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과 HR이 따로 놀고 있진 않나요

경영 전략과 HR이 따로 놀고 있진 않나요
김태규의 HR 나우

어느 회사에나 전략이 있죠. 전략은 본래 군대 용어입니다. 전쟁을 이끌어가는 방법이나 책략을 뜻하죠. 기업의 전략은 타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이냐에 대한 얘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영 전략은 ‘어떻게 이윤을 더 창출해 낼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이윤 창출을 잘 해내는 기업이 승리하게 되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어떤 고객을 타겟으로 삼아야 가장 효율적으로 팔 수 있을지, 어떻게 공급선을 다변화할지, 어떻게 원가를 절감할지에 대한 다양한 전략이 있죠. 5 Force Model이나 PEST 분석, SWOT 분석 등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업은 이미지, 처한 환경, 제품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을 씁니다. 어떤 기업은 차별화 전략으로 제품의 가격도 고가로 책정하죠. 어떤 기업은 원가 우위 전략으로 제품을 값싸게 만듭니다. 차별화 전략을 쓰는 기업은 제품에 들이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원가 우위 전략을 쓰는 기업은 제품을 만들 때도 비용 절감이 우선 순위가 됩니다. 이처럼 가격 전략은 많은 기업에서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됩니다.

 

전략은 변하는데, HR은 그대로? : 그런데 많은 기업이 가격 전략과 상관 없이 획일적 기준만을 가져가는 분야가 있습니다. 인적자원 관리(HR)입니다. 직원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거죠. 연차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고 직급을 부여합니다. 어떤 직급이냐에 따라 정해진 만큼의 권한이 주어집니다. 이런 전통적인 HR은 “어떻게 최소의 노동과 비용으로 최대의 생산 효과를 낼 수 있을까”의 관점에서만 행해져 왔습니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으로만 생각하다보니 차별화 전략인데 직원들의 대우는 낮은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가격 전략과 HR이 거꾸로 가는 겁니다. 예전에는 소비자에게 보여지는 가격과 내부 비용은 상관이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HR도 가격 전략과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HR도 경영전략과 방향을 같이해야 :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과 BMW의 사례를 보시죠. 두 회사는 상이한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원가 우위 전략을, BMW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죠. 폭스바겐의 고객들은 프리미엄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BMW 고객들이 가격이 저렴해서 구입하지는 않죠.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여름에 장기 휴가를 떠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공장 문을 일시적으로 닫습니다. 두 회사의 휴가 기간을 지내는 방식이 상이합니다. 차별화 전략을 고집하는 BMW는 숙련되지 않은 대체 인력을 공장에 투입하게 되면 제품 품질의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합니다. 유휴설비가 생겨 비용을 초래하더라도 BMW는 공식적으로 문을 닫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설비 점검이나 품질 관리를 수행해 제품의 품질을 더 높이도록 노력합니다.

반면 폭스바겐은 공장 문을 닫지 않습니다. 공장 문을 닫아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경우 유휴설비가 생겨 비용이 올라가는데, 폭스바겐에겐 원가 절감이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숙련도가 부족하더라도 일시적 대체 인력을 고용하죠.

많은 사례와 연구들은 BMW와 폭스바겐 같이 전략에 맞춰 HR을 할 때 기업의 경쟁력이 더 올라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략과 어긋나는 HR은 구성원들의 혼란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제품에 대한 정체성을 애매하게 여기기 시작하고 결국엔 제품, 회사의 정체성 자체가 흐려집니다.

요즘 들어 전통 대기업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승진하는 사람의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좋은 신호입니다. 아마 그 직원이 가장 회사의 전략에 부합하는 인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인사였을 겁니다. 기업은 이제 전통적 HR에서 벗어나 회사의 방향에 맞춘 유연한 전략을 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리멤버 나우를 지인들과 공유해 보세요