다 23억달러 모자랍니다. 경기 회복 기대감과 달리 올해 상하이종합지수의 상승률은 1.73%에 그쳤습니다. 반면 이웃 인도엔 투자 자금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센섹스지수는 사상 처음 6만선을 돌파했고, 기업들의 연간 조달액은 작년보다 550% 증가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각종 규제로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선 동안 인도는 IPO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등 규제를 푼 것이 주효했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