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금리가 갑자기 뛰는 이유

시장에서 금리가 갑자기 뛰는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요즘 주요국들의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관심의 초점은 국채 2년물입니다. 국채 2년물 금리가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그 금리를 일반적인 시장금리로 보기 때문에 그 금리가 관심을 모을 뿐입니다.

금리는 만기가 며칠로 매우 짧은 초단기 금리도 있고 만기가 10년 또는 30년짜리 채권의 금리도 있지만, 금리가 오를 때는 모든 만기의 채권이 골고루 금리가 오릅니다. (대개 만기가 긴 장기채권의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릅니다.)

기준금리, 예상보다 더 오른다?: 미국의 국채 2년물 금리는 한달 전 약 0.2%였는데 0.5%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영국의 2년물 국채 금리는 0.2%에서 0.7%까지 올랐고요. 기준금리가 아직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2년물 금리가 왜 그렇게 빨리 올랐을까요? 그건 향후 2년 사이에 기준금리가 0.5%~0.7% 정도 예상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갑자기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요즘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생각보다 금리가 많이 오를 것 같다는 예상’입니다.

이 같은 예상이 갑자기 강하게 등장한 이유는 요즘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이 강한 수요와 경기 회복 때문이 아니라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었는데, 투자자들은 이 분석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급망 병목 때문이 아니라 돈이 많이 풀려 사람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거죠.

공급이 해결돼도 물가 우려 여전: 공급만에 하나 공급망 이슈가 원인일지라도 그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어 매우 길게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요. 예를 들어 공급망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서 기다리다 못한 기업들은 부품이나 자재 공급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새로운 공장을 짓게 됩니다. 그러면 공급망 병목이 풀리더라도 그런 현상이 다시 생길까봐 과거의 공급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러 공급망을 골고루 이용하면서 위험을 헤지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제품의 원가가 올라가고 물가는 과거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워집니다.

갈팡질팡하는 중앙은행들: 공급망 마비로 인한 물가 상승이 곧 수그러들 것이며 금리도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도전을 받고 있는 겁니다. 중앙은행들은 아직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입장(그래서 금리를 올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중앙은행이 저러다가 결국 생각을 바꾸고 곧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그 예상을 금리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은행들이 오히려 시장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쩌면 시장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반응을 내놓는 것이죠.

호주 중앙은행이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연 0.1%로 유지하기로 한 정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중앙은행이 밀린 사례’입니다. 원래 호주 중앙은행은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0.1%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하고 혹시 시장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금리를 올리면 중앙은행이 개입해서 0.1%라는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약속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국채 수익률이 치솟자 금리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금리 인상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시장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호주 중앙은행이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연준은 아직까진 이 같은 시장의 생각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3일 테이퍼링을 발표하긴 했지만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했습니다. 덕분에 뉴욕 증시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을 주로 반영해 상승했다”고 밝혀 지난 9월과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거든요.

쏟아지는 국내 채권 매물: 우리나라의 금리가 오르는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강하게 반영된 것 이외에도 시장의 수급이 깨져서 생각보다 금리 인상 폭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시장에 채권 매물이 많이 쏟아진다는 뜻인데요. 2년 후에 1만원의 원금을 주는 채권이 9500원에 거래되다가(이러면 2년간 500원의 이자가 붙는 셈이므로 연 2.5% 가 채권 금리입니다) 매물이 많아지면 9000원에도 거래됩니다. 2년 후에 1만원의 원금을 주는 채권이 9000원에 거래된다면 2년동안 이자가 1000원이 붙는다는 뜻이므르 채권 금리는 연 5%입니다. 채권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금리는 그렇게 올라갑니다.

이 뉴스는 그렇게 계속 오르는 금리를 못 오르게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의미입니다. 채권을 사들이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그러면 2년 후 1만원을 주는 채권이 9000원에 거래되다가 9500원에 거래될테니 금리는 2.5%포인트 내린 셈이 됩니다.

채권금리가 오르는 까닭은: 요약하면, 요즘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생각보다 빨리, 생각보다 많이 올릴 것 같다는 시장의 예상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1️⃣공급망 마비가 계속되고 물가도 계속 오를 것 같아서 2️⃣풀린 돈으로 사람들의 소득이 실제로 많이 늘어서 물가가 계속 오를 것 같아서 3️⃣자산가격의 상승을 중앙은행이 견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 같아서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시장의 예상이 틀려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안 올릴 수도 있고(그러면 금리는 다시 내립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가 나빠져서 또 금리를 못 올리거나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그러면 금리는 내려갑니다).

요소수 대란이 뭐길래?
오늘의 이슈

요소수란?: 요소수 대란이 생각보다 파장이 커질 것 같습니다. 요소수는 경유로 움직이는 차량의 배기가스를 정화하기 위해 차량에 주입하는 것으로, 이게 부족하면 200만대가량의 상용차들이 운행을 못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유통망 마비로 생필품 사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경유 트럭이 운행을 못하면 동네 수퍼마켓에 생필품을 배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화물트럭 올스톱, 사재기 사태 벌어질 수 있어: 요소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1️⃣해외에서 요소를 구해온다 2️⃣요소수 없이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바꾼다 3️⃣요소를 국내에서 제조한다 정도입니다. 1번은 되더라도 빨라야 1월이고 구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2번도 200만대의 상용차 소프트웨어를 모두 바꾸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일이라 안 됩니다. 자칫하면 요소수 대란으로 인한 화물 트럭 올스톱 사태가 이달 내 현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으로 30조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죠. 이 같은 영상 컨텐츠 성공에 힘 입어 넷플릭스가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게임 5종을 출시하며 게임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기존 강점인 영상 분야와 게임 간 호환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라고 합니다. 실제 이번 출시작 중 일부는 기존 넷플릭스 인기 영상 시리즈의 이름을 따왔고, 향후 게임 속 인기 캐릭터를 이용한 영상물 제작도 고려 중이라네요.

🇰🇷🐜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작년부터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기가 높았죠. 덕분에 일반적으로 50% 안팎에 머무는 코스피 개인 거래 대금 비율은 작년 4월부터 18개월 연속 60% 이상을 유지했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이 비율이 58.1%에 그쳐 기록이 깨졌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전반적 횡보장이 이어진데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더 동원하기 어려워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배달의민족, 토스 등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심리가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통상 5억원 미만 수준이었던 스타트업의 시드 투자 규모가 수십억 단위로 커진 건데요. 실제로 어린이 핀테크 스타트업 레몬트리는 최근 시드 투자로 50억원을, 영양제 분석 스타트업 필라이즈는 30억원을 각각 유치했다고 하네요. 통계로도 입증돼 올해 10월까지 스타트업 평균 초기 투자 유치 금액은 작년보다 약 40% 늘어난 212천만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